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과 그 후폭풍을 거치며 우리 사회는 다시 '답이 없는 것 같은 질문' 앞에 1년이 넘게 고민하고 있다.
그 질문은 이렇다. "우리는 결국 내란세력을 청산하지 못하고, 혹은 내란에 동조하거나 내란에 우호적인 정치 세력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가?"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대다수 전문가들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그 답은 "우리 현실이 그렇다"라고 '자조적'으로 느끼고 있다.
그 이유는 '한국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구조적 조건'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시 말해 소위 '내란세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내란재판에서 볼 수 있듯이 내란에 관여한 사람들이 '소수의 정치인, 소수의 정치 세력'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한국 사회 내부의 하나의 '광범위한 정치 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것으로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내란 선동'이나 '헌정질서 위협', '비상 권력에 대한 찬양'은 일부 정치 지도자들 개인의 일탈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 뒤에는 보수 정치 기득권, 검찰·관료·사법 엘리트, 이념적 지지층, 그리고 강한 권위주의적 정서를 가진 대중을 비롯해 '신흥 정치세력'으로 부상한 '극우 유튜브 세력'이 결합한 하나의 사회적 세력으로 존재하고 있다.
즉, 이들은 '해당 조직'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쉽게 사라질 수도, 단번에 분리될 수도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프랑스가 나치 부역자를 대대적으로 '단죄'했던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군부 쿠데타 세력조차 정계에 복귀했던 포괄적 민주주의 모델을 유지해왔다.
5·16과 12·12 군사쿠데타 주역들은 정치·경제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왔고, 촛불 이후에도 반민주 세력 역시 관료·사법·정치 영역에서 다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이는 '민주주의는 배제보다 포용이 낫다'는 기본적 원칙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란 우호 세력과의 공존'이 불가피한 구조적 배경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내란 세력과의 공존은 '운명'이 아니라 '구조적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한국 민주주의는 권력기관의 관성과 연속성, 대중의 권위주의적 심리,미약한 처벌,포용 중심의 민주주의 구조,미디어 환경의 양극화 속에서 내란·반헌법 세력과 어쩔 수 없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내란·쿠데타·부정선거 세력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면서 반헌법 세력은 정치·언론·관료 영역으로 빠르게 복귀했으며 '사회적 낙인'도 약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란세력'을 제대로 척결하지 못한 채 내란세력(동조)과 함께 얼굴 맞대고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정치 구조, 한국사회에 뿌리 깊게 존재하는 기득권층의 집단적 반발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덧붙여 지역 주민의 생각 차이도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을 어떻게 해소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할 것 인지에 대해 고민도 클 수 밖에 없다.
우석대학교 이재규 교수는 "국힘 세력이 '영남 지역주의'에 기대서 오래 연명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런 대목이지만, '척결'은 단칼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제도적 보완과 함께 길게 설득하고 돌려 세워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단 내란의 주범들에게는 단호한 사법처리가 우선 돼야 하며 행여라도 이 정권 중,후반에 어쩡정한 사면이나 대통합 논의가 나오질 않기 바란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국힘 정당 해산 추진 같은 것은 중도층의 반발을 키워가는 통로 등으로 활용될 수 있고 정당해산을 이뤄낸 들 그들은 또 다른 우산 아래 집결할 것"으로 봤다.
그는 또 "국힘 정당해산 추진 같은 것은 오히려 중도층의 반발을 키울 수 있고 정당해산을 이뤄낸 들 그들은 또 다른 우산 아래 집결할 것"이라면서 "개헌을 필요하면 1, 2차로 나눠 우리 사회 변화의 흐름을 구조화하고 역행할 수 없게 하되 개혁 추진세력의 폭을 최대한 넓게 유지하고 연대해나가면서 풀어야 할 문제이며 그런 점에서 소수정당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교섭단체 요건완화나 선거구제 개편 등이 내년 초에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정의당 오현숙 의원은 "'12.3내란사태'는 윤석열과 그 주변 만이 아니라 지난 수십 년 간 우리 사회를 이끌어 왔던 많은 제도와 형식이 낡았고 국민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정치사회가 기득권층만을 대변해왔다는 점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오 의원은 그러나 "내란 1년이 지난 지금 내란범에 대한 느려 터진 재판 진행 과정이나 국민의힘 행보에 국민들은 울화통이 터지고 내란청산이 제대로 될 지에 대한 불안감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봤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는 사법부에 사법개혁을 비롯한 제도개혁을 원하는 것이며 또 양당 정치의 폐해와 지역분열, 혐오선동이 난무하는 사회에 대한 해결책을 원하고 있지만 뚜렷한 방안은 찾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진단하며 "내란세력이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던 계엄선포일이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좀 더 민주적으로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역할에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변호사협회회장을 지낸 최성민 변호사는 "내란 1년이 지나도록 단 한 사람도 처벌 받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한 지연이 아니라 '사법의 실패'이며 헌정 질서에 대한 또 하나의 범죄"라고 규정했다.
최 변호사는 "형법은 내란을 국가범죄 중 가장 무겁게 다룬다"며 "내란 수괴에 대한 형벌은 단 두 가지 뿐으로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선택지는 이것 뿐"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또 "1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는 법치국가가 아니"라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 가지 원칙을 세운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을 예로 들었다.
"국가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범죄일 수록, 가장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최 변호사는 "재판은 복수가 아니"라면서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망각이 아니라 기억이고 타협이 아니라 집행이며 침묵이 아니라 판결"이라면서 "내란을 일으켜도 1년만 버티면 아무 일도 없는 나라로 남을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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