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당시 노동조합 깃발을 들고 온 동료의 집회 참여를 제지한 경찰에 항의했다가 현장에서 연행된 시민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임혜원 부장판사는 11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노총 화섬노조 소속 노동자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 고개 일대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이 개최한 트랙터 집회에 노동조합 깃발을 들고 참여하려는 동료 최모 씨의 입장을 제지한 경찰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경찰이 제지한 최 씨 깃발에 대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기구라고 볼 수 없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깃발을 사용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라며 "당시 깃발 소지를 당장 제지하지 않으면 곧바로 인명 신체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과 경찰 간 물리적 충돌에 대해서는 "경찰과 대치하며 실랑이를 하다가 다수 인파에 몸이 떠밀려 혼란스럽고,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몸을 움직이다가 우발적으로 일부 경찰들에게 위협력을 행사하게 된 것 정도"라고 봤다.
재판부는 "최 씨나 피고인들이 이 사건 깃발을 이용해서 어떠한 범죄행위를 저지르려고 하거나 이런 행위로 인해서 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 등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데도 다수의 경찰들은 최 씨를 둘러싸고 이동하지 못하도록 몸을 밀착해서 막았다"라며 "이러한 경찰들의 행위를 경찰관직무집행법에서 정한 '긴급한 경우에 그 행위를 제지하는 적법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와 같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는 공무원들의 행위에 대해서 피고인들이 우발적으로 유형력을 행사하였다 하더라도 공무집행 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라며 피고인 전원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A 씨는 <프레시안>에 공권력의 불법적인 공무집행과 검찰의 기소권 남용으로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입었지만,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로 명예를 회복한 사례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21일 트랙터 등을 타고 상경 시위에 나선 전농 소속 '전봉준 투쟁단' 트랙터 30여대와 화물차 50여대는 과천대로를 통해 서울 진입을 시도했으나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에 의해 막혔다.
그러자 농민들은 그 자리에서 집회를 열고 밤새도록 대치를 이어갔다. 이들과 경찰 간 대치 소식이 SNS 등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시민들이 남태령 고개로 모여들어 경찰에 물러설 것을 요구했다.
상황이 길어지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 의원 10여 명도 남태령 현장으로 이동해 경찰과 협상에 나섰다. 28시간 30분가량 대치 끝에 경찰은 일부 트랙터의 대통령 관저 인근 이동을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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