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둘러싸고 강경론과 신중론이 분화된 가운데, 정청래 대표가 법사위원들에게 직접 '위헌소지 최소화' 입장을 피력하는 등 당내 강경파를 제어하는 모양새가 관측됐다. 앞서 '당이 너무 쫄아있다'는 취지로 강경론을 설파한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향해서도 "쫄고 안 쫄고의 문제는 아닌 것"이라는 등 견제구가 쏟아졌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0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상황을 두고 "어제 정 대표가 민주당 법사위원들을 당대표실로 오시라고 해서 여러 의견들을 1시간가량 나눴다"며 "축구선수 메시가 가장 훌륭하다고 하는 것은 '태클까지도 예상해서 그 태클까지도 피하면서 골을 넣는 선수이기 때문에 훌륭하다' 이런 예까지 제가 들었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내란전담재판부법에 대한 위헌 논란이 일자, 민주당 지도부는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위헌소지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당내 강경파들은 '위헌소지가 아닌 위헌시비'라는 취지로 현행 법안의 강행 입장을 주장했는데, 정 대표가 '상대방의 태클(시비)까지 예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에 제동을 건 셈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추미애 위원장의 주장대로 이 문제에 대해서 법사위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은 이것이 '위헌의 소지는 없다, 그러나 위헌의 시비는 있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헌의 시비가 있는 것은 또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위헌의 소지는 없어도 위헌의 시비라고 하는 태클이 있을 것으로 지금 정청래 대표가 예를 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추 위원장은 전날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법 관련 속도조절 양상을 두고 "법안은 위헌 시비가 있을 뿐 위헌 소지가 없다"며 "민주당도 (이 소란에) 너무 쫄아서 훅 가려고 한다"고 말해 현재 안에 대한 추진 강행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박 수석대변인은 "위헌소지는 없지만 위헌시비를 걸 것을 예상하면서 그것을 피하는 방법이 아마 그 합리적인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방법"이라며 "그런 의견들을 의원총회에서 우리 당의 국회의원들이, 그런 의견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조금 더 많았다"고도 했다. 당내 여론지형 또한 '신중론'에 기울었다는 설명이라 눈길을 끌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또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당 지도부와 만찬을 가지고 "개혁입법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처리되면 좋겠다"고 당부한 것이 '내란전담재판부 논란을 해소하라는 의중인가' 묻는 질문에도 "그런 것들이 폭넓게 다 포함이 되어 있다"고 해석하며 "(지금은) 국민의 눈높이, 합리적 이런 대통령의 말씀과 뜻에 맞도록 그렇게 결정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친명(親이재명)계 인사인 이건태 의원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말은) 위헌 시비가 일고 있으니까 그런 소지를 깔끔히 정리해서 하는 게 좋겠다 이런 취지"라고 설명하며 신중론에 힘을 실었다.
이의원은 특히 추 위원장의 전날 발언을 두고 "위헌시비가 있고 위헌소지는 없다 저도 그 말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그런데 국민의힘에서 위헌 시비를 붙고 있고 또 이게 만약에 위헌 제청이 돼버리면, 그러니까 윤석열 측에서 위헌 신청을 하고 판사가 위헌 제청을 헌법재판소에 하게 되면 재판이 정지가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 이제 큰 혼란이 발생하게 되니까 위헌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위헌 시비를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며 "시민사회단체에서도 그런 경우는 막아야 되지 않느냐 하는 우려가 있다. 그래서 위헌 소지를 깔끔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그런 지적은 저는 깊이 새겨듣고 거기에 대한 대비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추 위원장은 전날 방송에서 내란전담재판부법이 항소심을 넘어 1심에도 전담재판부를 구성토록 하는 데 대해 "의무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으로 신청이 들어왔다고 해서 바로 위헌 시비가 걸릴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반박이 나왔다.
이 의원은 "대통령님 생각은 2심부터 하자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재판부법 얘기가 나올 때부터 '지금 이미 1심이 상당수 진행됐으니 2심부터 하는 게 좋겠다' 하는 의견이 상당수 있었다"는 등 꼬집었다. 그는 "1심 재판부도 두지 않도록 우리가 의총에서 결정이 되면 법안을 수정해서 본회의에 올리게 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윤건영 의원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민주당이 하고 있는 건 모범 답안을 찾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 실수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렇게 되면 내란 세력에게 빌미를 주는 것이다. 즉 오답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윤 의원은 특히 "그래서 저희가 의총에서도 그런 부분들이 논의가 됐고 '모범 답안을 내서 국민들에게 제시하자'(고 했다.) 그래야 내란을 제대로 청산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쫄고 안 쫄고의 문제는 아닌 걸로 보인다"고 말해 추 위원장의 전날 발언을 겨냥했다.
윤 의원은 '민주당 안에서 법사위가 너무 앞서 나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라는 질문이 나오자 "앞서 가는 사람도 있고 뒤서 가는 사람도 있다"며 "문제는 본질이 제대로 가냐는 것이다. 본질은 제대로 된 내란청산"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역시 '본질'인 내란청산을 위해선 위헌소지를 최소화하자는 지도부 입장이 옳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편 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추진 상황과 관련, 대통령실에선 우상호 정무수석과 이 대통령 본인에 이어 이규연 홍보소통수석도 "몇 차례에 걸쳐서 나왔는데 지금 대통령님 입장은 분명히 '위헌 소지를 좀 최소화시키자', 이런 표현은 한 적이 있다"고 말해 '속도조절'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수석은 이날 <오마이뉴스>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며 "대통령실에서 구체적으로 이걸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그렇게 하시지는 않는다"면서도 "위헌 소지에 대한 얘기들이 자꾸 나오니까, 위헌 소지의 그 논란은 최소화시키는 게 좀 바람직하지 않느냐 정도의 얘기를 하신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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