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2일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안'(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고 강행 처리 수순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한 저지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날 대법원 사무분담위원회가 내란전담재판부 판사를 구성하고, 판사회의가 이를 의결하도록 하는 설치법안을 마련해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했다.
당초 민주당은 국회 등 사법부 외부에서 내란 사건 전담 판사를 추천하는 방식을 적용했지만, 위헌 논란이 일자 전국법관대표회의, 판사회의를 통해 판사 추천위원을 구성하고 추천된 인물 중에서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방식의 수정안을 냈다.
그러나 전국법관대표회의도 특정 성향이 있다는 등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이날 추천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지 않고 대법원 사무분담위원회가 판사를 구성하면 판사회의가 이를 의결토록 하는 재수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대법원장의 최종 임명권도 배제했다.
민주당 박수현 대변인은 "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대신 서울중앙지법과 고법 판사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수와 판사 요건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하면 그것을 각 법원 사무분담위원회가 기준에 따라 사무 분담한 뒤 판사회의 의결을 거쳐 각급 법원장이 의결대로 보임하게 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 관여를 아예 삭제하는 방향으로 구성됐다"고 했다.
정청래 대표는 "위헌성과 위험성을 모두 제거했다"고 자평했지만, 판사 추천위를 구성하지 않더라도 재판부 무작위 배당 원칙에 어긋나 위헌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재수정안도 무작위 배당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박 대변인은 "내란전담재판부를 복수로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 무작위 배당이란 원칙은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했다.
민주당 재수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지난 18일 대법원이 마련한 내란·외환 전담재판부 설치 관련 자체 예규는 사실상 무력화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법안 통과 시 예규 수정 의사를 묻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무작위 배당을 하도록 되어 있는 기본 원칙에 완전히 어긋난다"며 "독극물을 조금 덜어낸다고 그 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기 때문에 위헌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보면 나라의 국법을 만드는 것을 호떡 뒤집듯이 쉽게 생각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를 첫 주자로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장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 국회에는 대화도 타협도 없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원한다면 민주당은 무조건 복종하고 무엇이든 자신들 뜻대로 모두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 시작과 더불어 24시간 경과 시 강제로 종료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23일 국민의힘의 반대를 무력화하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 표결을 강행할 계획이다.
조국혁신당도 민주당 재수정안에 힘을 보태는 분위기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KBS 라디오 프로그램 <전격시사>에 출연해 "위헌 소지가 대부분 삭제된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본회의 통과는 무방할 것"이라며 찬성 의사를 내비쳤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통과시킨 뒤엔 언론계와 시민단체가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해 반대하는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정안)'도 23일 본회의에 상정해 24일 처리할 방침이다.
당초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보다 이를 먼저 처리하려 했으나 수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순서를 바꿨다. 민주당은 "개혁입법 슈퍼위크"(정청래 대표)라며 위헌 논란이 일고 있는 법안들에 대한 강행 처리를 연내에 마무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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