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존의 '보수화' 노선 대신 '중도 확장' 쪽으로 방향을 틀 조짐을 점차 보이고 있다. 장 대표는 앞서 '연말까지는 보수진영 결집, 신년부터 중도 확장'이라는 전략을 직간접적으로 밝혀왔다.
다만 최근 친한동훈계 인사에 대한 징계요구 조치로 당내 계파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데다가, 그간의 강성보수 언행으로 인해 변화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반응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19일 국민의힘 충북도당 당원교육 연설에서, 총 14분가량의 연설 도중 '변화'를 11회, '변해야 한다'는 표현을 3회 사용했다. 평균 1분에 한 번 꼴로 '변화'를 외친 셈이다.
장 대표는 "어떤 설명과 이유에도 불구하고, 계엄과 탄핵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된다"며 "결과에 책임질 줄 아는 것이 보수 정치이고 그것이 (우리가) 저들과 다른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로서 그에 대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 그 바탕 위에서 변화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우리는 이겨야 한다. 이기기 위해서 변해야 한다", "싸움을 위해 이제 우리가 변해야 할 시점"이라며 "여러분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이제부터 국민의힘의 변화를 지켜봐주고 응원해달라"고 당부헀다.
그는 "변화하되 보수의 가치를 버리지 않겠다. 변하되 지킬 것은 반드시 지키겠다"며 "변화하는 길에 당원동지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하겠다. 변화하는 국민의힘의 길에 당원 여러분께서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장 대표는 지난 8.2 전당대회 당선 이후 때로 '극우화'라는 비판을 들었던 장동혁 지도부의 노선에 대해 "지난 100일이 넘게 저는 우리 당원·지지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다"며 "변화를 위해 달려갈 수 있는 힘을 모으기 위한 지난 100일"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저는 그 (전당대회) 자리에서 '위기는 변화할 준비가 돼있는 사람에게 하늘이 주는 선물'이라고 말씀드렸고, '우리는 변화할 준비가 돼있고 그 변화의 맨앞에 제가 서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언급했다.
'변화'의 구체적 방향성에 대해서는 다소 간접적인 시사만 나왔다. 그는 "작년 12월 3일, 저는 국회 본회의장에 있었다.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고, 17명의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계엄 해제에 찬성표를 던졌다"며 "아마 함께하지 못했던 90명의 의원들도 본회의장에 들어올 수 있었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전당대회 승리에 대해 "계엄 해제에 빚이 없는 저를 당원들께서 선택해 주셨다. 그것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민주당의 내란몰이에 대해, 계엄 해제 표결에 빚이 없는 제가 맨앞에 서서 당당하게 싸우라는 우리 당원들의 명령"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또 "저는 아직도 헌법재판소 심판 과정에 여러 절차상의 문제점들이 있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해 왔다"며 "민주당과 달리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보수의 가치이고 저들과 다른 보수의 품격이기 때문"이라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에 여전히 반대하는 지지층 일부를 설득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얐다.
그는 다만 이 과정에서 "헌법재판소는 '민주당의 여러 의회 폭거가 있었지만 그 폭거는 정당해산이나 다른 정치적인 방법으로 풀었어야 옳았다'고 판결을 내렸다"고 헌재 탄핵 결정에 대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기도 했다.
헌재 결정문을 보면, 헌재는 '민주당의 의회 폭거가 있었다'고 규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청구인(윤석열)은 민주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므로 정당해산심판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대통령 및 여당과 다른 정치적 이념과 가치관을 추구하는 야당이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정당의 활동에 속한다. 민주당이 피청구인과 다른 정치적 견해를 표시하거나, 피청구인의 정책을 비판하고 피청구인의 권한행사를 견제하거나, 피청구인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와 복수정당 체제를 고려할 때 비상계엄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다만 "피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민주당이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가 초래할 수 있는 혼란은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것이므로 평상시 헌법질서에 따른 권력행사 방법으로 대처할 수 없는 국가비상사태를 발생시킨다고 볼 수 없다"거나 "피청구인의 주장처럼 민주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는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하면서 정당해산심판 제도와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언급했다. '피청구인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라는 가정적 전제 하에서 '그렇다 해도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어야지, 비상계엄을 선포해서는 안 됐다'는 취지다.
장 대표는 한편 "추운 겨울 아스팔트 위에서 싸웠지만 탄핵을 막아내지 못했다. 저희가 부족했다"거나 "국민들께서 만들어주신 정권을 두 번 연속 지켜내지 못했다"고 여전히 탄핵 반대 진영에 대한 구애성 발언도 완전히 놓지 않았다.
"여러분들 마음 속에 지키고 싶은 것들이 다 각자 다르겠지만, 저와 국민의힘은 그 지키고 싶은 것들을 반드시 지켜드리겠다"고 다소 애매모호한 화법을 구사하기도 했다.
특히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당무감사위의 징계요구 조치로 친한계와 소장파, 비주류는 물론 영남·주류에서도 자신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상황을 의식한 듯, 장 대표는 이날 "당 대표가 부족하다면, 당 대표가 잘못하는 것이 있다면 손가락질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 부족함을 메워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