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으로 가득 찬 선출직 공직자라면 당선되고 나서 재직하는 동안은 '공인(公人)'으로서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란 좀처럼 쉽지 않게 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프레시안>은 그런 궁금증에서 비롯된 하나의 질문을 전북특별자치도지사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치인 4명에게 던졌다.
“여유로운 1시간이 주어진다면, 딱 한 가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질문은 단순했지만, 답변은 각기 다른 삶의 결을 드러냈다.
취업을 준비하는 아들과의 대화, 배우자와의 산책, 함께 일해 온 직원들과의 시간, 하루를 돌아보는 감사와 성찰.
네 사람의 선택은 곧 그들이 정치와 행정을 바라보는 시선이자, 그들이 진정으로 꿈꾸는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아빠는 네 편"…청년의 삶 응원하는 안호영
안호영 국회의원은 한 시간의 여유가 생긴다면 취업 준비생인 아들과 마주 앉아 수다를 떨고 싶다고 답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도 아직 일자리를 찾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며 그는 오늘날 청년들이 겪는 불안과 좌절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아들을 보면 청년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버티며 살아가는지 집에서 먼저 느낀다”며 “그 한 시간만큼은 ‘괜찮다, 잘하고 있다, 아빠는 네 편이다’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의 말 속에는 부성애를 넘어 청년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인권과 노동 문제를 다뤄온 법률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국회에서는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등을 지내며 노동, 고용, 산업안전, 사회적 약자 보호 문제를 중심으로 의정활동을 이어왔다.
산업현장의 안전과 비정규직 보호, 청년 고용 불안 해소는 그가 일관되게 강조해온 핵심 의제다.
안 의원에게 ‘한 시간’은 휴식의 시간보다는 청년의 삶을 듣고 공감하며 정치가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 지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인 셈이다.
'아내와 산책'을 꼽은 김관영의 도정 철학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의 답변은 가장 짧았다. '아내와 산책'
그러나 이 간결한 한 문장은 김 도지사의 정치 이력과 도정 운영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편안한 동행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다양한 갈등과 산적한 현안 업무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그 순간은 또 다른 해결의 열쇠를 제공하기도 한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인 그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재정·경제 분야에 강점을 지닌 정치인으로 평가받아 왔다.
김 도지사는 취임 이후 새만금 개발 가속화, 기업 유치 확대, 전북형 미래산업 육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해 왔다. 이차전지, 방위산업, 농생명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 구조 전환을 추진하는 한편, 중앙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국가 예산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새벽 일찍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그는 숨 쉴 틈조차 없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외국어 학습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가장 하고 싶은 딱 한 가지로 '아내와의 산책'을 꼽은 것은 단순한 휴식의 시간보다는 배우자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자신을 성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기회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 또한 엿보인다.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보내고 싶다는 정헌율
정헌율 익산시장은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익산시청 직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시민과의 소통만큼이나, 행정을 실제로 움직이는 공직자들과의 신뢰를 중요하게 여겨왔다.
정 시장은 “평소 시민들과는 현장 방문이나 SNS를 통해 자주 소통하지만, 직원들과는 업무 보고 외에 충분히 대화할 기회가 많지 않아 늘 아쉬움이 있었다”며 “그 한 시간은 감사와 격려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중앙부처와 지방행정을 두루 경험한 그는 조직 운영에서 ‘사람’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
익산시정에서도 내부 소통 강화, 실무자 권한 확대, 책임 행정을 강조해 왔다. 그는 “정책은 사람이 만들고, 신뢰가 있어야 실행된다”고 말한다.
정 시장에게 직원들과의 한 시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행정의 동력을 재확인하는 시간이다. 그는 도지사라는 더 큰 조직의 수장의 책임이 주어지더라도 그 근본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오늘도 도움이 되었는가' 성찰하겠다는 이원택
이원택 국회의원은 하루를 마무리하며 갖는 '감사하는 시간'으로 한 시간의 여유를 보내겠다고 답했다. 그는 매일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나는 오늘 도민에게 도움이 되었는가.”
이 의원은 “오늘 만난 사람들, 들은 이야기들, 해결한 일과 해결하지 못한 일을 돌아보며 감사의 마음을 정리한다”며 “그 시간이 다음 날 더 열심히 일할 힘을 준다”고 말했다.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으로 알려진 그는 농민, 어민, 소상공인과의 만남을 중시하며 ‘듣는 정치’를 강조해 왔다.
이 의원에게 성찰의 시간은 정치의 나침반이다. 감사와 반성을 통해 스스로를 점검하지 않으면, 권력은 쉽게 오만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경계심이 그의 정치관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진짜 질문은 '평소에 가장 못했던 것'
사실, 이 질문의 의도는 '평소 절실하게 원하면서도 하지 못했던 것이 무엇인가'를 듣고 싶어 제시한 질문이었다.
바꿔 말하자면 평소 하지 못하는 것, 하기 어려운 것, 간절하게 하고 싶은 것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
네 명의 출마 예정자가 선택한 ‘한 시간’은 서로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도정 운영의 우선순위를 드러냈다.
가족과의 대화, 일상의 회복, 조직과의 소통, 자기 성찰이라는 선택은 각 후보가 중시하는 리더십의 방향을 보여준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선거는 정책과 공약 경쟁과 함께, 이러한 리더십의 차이가 유권자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검증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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