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북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일부 출마 예정자들이 '출생지원금 1억 원', '고3 학생 1인당 경제교육비 100만 원 지원'과 같은 파격적인 금융지원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교육정책'이라기보다 '복지정책'에 가깝고, 교육감의 권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뒤따른다. 그럼에도 이런 공약들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들은 '인구 소멸'등 전북의 현실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이를 돌파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전북은 이미 학령인구 감소가 '위험 신호'를 넘어 '붕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학생 수 감소는 곧 학교 통폐합과 교원 감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지역 공동체의 해체와 소멸로 연결된다.
교육의 문제가 곧 지역 존립의 문제로 확장되는 구조 속에서, 교육감 선거는 더 이상 '교실 안 정책'만으로 치러질 수 없는 선거가 됐다는 것이다. 출생지원금이나 청소년 대상 직접 지원 공약은 이런 위기 인식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기존 교육정책 공약에 대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다. '혁신학교, AI 교육, 기초학력 강화, 교권 보호' 등은 지난 교육감 선거 때마다 반복돼 온 '단골 메뉴' 였지만 그러한 공약과 정책으로 전북교육의 질이 개선되거나 나아졌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관련 공약 이행에 따른 도민들의 체감도는 낮았고, 성과를 둘러싼 논쟁만 남았다.
일부 후보들이 '현금성·준현금성' 지원이라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공약으로 방향을 튼 이유로 해석할 수 있다. "교육의 성과를 설명하기보다,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이익을 제시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출마예정자들이 제시하는 교육감의 역할 역시 달라지고 있다.
'무상급식'과 '무상교복', '무상교육'을 거치며 교육감은 이미 '준(準)복지 행정가'로 인식돼 왔다. 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출마예정자들이 금융지원 공약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도 교육재정을 활용해 유권자인 교육 공동체의 '생활복지'까지 책임지겠다며 표심을 자극하면서 유능한 교육감으로서의 면모를 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황호진 전 전북부교육감은 출마기자회견에서 '출생지원금 1억 지원'을 약속했다. "유치원부터 대학 입시 때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황 전 부교육감은 "이는 전북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정책"이라면서 "교육.지역.경제를 살리는 핵심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병섭 전국교육자치혁신연대 상임대표는 첫 공약으로 '고3학생에게 1인당 100만 원 지원'을 제시했다. 노 대표는 "금융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져야 할 예방적 공공정책"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현금지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교육과 연계된 예방형정책"임을 강조했다.
이 뿐 아니다.
이남호 전 전북대총장은 "교육감은 주어진 예산을 전달하는 배달부가 아니"라면서 "전북교육예산 5조 원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 연계로 5조 원 교육재정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 전 총장은 "예산은 숫자이지만 그 숫자가 닿는 것은 아이들의 하루이며 전북의 미래"라는 점을 강조한다.
세 번째 전북교육감에 도전하는 천호성 전주교육대학 교수는 지난 2022년 교육감 선거 때 '전북교육 5조 원 시대'를 공약한 바 있다. 천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는 "전북에서 살아갈 미래세대를 위해 교육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며 "기초학력 완전책임제,진학진로교육원 신설,청렴·공정 행정 확립" 등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교사출신인 유성동 좋은교육시민연대 대표는 "교실혁명을 통한 공교육 회복과 공공교육시스템 구축을 통한 공교육 혁신"을 핵심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유 대표는 "지금 전북교육의 위기는 당장 눈앞의 학교 문제를 넘어서 전북의 다음 세대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한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공약이 '선거용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법적 근거와 안정적 재원 마련 방안 등 구체적 대책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형평성 논란도 피할 수 없다. 특정 학년이나 특정 가정에 집중된 지원이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지는 않는 지에 대한 검증 역시 필요하다.
교육감 선거에 등장한 '현금 지원 공약'들은 교육의 본질을 둘러싼 고민이기 보다, 전북이라는 지역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곳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절박한 질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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