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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미안해"…'12·29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5·18민주광장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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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미안해"…'12·29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5·18민주광장서 열려

"책임자 처벌 0건, 정보 공개 0건, 사과 0건"…1년째 제자리인 진상규명 '분노'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두 아들아. 지칠 때면 추모관에서 한없이 울면서 다시 다짐하고 있단다. 무너지지 않고 아빠답게 행동할 테니 지켜보고 응원해 다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이틀 앞둔 2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시민추모대회에서 참사로 아내와 두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김영현씨가 하늘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 내려가다 끝내 오열했다.

그는"아내는 용봉동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었고 큰 아이는 대학 졸업반, 작은 아이는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며 "연말을 맞아 가족과 태국 여행을 했고, 저는 근무지인 인도로 복귀했고 가족들은 한국으로 돌아가다 사고를 당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아빠 회사에서 해외 근무를 제안했을때 큰아들은 그런 결정을 한 것이 너무나 멋지다며 응원해줬다"면서 "세상을 알기에 너무나 짧은 21년 아빠를 귀찮아 하지 않던 둘째 아들. 얼마전 1주기 추모관에서 한없이 울었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나는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생각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유가족으로 살기 어려운데 버틸수 있을까"라며 "단순 교통사고라고 생각하기로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다른 참사와 변함없이 흘러가고 있다. 너희들의 억울함을 밝히기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절규에 추모대회에 참석한 유가족 30여 명과 시민 500여 명의 눈시울도 붉게 물들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으로 시작된 추모대회는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자 처벌 0건, 정보 공개 0건, 사과 0건"이라는 유가족들의 참담한 현실 토로로 이어졌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27일 오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1주기 광주·전남 추모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27ⓒ연합뉴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아 너무 참담하다. 국가는 아직 단 한 명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고 유가족에겐 단 한 장의 정보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며 "항공사고조사위원회는 '밀실 조사'로 일관했고 경찰은 책임을 미루는 기관이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의집 관장은 "여러분의 처절한 슬픔과 분노를 우리 오월 어머니들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우리의 고통은 45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추모대회에는 광주 학동참사, 이태원참사 유가족들도 함께해 사회적 참사 유가족 간의 깊은 연대를 보여주었다.

유가족들의 절절한 호소에 정치권도 응답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사고 피해를 키웠던 로컬라이저 둔덕 문제는 정부가 신속히 원인과 책임을 밝힐 수 있는 사안"이라며 "진상 규명은 희생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안전 사회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유족들이 바라던 진상규명은 제자리걸음을 하며 안타까운 시간이 지나갔다"며 "광주는 끝까지 연대의 마음을 놓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27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광주·전남 추모대회에서 지역 국회의원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5.12.27ⓒ연합뉴스

광주·전남 국회의원들도 대거 참석해 유가족들의 슬픔을 달랬다. 박지원·주철현·권향엽·양부남·민형배·안도걸·정준호·전진숙·조계원·조인철·서왕진·전종덕 국회의원은 유족들 앞에서 '안전서약서' 손팻말을 들고 "지금까지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유가족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참사 진상을 명확히 규명 △희생자 추모와 영원히 기억할 것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구조적 문제 개선 △국민 생명·안전 최우선 사회 건설 등을 약속하는 '안전서약서'를 작성하며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참석자들은 차례로 희생자 영정 앞에 국화를 헌화하며 179명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한편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지난해 12월 29일 태국 방콕발 무안국제공항행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에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와 충돌해 폭발하며 탑승자 181명 중 꼬리칸 승무원 2명을 제외하고 179명이 숨진 대형 참사다. 1주기 공식 추모 행사는 오는 29일 오전 10시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다.

▲27일 오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광주·전남 추모대회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5.12.27ⓒ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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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광주전남취재본부 김보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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