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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파 상징 지미 라이 유죄·민주당은 해산…저물어가는 홍콩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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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파 상징 지미 라이 유죄·민주당은 해산…저물어가는 홍콩 민주화

라이, 종신형 위기…영국 등 석방 촉구 "표현의 자유 행사 이유로 표적"

폐간된 홍콩 언론 빈과일보 창업자이자 민주화 운동가인 지미 라이(78)가 국가보안법 재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종신형 위기에 처했다. 홍콩 민주진영 최대 정당인 민주당도 해산을 결정함에 따라 중국 압박 속 홍콩 민주 세력이 저물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을 보면 15일(현지시간) 홍콩 고등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라이의 선고 공판에서 외국 세력과 공모, 선동적 자료 출판 등 3건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판단을 내렸다. 2020년 도입된 국가보안법은 분리 독립, 체제 전복, 테러, 외국 세력과의 공모 혐의 등에 대해 최대 무기징역 처벌을 가능하게 한다.

재판부는 라이가 오랫동안 중국에 대한 "증오와 원한"을 품었고 미국이 중국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해 숙고해 왔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제시한 근거 중엔 보안법 시행 다음날 빈과일보 1면에 게재된 '악법 제정으로 일국양제가 죽다'라는 제목의 기사 등이 있었다.

정상참작 사유를 파악하기 위한 다음 공판은 내년 1월12일 열릴 예정이다. 재판부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선고 일자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라이 쪽 변호인은 선고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라이는 국가보안법 시행 직후인 2020년 8월에 외세 공모 혐의로 체포됐고 2023년 12월 관련 혐의 재판이 시작됐다. 국가보안법은 2019년 범죄를 저지른 홍콩 시민을 중국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대규모 시위 뒤 도입됐다. 라이는 송환법 시위 불법 조직 혐의로도 2021년 징역 20개월 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그가 창간한 빈과일보는 당국 압박 속 2021년 폐간됐다.

라이 재판은 보안법 도입 뒤 홍콩의 언론 및 정치적 자유를 가늠할 잣대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라이가 영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가운데 영국 외무·영연방·개발부는 15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성명에서 "오늘 유죄 판단으로 이어진 정치적 동기로 제기된 지미 라이에 대한 기소를 규탄한다"며 석방을 촉구했다. 이어 "지미 라이는 평화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중국 및 홍콩 정부의 표적이 돼 왔다. 중국의 국가보안법은 중국에 대한 비판을 침묵시키기 위해 홍콩에 강제로 적용됐다"고 비판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의 중국 담당 국장 새라 브룩스도 "라이는 단지 그의 빈과일보가 정부를 비판했단 이유로 투옥됐다"며 "지미 라이 유죄 판결은 언론의 본질적 역할을 범죄로 낙인 찍는, 홍콩 언론 자유의 종말을 알리는 종소리"라고 비판했다.

지난 10월 한국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라이의 석방을 촉구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온 바 있다.

반면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유죄 판결을 환영하며 "라이는 오랫동안 그의 매체 빈과일보를 이용해 고의적으로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분열과 증오를 선동했다"며 "법은 직업과 배경을 불문하고 누구도 인권, 민주주의, 자유의 이름으로 우리나라와 시민에 공개적으로 해를 끼치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역시 이날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 계정에 판결을 지지하는 글을 게재했는데, 이들은 라이와 '외부 세력과의 공모'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사무판공실은 라이가 "'일국양제' 원칙의 마지노선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국가 안보를 위협"했다며 "미국과 서방 국가들을 빈번히 방문하여 외부 반중 세력과 결탁하고, 홍콩과 중국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며, 심지어 '미국을 위해 싸우겠다'고 외치고, 동시에 언론을 조작하여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외부 세력과 반중 세력이 처벌 없이 활동하던 시대는 영원히 끝났다"라며 "어떤 구실이나 배후 세력, 배후 조종자가 있든 간에, 국가보안법에 도전하거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 및 활동에 가담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반드시 법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홍콩대 정치행정학 명예교수 존 번스가 "2019년 시위가 (외세가 추동한) '색깔 혁명' 시도였다는 중앙정부 서사에 있어 이번 재판의 상징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라이에 장기형이 선고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한편 홍콩의 마지막 남은 주요 야당인 민주당이 14일 해산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민주당은 이날 특별당원회의를 통해 당 해산 관련 투표를 가졌다. 121표 중 117표가 해산에 찬성했고 나머지는 기권표였다.

통신은 지난 4월 민주당 고위 간부들이 중국 관료 등으로부터 당을 해산하지 않으면 체포 등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민주당은 2021년 당국이 '애국자'임을 검증한 사람만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홍콩 선거 제도가 바뀐 뒤 설 자리를 잃었다.

▲15일(현지시간) 홍콩 국가보안법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빈과일보 창업자 지미 라이의 2020년 6월 언론 인터뷰 당시 사진.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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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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