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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사실 알았나? '법무부 단속 사망' 뚜안, 발견 직후 빠져나간 차 두 대가 출입국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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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사실 알았나? '법무부 단속 사망' 뚜안, 발견 직후 빠져나간 차 두 대가 출입국 차량?

법무부 설명과 상충하는 정황·증언 속속 발견… 출입국, 추락 사실 이미 알았나

지난 10월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베트남 유학생 부뚜안 씨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의 기존 설명과 상충하는 정황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당일 단속반원이 철수했다고 밝힌 시점보다 30분이 지난 뒤에도 출입국 소속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인근 CCTV에 포착됐다. 아울러 법무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단속 종료 시각도 여러 차례 수정되고 있다.

고 뚜안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강제단속 중단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공동대책위원회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고 뚜안 사망 사건 진상조사 중간 보고회'에서 "법무부는 당일 저녁 6시 10분에 단속이 끝났다고 주장하나, 실제 단속반 차량은 6시 43분쯤 공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공대위가 자체 구성한 진상조사단과 법률지원팀이 사고 발생지 인근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다.

대구 계명대를 졸업한 베트남 유학생 고 부뚜안(VU TU ANH·25세 사망) 씨는 지난 10월 28일 자신이 일하던 공장 SJ오토텍 3층에서 추락해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대구출입국사무소 단속반원들이 미등록 이주민을 단속한다며 공장을 급습한 지 3시간 30분가량이 지난 때다. 뚜안 씨는 공장 2층에서 일했다. 뚜안 씨는 단속반원의 장시간 수색을 피해 3층 창고에 숨었던 것으로 보인다.

6시 43분은 추락한 뚜안 씨가 발견된 지 10여 분 뒤로 추정되는 시각이다. 공장 관계자는 이날 6시 38분 119에 첫 신고를 했다. 뚜안 씨를 발견한 그의 동료는 이보다 4분 전인 6시 34분 동생에게 전화해 이 사실을 알렸다. 이 동료는 추락 광경을 보고 나서 '5분가량 마음을 진정한 뒤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뚜안 씨는 6시 27분까지 친구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공대위는 이에 뚜안 씨가 6시 30분경 추락한 채 발견됐다고 보고 있다.

▲진상조사단이 확보한 CCTV 영상에 찍힌 25인승 버스. 조사단은 CCTV, 현장 노동자 영상 증거 및 증언 등을 종합해 이를 출입국 단속반원 차량이라고 추정했다. ⓒ공동대책위

▲법무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단속 완료 시각은 지금까지 크게 3차례 변경됐다. 위는 법무부가 박은정 의원실에 제공한 답변 자료로, 위 자료에선 6시 10분 경을 단속 종료 시점이라 밝혔다. ⓒ박은정 의원실

이는 법무부가 단속을 끝냈다고 밝힌 시각보다 33분이 더 지난 시각이다. 공대위가 "법무부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의심하는 이유다. 특히 법무부가 주장한 단속 종료 시각은 계속 수정됐다. 사고 직후엔 오후 4시에 단속이 종료됐다고 밝혔으나, 이후 보도자료에선 오후 5시 50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다 다시 국회(박은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선 오후 6시 10분이라고 밝혔다.

공대위 진상조사단은 법원 증거보전절차를 통해서야 대구시 관제센터 CCTV 영상을 구할 수 있었다. 법류지원팀의 최정규 변호사는 "'단속반이 6시 20분까지도 공장에 있었다' 등의 현장 노동자들 증언은 이미 있었다"며 "이후 CCTV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출입국 소속으로 추정되는 차량 두 대를 봤고, 증언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는 곧 법무부의 말만 믿고 넘어갈 수 없다는 뜻이고,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조사를 진행한 권미정 김용균재단 운영위원장은 "출입국 차량마다 블랙박스가 있고, 단속반원들도 바디캠으로 현장 상황을 다 촬영한다"며 "이 부분 자료를 제공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공개되지 않고 있다. 관련 자료 요청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조사단은 조사 과정에서 '단속반원들이 뚜안의 사망을 인지했다'는 취지의 증언도 들었다. 이날 단속에 적발돼 본국으로 추방된 한 이주민은 진상조사단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뚜안이 죽은 게 발견되지 않았다면, 그들은 단속을 더 오래 했을 것'이라며 '이주민 2명이 이미 한 출입국 직원에게 손이 잡힌 상태였는데, 뚜안 소식을 듣고 풀려났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운이 좋았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는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 넘게 진행 중이다. 최 변호사는 "일반적인 변사사건(사인이 확실치 않은 죽음)보다 사건 종결이 늦다"며 "법무부 주장처럼, 이게 개인 과실이면 이렇게까지 조사를 길게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석연치 않은 지점"이라며 "뚜안 씨의 추락 사실을 인지하고 공장을 이탈한 건지, 시점이 공교롭게 맞물린 건지, 도저히 우리 선에선 확인할 수 없다. 대구출입국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단은 이 밖에도 단속 과정의 절차도 명명백백히 규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된 자료 원본을 모두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단속 전 작성하는 단속계획서, 사전검토보고서, 동향조사보고서 등이다. 법무부는 적법절차를 지켰다고 주장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단속반원들이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고, 체류 자격 여부 확인도 없이 무조건 수갑을 채워 연행했으며, 동의 없이 휴대폰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미란다 고지도 없었고, 통역인 참여 보장도 없었다. 모두 '출입국사범 단속 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 훈령 위반이다.

공대위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이주민의 안정적 체류 보장 △폭력적 강제단속 정책의 전면 중단을 요구하며 15일째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노숙농성 중이다. 진상조사단은 "단속반원 전원에 대한 대면 조사와 함께 사고 당일의 모든 교신 내용, 채증 자료, 단속반원 교육자료, 단속 관련 내부 지침 및 성과평가 자료, 연행된 노동자들의 긴급보호서 등 모든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고 뚜안 씨가 숨어있었던 SJ오토텍 3층 창고 내 한 공간. 집진기, 에어컨 실외기 등이 놓여 있었다. 뚜안 씨의 휴대전화에 남아 있던 사진이다. ⓒ공동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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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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