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영남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CEO들을 만나 경북경제의 위기 현실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인구소멸, 수도권·지방 격차, 의료 인프라 부족 등 구조 문제를 수치로 짚으며 “경북의 성장 엔진이 멈췄다”고 경고했다.
그는 신산업 육성, 지방대 강화, 문화관광, TK 신공항, 의료 인프라 확충을 묶은 ‘5대 전략’을 돌파구로 내놨다.
9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영남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원우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열고 경북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강연장에는 지역 기업인과 자영업 CEO 등 ‘현장 리더’들이 대거 참석해 지역 회생 방안에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최 전 부총리는 먼저 한국 경제 전반의 성장 둔화와 수도권 집중 심화를 언급하며 “지방소멸이 더 이상 추상적 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25년 6월 기준 경북 인구소멸위험지수는 31.4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권(2위)”이라며 “재정자립도도 24.35%에 그쳐 지역이 자체적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지수 격차도 짚었다. 최 전 부총리는 서울 주택가격 지수 187.9, 경북 98.0이라는 수치를 제시하며 “자산 격차가 삶의 격차, 인구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며 “청년들이 경북을 떠나 서울·수도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5대 재도약 전략’이다. △구미(반도체·방산)–포항(2차전지·소재)–경산(ICT·R&D)을 잇는 신산업 트라이앵글 구축 △지역 특화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지방대학 경쟁력 강화 △신라·가야·유교 자원을 활용한 문화·관광 고부가가치화 △TK 신공항의 국가 재정 사업 전환 △열악한 의료 인프라 개선 등이 골자다.
특히 의료 공백은 “도민 기본권 문제”로 강조했다. 그는 “경북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3명으로 서울(4.7명)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며 “경북 북부권 국립 의대 신설과 원격 의료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의료 인력과 시설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 인구 유출과 지역 쇠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TK 신공항 건설 방식에 대해선 현행 기부대양여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최 전 부총리는 “군 공항 이전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인데 민간에 맡기는 방식으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가덕도 신공항처럼 국가 재정 사업으로 전환해 항공·물류·관광이 결합된 복합 경제권으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연을 들은 한 원우는 “지역에서 사업을 하며 체감하는 인력난과 인프라 부족 문제를 정확히 짚어줬다”며 “구미·포항·경산을 잇는 신산업 전략과 의료 인프라 확충 방안은 지역민으로서 절실히 공감된다”고 말했다.
최 전 부총리는 “경북 경제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과거 방식을 답습해선 안 된다”며 “지역 지도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혁신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적 조언과 지원을 통해 경북의 성장 엔진이 다시 돌아가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