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16살 미만 소셜미디어(SNS) 사용 금지법이 10일(이하 현지시간) 발효돼 이 연령대 아동·청소년들의 접속이 차단됐다. 이는 소셜미디어가 아동·청소년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각국이 고심하고 가운데 도입된 첫 전면적 조치로 실효성 및 향후 성과에 관심이 모인다.
호주 ABC 방송을 보면 10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시드니 총리 관저 키리빌리 하우스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청소년 SNS 금지법 시행은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큰 사회·문화적인 변화 중 하나"로 "향후 몇 달간 세계에 반향을 일으킬 뜻 깊은 개혁"이라고 환영했다.
이날 시행된 법은 지난해 말 온라인 안전법 개정에 따른 것으로 소셜미디어 회사가 16살 미만 아동·청소년의 계정 보유를 금지하도록 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X), 틱톡, 유튜브 등 대표적 소셜미디어 플랫폼 10곳이 적용 대상으로, 이들 기업이 16살 미만의 이용을 막기 위한 "합리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최대 4950만호주달러(약 484억원) 벌금을 내야 할 수 있다. 이용자와 그 부모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아동·청소년의 대부분이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법 시행의 배경이 됐다. 지난해 12월~올해 2월 진행된 호주 온라인 안전규제기관 eSafety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호주 10~15살 아동 2629명 중 거의 전부인 96%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했고 이 중 71%가 유해 콘텐츠를 접했다고 답했다. 유해 콘텐츠엔 여성혐오를 포함한 혐오 관련 내용, 섭식 장애나 자살을 조장하는 내용, 폭력적 영상 등이 포함됐다. 응답자 7명 중 1명은 4살 이상 나이가 많은 성인이나 다른 아동을 통한 온라인 그루밍 및 유사 행위를 경험했다. 온라인 그루밍은 대상자의 신뢰를 얻은 뒤 조종하는 수법으로 소셜미디어에서 미성년자 성착취 등에 이용된다.
법 시행을 앞두고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호주에서 신분증 확인, 언굴 인식 등을 통해 16살 미만 이용자 식별 및 계정 정리에 들어갔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이미 지난 4일부터 이러한 절차를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X도 10일 호주에서 16살 미만은 계정을 사용할 수 없다고 공지하며 법 적용 대상 플랫폼 중 가장 늦게 준수 의사를 밝혔다.
기업들은 마지못해 호주 정부 규칙에 따르면서도 반발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유튜브는 16살 미만 호주 사용자의 로그인 불가 방침을 밝히며 이는 "성급한 규제"로 "이 법은 아동을 온라인에서 더 안전하게 할 것이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튜브는 자사 플랫폼은 로그인 없이도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며 로그인 없는 이용이 오히려 유튜브 키즈(YouTube Kids) 등 연령 맞춤 환경 접근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접속이 가능하더라도 로그인을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에 의한 맞춤 콘텐츠가 제공되지 않는 것은 완전히 다른 환경이라는 지적이다. ABC는 유튜브를 포함해 여러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로그인 없는 이용이 가능하긴 하지만 "로그아웃 상태 이용자에겐 장시간 화면에 매달리게 하는 선호도 학습 등을 통한 최적화된 콘텐츠가 제공되지 않는 게 핵심적 차이"라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 접근 금지가 오히려 플랫폼의 유해 콘텐츠 감독 필요성을 줄인다는 비판도 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10일 성명을 통해 "필요한 것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끈질긴 이용자 참여 추구와 개인정보 악용을 통해 사용자들을 유해한 환경에 노출하는 것을 막을 강력한 안전 장치"라며 "금지 조치는 플랫폼을 책임에서 벗어나게 할 뿐 청소년들이 이후에도 계속 마주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앰네스티는 접근 금지가 아동의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아동들이 규제를 피해 "같은 유해 환경"에 은밀히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연령 제한을 우회한 접속 우려, 아직 금지 목록에 오르지 않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의 쏠림에 대한 보도 등 단기적으로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불가피하지만, 금지 조치로 인해 아동·청소년의 또래 등과의 소통 환경이 크게 변할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론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페어레이디킨슨대 커뮤니케이션학 교수 카라 알라이모는 미 CNN 방송에 10대들이 소셜미디어 이용을 중단하지 못하는 이유는 "많은 청소년들이 이들 플랫폼에서 친구 관계를 유지 중이기 때문에 사회적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서"라며 소셜미디어 사용이 제한된다면 이들이 "다른 소통 방식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Safety는 미 스탠포드대와 협력해 부작용을 포함해 이 법이 아동·청소년 및 부모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예정이다.
앨버니지 총리는 지난 7일 현지 매체 기고를 통해 "처음부터 우린 이 과정이 100% 완벽하지 않을 것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법이 발신하는 메시지는 100% 명확하다"고 밝혔다. 이어 "호주는 법적 음주 연령을 18살로 정했는데, 이는 그러한 접근이 개인과 공동체에 이익을 가져온다고 우리 사회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10대들이 가끔 술을 마실 방법을 찾는다는 사실이 명확한 국가적 기준의 가치를 깎아내리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들도 아동·청소년에 대한 소셜미디어 제한 조치를 고려하거나 시행 중이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덴마크 정부는 15살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사용 금지를 추진 중이다. 독일에선 13~16살 청소년이 소셜미디어 사용하려면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영국은 올해 시행된 온라인안전법을 통해 미성년자가 유해한 콘텐츠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연령 제한 등 의무를 부과했다.
<로이터>는 법이 발효되기 직전 소셜미디어에 호주 청소년들이 게시한 '작별 인사'가 줄을 이었다고 전했다. 한 사용자는 "여러분이, 특히 웃긴 콘텐츠가 많이 그리울 것"이라며 "몇 년 뒤 만나요. 그 때까지 내 계정이 남아 있을진 모르겠지만"이라고 적었다. 다른 사용자는 "자폐증을 가진 13살로서 절망했다"며 "난 친구도 하나도 없고 3년 뒤 16살이 될 때까지 완전히 혼자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통신은 반면 "소셜미디어 금지는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일 것"이라며 "우리가 하는 일이라곤 몇 시간씩 화면 뒤에 앉아 있는 것 뿐"이라는 법 시행 환영 의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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