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유사시 자위대를 출동시킬 수 있다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발언으로 촉발된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전투기에 레이더를 비추는 등 군사 문제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은 일본과 함께한 훈련 의미도 축소하며 중국과 관계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11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일본 방위성이 성명을 통해 "일본과 미국은 무력을 통한 현상 변경의 일방적 시도를 저지하겠다는 강력한 결의를 재확인하고, 자위대와 미군 모두의 대비 태세를 확인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미국의 B-52 전략 폭격기 2대와 일본의 F-35 스텔스 전투기 3대, F-15 전투기 3대가 함께 비행훈련을 실시했다면서 "일본과 한국 주변 해역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 훈련을 실시한 데 대한 대응으로, 일본의 무력 시위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는 비행의 중요성을 일축하며, 이는 중국-러시아 합동 훈련 훨씬 이전에 계획된 것이고 미국과 일본 군용기는 지난달에도 미군 B-1B 폭격기를 동원한 유사한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며 미국 측이 훈련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듯이 보였다고 전했다.
통신은 "내년 무역 협상을 위해 중국 베이징에 방문할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다카이치 일본 총리에게 대만을 둘러싼 분쟁이 더 이상 고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일본 정부 소식통 두 명이 전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같은 분위기는 이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의 브리핑에서도 감지됐다. 통신은 레빗 대변인이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관계, 지속적 무역관계가 증명하듯 미국의 훌륭한 동맹국"이라고 말하면서도 중국과도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는 "좋은 협력 관계"를, 일본과는 "매우 강력한 동맹 관계"를 동시에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통신은 "최근 두 나라(중일) 사이에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라고 해석했다.
레빗 대변인은 중국과 관계에 대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에 이롭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은 일본과의 매우 강력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 6일 중국이 일본 전투기에 레이더를 비춘 일로 인해 양국이 진실 공방을 벌이는 등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미국이 동맹국인 일본을 두둔하기 보다는 중립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고위 행정부 관리들은 양국(중일) 간 갈등 심화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며 "레이더 사건 이후 미국 관리들 중에서는 국무부 대변인만이 9일 '동맹국인 일본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변함없으며, 이 문제를 비롯한 여러 사안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이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과 관련, 지난 10월 30일 한국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결과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을 해제하고 미국산 대두 구매를 재개하기로 했다"며 "미국 중간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 합의는 농민과 제조업자들의 지지를 유지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재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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