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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은 왜 '동진강도수로 개통식'에 참석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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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은 왜 '동진강도수로 개통식'에 참석하지 않았을까?

김장근 전 농협본부장 <부안이야기>33호에 당시 정치상황과 농업시설 현황 기고

1969년 8월 6일, 전북 정주군(현 전북자치도 정읍시) 칠보산 자락 하늘은 흐렸다.

낮부터 내리던 비는 준공식 시작 무렵 번개를 동반해 장대비로 변했고,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행사장에 빽빽이 들어찼다.

부안의 계화도 간척사업(공식명칭으로는 ‘동진강 수리간척사업’)의 통수식(通水式)이 열리는 날이었다.

그날은 대한민국이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첫걸음을 딛는 상징의 날이기도 했다.

20여 년 간 이어진 간척과 관개 기술의 집대성이자, 박정희 정권이 야심 차게 추진한 국가 근대화의 표상이던 사업의 끝이었다.

▲1969년 8월6일 궂은 날씨속에 동진강수리간척사업 통수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어떤 사정에 의해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전라북도 DB

행사장에는 당시 건설부 장관 이한림이 주재했고 내무·농림·보사부 장관을 비롯해 고관대작들이 총출동했다. 또 전북 도내 정치인들과 수천 명의 주민도 정읍 칠보발전소 앞 골짜기를 가득 메웠다.

그런데 정작 그 프로젝트의 주인공이라 할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현수막에는 '대통령 각하의 은혜에 보답하자!'라는 커다란 문구가 걸려 있었으나, 대통령은 오지 않았다.

대통령을 기다리던 군중의 시선은 끝내 단상에 닿지 못했다.

동진강 수리간척사업은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의 산업화 구상 속에서 등장했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직후 착수한 첫 대규모 국가 간척사업이었으며, 그 범위는 동진면 안성리에서 하서면 돈지리에 이르는 약 4천ha의 계화도 일대를 포괄했다.

섬진강댐(옥정호)에서 칠보발전소를 거쳐 부안의 청호저수지로 물을 보내는 67km의 동진강 도수로는 이 사업의 핵심이었다. 이 수로를 통해 김제와 정읍, 부안의 평야는 생명수를 얻게 되었고, ‘계화미’로 불리는 전국적인 브랜드 쌀의 기반이 놓인 것이다.

그런데 이 국가사적 사업의 완공식에 대통령이 빠졌다는 사실은 당시에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박 전대통령은 1960~70년대 전국의 수리개발 현장인 대아저수지를 비롯해 월촌양수장, 호남야산개발 현장까지 꼼꼼히 챙겨 다니던 인물이었다.

그 의문은 같은 날짜의 신문 지면에 풀린다. 1969년 8월 7일자 한 일간지에는 '마지막 카드로 판가름'이라는 제목의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박정희 대통령은 6일 비 때문에 동진강 간척지 통수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아침부터 밤늦도록 소속 의원들과 접촉을 계속하였다.”

비 때문이라는 설명 뒤에 숨은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이 이후에 펼쳐지는 거대한 정치사적 회오리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바꾸고 박정희 대통령의 운명마저도 뒤바뀌는 사건이 된다.

▲오늘날 동진강 도수로의 모습. ⓒ프레시안

근현대 농산업유산과 수리 간척, 지역사의 전문가인 김장근 전 농협은행 전북본부장은 최근 발간된 <부안이야기> 제33호를 통해 당시 동진강 도수로 개발사업의 전후 상황에 대한 장문의 글을 기고했다.

기고에 앞서 김장근 전 본부장은 전북지역의 농업용수로와 새만금 간척지 일대 등을 약 4000㎞ 이상 도보로 답사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번 김 전 본부장의 글에는 식량증산과 농업의 근대화라는 과제를 달성하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요한 의지와 정권의 연장을 획책하는 독재자의 감춰진 이야기가 당시의 시대상황과 맞물려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부안이야기> 최근호에는 이밖에도 전북 부안에서 감귤로 농업지도를 바꾼 청년 여성농부 김현진의 이야기(김형미 시인)와 부안출신 노동시인으로 '솔아 푸르른 솔아'를 지은 고(故) 박영근 시인의 문학적 성취와 회고(박정근 전 대진대 교수), 파란눈의 이방인인 브라이언 베리가 부안 변산에 살던 노부부의 막내아들이 된 사연(정재철 부안역사문화연구소 이사) 등이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또 판화가 김억이 쓴 부안 정착기와 성지현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 연구사가 동료 교사의 기억을 토대로 쓴 부안 위도와 할머니의 이야기, 강민숙 시인의 고향과 아버지, 유년시절에 대한 몽글몽글한 이야기도 재미지다.

한편 <부안이야기>는 2009년 이후 26년째 매년 두 차례씩 주민과 독자들의 후원금만으로 발행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부안 역사문화 정기 간행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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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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