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돌이켜 보면 이승만 독재에 맞선 4.19 혁명이 1년 뒤 5.16 쿠데타로 붕괴돼 버렸다. 80년 서울의 봄은 12.12 군사 반란으로 차갑게 식어버렸다. 87년 6월항쟁도 노태우 당선으로, 촛불혁명으로 만들어진 문재인 정부는 정권 교체를 당해버렸다. 앞선 두 번의 시민혁명은 총과 칼로 억눌렀고, 그 다음 두 번은 선거를 통해 눌렀다. 그래서 지금도 저렇게 버티는 거다. 내년 지방선거를 자기들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용진 전 의원(덕성여대 석좌교수)은 11일 <프레시안>이 마련한 김윤철 경희대 교수와 대담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의 중요성에 대해 "윤석열 내란 종식과 재발 위험의 완전한 봉인은 지방선거의 승리를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 중에서도 상징성이 큰 서울시장 선거의 승리가 중요하다는 것. 박 전 의원은 정원오 성동구청장, 박주민 의원 등과 함께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 중 한명이다.
김윤철 교수는 "서울의 민심은 단순히 정의감만 있는 게 아니라 삶의 실질적인 문제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내란 세력이 정치적으로도, 실력으로도 선택받지 못했다는 걸 알려줄 수 있는 선거"라면서 "민주당이 대승적 관점에서 서울시장 선거,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벼랑 끝 통일교의 물귀신 작전?
그런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형 악재가 될 수도 있는 이슈가 불거졌다. 김건희 특검 수사 과정에서 통일교가 여야 정치인들에게 금품 등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실명 보도가 나온 직후 의혹을 부인했지만, 수사의 공정성과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재명 정부 첫 낙마 장관이란 불명예를 안게 된 전재수 전 장관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유력 후보 중 한명이기도 했다.
박 전 의원은 "통일교가 원톱인 한학자 총재가 구속돼 수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죽기 살기로, 물에 빠진 사람이 아무거나 막 잡아들이는 상황이라 신속히 수사해 사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통일교가 생각하는 것보다 진짜 고약하다. 전적으로 자기들이 살려고 정치권을 겁박하면서 틈을 노리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부산시장 선거에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던 거 아닌가? 그래서 이런 정치 상황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 같다. 경찰 수사에 들어가니까 지켜봐야 되겠지만, 한국 정치에서 극우에, 종교집단들까지 정말 정돈해야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12.3 불법계엄, 한 사람의 일탈로 의미 축소해선 안 된다
김 교수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에 대해 "한국이라고 하는 나라의 객관적 현실을 보여준 사건"이라면서 "윤석열 한 사람의 일탈 정도로 봐서는 안되고 민주시민들과 이재명 정부가 냉정히 수용해야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김 교수는 윤석열 내란 재판이 지연되고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했다.
"법률 전문가는 아니지만 평소 사법부가 왜곡된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힌 집단이라고 본다. 지귀연 재판부의 모습은 내란을 윤석열의 일탈, 해프닝 정도로 치부할 생각도 있는 것 같다. 이런 결론이 대한민국에 더 안정적이고 좋을 것이라고 하는 굉장히 왜곡된 사고를 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의원은 "지귀연 재판부에 대한 불신은 있지만, 윤석열 내란 재판 결과 사형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재명 정부 6개월 성적표 'A-', 나라가 안정됐다
한편, 이재명 정부 6개월에 대해 김 교수는 "학점으로 매기면 A마이너스 정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나 대응하는 신속성 등이 잘 준비를 한 모습니다. 권력은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떻게 할 줄 안다고, 그런 점에서 정말 대통령을 하고 싶었던 대통령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정부 4기라고 얘기하는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의 경험이 주는 교훈들을 잘 학습한 것 같다. 다만 굉장히 비상한 상황에서 정권을 잡았다. 그러다보니 빨리 성과를 내야지 이런 조급한 마음이 있을텐데, 그러다 보면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여유를 잃을 수 있다."
박 전 의원은 "6개월을 따져보니 임기의 10분의 1이 지난 거다. 깜짝 놀랐다"며 이재명 정부가 지난 6개월 내란으로 망가진 나라를 정상으로 돌렸다고 강조했다.
"돌아보면 나라가 크게 안정됐다. 경제, 외교 분야에서 상당히 안정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관세협상 끝나자마자 '6대 개혁 과제 밀고 나가겠다'고 얘기하셨다. 지난 민주정부에서 해야하는 데 못했던 일들이다. 정말 잘한 거라고 보고, 온 마음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대담은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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