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법정에서 "세간에 회자되는 부분도 저는 그렇게 진술한 적이 없다"고 말해 자신의 발언으로 촉발된 '정치권 로비 의혹'을 갑자기 부인하고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12일 열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3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주장했다. 윤 전 본부장은 "제가 여러 오해를 지금 최근에도 받고 있다"며 "굳이 표현한다면 이 케이스(권성동 사건) 이야기하는 건 아니고 제가 만난 적도 없는 분들에게 금품을 제공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 전 본부장은 "세간에 회자되는 부분도 제 의도하고 전혀"라며 "저는 그렇게 진술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윤 전 본부장은 다만 어떤 진술을 한 적이 없는지, 어떤 진술이 자신의 의도와 다른지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앞서 김건희특검(민중기 특별검사)는 윤 전 본부장이 특검 조사에서 여야 정치인 5명에 관해 진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전 본부장은 권성동 의원에 대한 돈 전달 혐의에 대해서도 기존 진술과 다른 증언을 했다. 권 의원 측이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을 때 통일교 한학자 총재께 권 의원에게 갖다주라고 하면서 돈을 줬다고 말했다"고 말하자, 윤 전 본부장은 "신문 과정에 적혀있는 문자 외에 콘텍스트가 너무 많다"며 "추가할 것도 있을 거고, 어떤 때는 기억이 안 난다고 이야기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윤 전 본부장이 이처럼 말을 바꾼 데 대해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첫째, 윤 전 본부장이 자신에 대한 처벌이 가중될 것을 우려해 발언 축소를 시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로 윤 전 본부장이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및 다른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하거나 금품을 전달했다고 하면 실제 입증될 경우 윤 전 본부장의 처벌 수위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둘째, 윤 전 본부장이 '전방위 폭로'를 시작 것과 이재명 대통령이 '통일교 해체'를 사실상 수차례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여야 정치인에 대한 추가 폭로가 오히려 통일교 존립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대통령실이 '민주당 의원 연루 여부'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적다는 추정에 기반한 것이다.
이 대통령 측에서 민주당 정치인의 연루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연일 종교 단체 해체를 언급하는 배경에는 이미 상황 판단을 끝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이 대통령은 이미 과거 신천지, 통일교 등 사이비 종교 단체와 수차례 각을 세워온 바 있다.
또한 건진법사를 매개로 한 통일교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커넥션 의혹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나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야당 정치인에 대한 로비 의혹과 비교했을 때 훨씬 무겁다.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살해 사건 이후 통일교의 '주요 수입원'인 일본 교단의 입지가 곤란해진 상황에서 일본과 친분을 과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힘이 필요했을 것이란 배경도 주목받는다. 이재명 정부가 불명확한 야당 정치인 연루 여부 등 정치 상황을 감안해 통일교에 미온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셋째로는 윤 전 본부장이 본인 스스로도 뇌물 액수와 전달 시점 등을 특정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뇌물죄 등이 성립하려면 구체성이 담보돼야 하지만, 전재수 전 해수부 장관의 경우에서처럼 금품 전달 액수나 시점 등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또한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압수수색 등 수사가 필요한 상황인데, 국민의힘과 통일교 커넥션 수사만 해도 수개월이 걸린 바 있다. 특검 차원에서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이어질 경찰 수사에서 밝혀 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윤 전 본부장의 '여야 정치권 전방위 로비' 의혹 폭로는 통일교의 존립 기반 자체를 더욱 위태하게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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