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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학살 책임자 박진경,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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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학살 책임자 박진경,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하라"

제주 4·3 학살 책임자 박진경 대령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것에 대해 제주도내에서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박진경 추모비에 설치된 철재 조형물, 현재는 철거된 상태다.ⓒ프레시안

박진경은 1948년 5월 제주 4·3 발발 초기 무장대와 평화협상에 나섰던 김익렬 제주 9연대장의 후임으로 부임한 인물이다. 취임 후 "제주폭동사건 진압 위해선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켜도 무방하다"는 발언을 하며 강경 진압을 주도했다. 박진경의 제주 부임 기간은 약 40여 일에 불과했지만, 그의 강경 진압은 제주 4·3의 비극을 더욱 심화시켰다.

국가보훈부는 지난달 4일 이재명 대통령 명의로 박진경에게 국가유공자 증서를 수여했다.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은 유족들에 의해 제출됐으며, 국가보훈부는 박진경이 1950년 12월 을지무공훈장을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국가유공자로 승인했다. 국가유공자법 제4조에 따르면 무공훈장을 받은 사람은 유족 등의 신청이 있을 때 국가유공자로 인정된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10일 성명을 내고 "국가보훈부는 박진경의 국가유공자 자격을 즉각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박진경의 국가유공자 지정은 "5·18 계엄군들에게 무공훈장을 주고, 국립묘지에 안장하며,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무공수훈자라는 이유만으로 국가유공자로 인정한 것은 수많은 희생자의 억울한 죽음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제주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박진경의 국가유공자 등록과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라고 밝혔다.

또 "박진경에 대한 객관적 진실을 알리기 위해 추도비 옆에 안내판을 설치할 계획"이라며 "안내판에는 1945년 8월 광복 이후 상황과 1947년 3월 관덕정 경찰 발포 사건, 1948년 5월 제주에 부임한 박진경의 40여 일간 행적 등을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를 근거로 안내판을 설치하게 된 취지 등이 담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도내 정치권도 지정 취소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은 같은 날 성명을 내고 "4·3 학살 책임자에 대한 국가의 미화 행위"라며 유공자 취소와 보훈부 장관 해임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박진경 대령에 국가 유공자 증서가 수여됐다는데 강한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며 국가보훈부에 지정 취소를 촉구했고, 조국혁신당은 "박진경은 취임하자마자 '제주도민 30만을 희생해도 무방하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남겼다"며 학살 책임자를 예우하는 국가는 정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제주시갑)은 이날 자신의 SNS에 "이재명 대통령 명의로 제주 4.3 학살 책임자 박진경을 '무공수훈 국가유공자'로 예우한 것은 '주민 학살에 앞장선 사람도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이며, 이는 국민주권정부의 자기부정이자 제주도민에 대한 배신이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한규 의원(제주시을)은 "수여 경위를 확인해 보니 과거 박진경에게 무공훈장이 수여된 바 있었고, 국가보훈부는 이를 근거로 박진경에 대한 국가유공자 신청을 기계적으로 승인했다고 한다"면서 "그에게 '애국정신의 귀감'이라는 표현과 함께 '항구적으로 기리겠다'라는 국가유공자 증서가 수여된 것은 제주 4.3의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명예 회복을 위해 힘써왔던 그간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 서귀포시)은 "무차별적인 검거와 학살 작전을 지휘한 그를 단지 1950년에 훈장을 받았다는 형식적 이유만으로 국가유공자라는 영예를 안겨준 것은, 4·3의 아픈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자 유족과 도민을 두 번 죽이는 폭거"라고 지적했다.

위 의원은 "국가보훈부는 4·3에 대한 몰이해와 기계적인 행정 처리에 대해 반성하고,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을 즉각 취소하라"며 "역사를 청산하고 다시는 가해 책임자들이 국가유공자라는 이름 뒤에 숨을 수 없도록, 상훈법 등 관련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진경은 부임 한 달여 만인 1948년 6월 18일 대령 진급 축하연을 마치고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부하들에 의해 암살됐다.

당시 박진경을 직접 저격한 손선호 하사는 재판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게 한 박진경은 확실히 반민족적이며, 동포를 구하기 위해선 그를 희생시킬 수밖에 없었다"라고 진술했다.

박진경 추도비는 현재 제주시 한울누리공원 인근 산록북로변에 세워져 있다.

이 추도비는 1952년 11월 '제주도민 및 군경원호회 일동' 명의로 제주시 관덕정 경찰국 청사에 세워졌다가 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로 이설 됐다. 이후 제주국립호국원이 조성되면서 호국원 밖 인근 산록북로 도로변으로 이전됐다.

추도비에는 '공비 소탕에 불철주야 수도위민의 충정으로 선두에서 지휘하다가 불행하게도 장렬하게 산화하시다'라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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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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