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첫 '반식민주의의 날'이다. 공식 명칭은 "모든 형태와 양상의 식민주의에 반대하는 날(International Day against Colonialism in All Its Forms and Manifestations)"이다. 유엔총회는 지난 12월 5일에 기념일 지정을 표결에 부쳤고, 116개국 찬성으로 통과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반대했고, 다수 서구 국가는 불참 또는 기권했다. 일본의 식민 역사를 지속적으로 비판하며 반성을 요구해 온 대한민국은 '당연히' 기권했다.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지만, 대한민국 정부와 우리 사회는 식민주의 그 자체를 비판하지 않는다. 일본이 우리에게 입힌 피해만을 규탄해왔을 뿐이다. 수백 년간 식민 지배를 자행한 서구 국가들은 배상이나 사과를 회피해오고 있으나, 우리는 이러한 문제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2년간 계속된 가자지구 전쟁이 바로 현재진행 중인 식민주의의 산물이라는 사실조차 모른다.
팔레스타인은 1917~1948년에 영국의 강제 지배를 받았고, 그 결과 78%의 영토를 신생 국가 이스라엘에 빼앗겼다. 1967년에는 나머지 영토인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마저 모조리 잃었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토지를 강탈해 쫓아낸 후 수백 개의 유대인 마을을 건설했다. 2012년 팔레스타인이 유엔에서 국가 지위를 인정받은 이후에도 유대인 마을은 서안지구에서 계속해서 건설되고 있고 이제는 400여 개에 이른다. 전쟁 발발 1년 전인 2022년 8월, 마이클 린크(Michael Lynk) 유엔 특별보고관은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지난 70년의 역사는 탐욕적인 외래 권력[이스라엘]이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하나는 정착 식민주의라는 병적인 환상을 포기하고 토착민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 점점 더 정교하고 가혹한 인구 통제 수단에 의존하는 것이다. … 이스라엘의 정착 식민 프로젝트의 핵심에는 …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국제인도법과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보호조차 없는 군사 통치와 통제를 강요한다. … 그 의도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정치적 납골당, 즉 21세기형 식민주의가 만들어낸 박물관의 유물에 가두는 데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강대국인 이스라엘을 상대로 희망 없는 투쟁을 이어가는 이유는 고향에서 인간으로서의 자유와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기 위해서다.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저지른 1200명의 학살(민간인 900명)은 실로 규탄스러우나, 정의 없는 평화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국제사회가 뒤늦게 깨닫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간 이스라엘과 연대해온 여러 서구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의 독립과 국가 지위를 지지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글로벌 책임강국'을 외교목표로 삼은 우리나라는 어떨까? 지난 11월 20일, 이재명 대통령은 이집트 카이로 대학교 연설에서 중동지역 외교정책으로 'SHINE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가자지구 복구에 인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식민 지배국인 "이스라엘의 동의 없는 독립은 평화를 해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유엔의 12월 14일 반식민주의의 날 지정은 세계에 현존하는 여러 방식의 식민주의를 종식시키고자 하는 노력이며, 그 핵심에는 바로 팔레스타인이 있다. 이번 결의안을 공동 발의한 16개 국가는 외세의 지배와 종속을 경험했고, 이를 국가 정체성의 핵심 역사로 인식해온 나라들이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유엔 회원국이 아니지만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했다. 세상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려는 이들의 노력 앞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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