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에 신이시여, 죄송하지만 이제 더 이상 당신이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좋은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 인생을 두고 당신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떠넘겼지만 이제는 제 몫을 스스로 감당해야 합니다. 당신이 저를 당신의 형상으로 창조했다면 분명 저도 할 수 있을 겁니다... 머지않아 저는 이 세상을 떠날 겁니다. 어디로 갈지는 모릅니다. 제가 왔던 별빛의 세계로 조용히 사라지겠지요. 하지만 이 곳에 무언가를 남기고 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것이 저의 불멸이니까요."
2024년 12월 생을 마감한 저자 찰스 핸디는 위대한 경영사상가였다. 피터 드러커는 그에게 '천재적인 통찰력으로 학문적인 개념을 현실에 대입해 구현한 사람'이라 찬사를 보낸 적 있다. <아흔에 바라본 삶>은 2019년 이후 뇌졸중으로 투병하던 중 병상에서 남긴 유작으로 구술에 의존했다.
'연관'추천되는 책이 하나 있다. 2015년,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뜬 독일의 전 총리 헬무트 슈미트의 에세이 <헬무트 슈미트, 구십 평생 내가 배운 것들>. 2016년에 번역됐다. 배제와 갈등과 보복이 아닌, 통합과 미래와 비전의 정치를 꿈꾸는 이들에게 지혜를 안길 것이다.
다시 찰스 핸디가 말하는 '후회 없는 삶'을 살다 가기 위한 지혜 중 하나. 저자는 미국 대선에 출마한 후보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 젊은 여성 기자의 이야기를 거론한다. 두 후보는 부시와 클린턴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기억이 확실하지 않으니 책에서는 편의상 A와 B라고 호칭했다.
기자가 이렇게 말했다.
"A와 이야기를 나눌 때는 '내가 지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과 같은 방에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B와 함께 있을 때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여성이 된 것 같다'는 기분이었죠. 그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아일랜드에서 성직자의 사제로 태어난 저자가 '아일랜드식 축복'을 내린다.
"인생의 여정이 당신을 어디로 데려가든/ 그 길이 언제나 당신의 발걸음에 맞춰 이어지기를/ 바람이 항상 당신의 등 뒤에서 불어오기를/ 햇살이 당신의 얼굴을 따뜻하게 비춰주고/비가 당신의 들판을 포근하게 적셔주기를/ 그리고 언젠가 어떤 모습으로든
우리가 다시 만날 때까지/ 신이 그의 손바닥 안에 당신을 품어 지켜주기를"
올 한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년에는 건강과 평화롭기를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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