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가운데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28일(이하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이후 기자회견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뤄진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에 대해 논의했냐는 질문에 "그렇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도울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성공하기를 바란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성공을 매우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으며 에너지, 전기 등을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도 포함된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통화 내용을 언급하자 기자회견장에 함께 서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면서 엷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날 75분 정도 이뤄진 통화에서 "많은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자포리자 핵발전소의 재가동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전소의 현재 상태에 대해 "아주 좋다. 거의 즉시 가동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푸틴 대통령과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는 우크라이나와 협력해서 그 발전소를 재가동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아주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발전소가 재가동되기를 바라고 있다. 미사일 공격도, 그 어떤 무기도 사용하지 않았다"며 "두 나라는 함께 노력해서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발전소는 아주 빠르게 재가동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와 관련 미국 협상단이 자포리자 핵발전소 공동 관리 방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날 IAEA의 중재로 자포리자 핵발전소에서 송전선 복구 작업이 시작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의 협상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양측이)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고 밝혔지만 "한 두 가지 매우 까다로운 문제"가 남아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가장 까다로운 사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인 돈바스의 영토 문제를 언급하며 "일부는 이미 다른 곳이 차지했고, 일부는 아직 확보되지 않았지만 몇 달 안에 다른 사람이 차지할 수도 있다"며 "지금 협상을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타스> 통신은 이날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의 관계자가 "전선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 당국이 돈바스 문제에 대한 결정을 지체 없이 내리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이 지역을 '자유경제구역'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반발하며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실효 지배를 하고 있는 곳에서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돈바스 지역과 함께 또 하나의 쟁점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를 어떻게 보장해줄 것인지의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안보 보장에 대한 합의가 90% 완성됐냐는 질문에 "95%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백분율로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거의 근접했다고 본다"라고 말하면서 미국의 지원을 받은 유럽 국가들이 "상당 부분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종료가 '휴전'이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휴전 조건에 대한 질문에 "휴전은 아니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이 다시 발발할 가능성을 원하지 않는다"라며 "(푸틴) 대통령이 그 문제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입장도 이해한다. 상대방의 입장도 이해해야 하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크렘린궁 관계자는 <타스>통신에 "러시아와 미국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제안한 (국민투표 준비 또는 기타 이유를 포함한) 임시 휴전은 분쟁을 장기화시키고 적대 행위 재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최종적인 적대 행위 종식을 위해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미국의 노력에 발맞춰 과감하고 책임감 있는 정치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평화 협정은 우크라이나 의회의 승인이나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협정 성사를 위해 의회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 타결에 도움이 된다면 우크라이나에 방문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도 "꼭 가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합의가 이뤄지면 좋겠다. 한 달에 2만 500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기꺼이 가겠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론조사 결과 (우크라이나 국민의) 91%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도 그렇게 되길 원한다. 더 이상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걸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협상 전망에 대해 "잘 풀린다면 몇 주 안에 해결될 수도 있다"면서도 협상이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며 예상치 못한 문제가 하나라도 발생하면 "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종 합의 시점에 대해 "언제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의 본인 계정에서 "논의된 모든 사안을 최종 확정하기 위해 다음 주에 양측 대표단이 다시 만나기로 합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1월 워싱턴에서 우크라이나 및 유럽 정상들을 초청하여 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의 외교정책 보좌관은 <타스>통신에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특별히 구성된 두 개의 실무 그룹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계속 모색하자는 미국의 제안에 동의했다"며 각각 안보 문제와 경제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실무 그룹들의 출범 일정은 곧 확정될 것이며, 아마도 1월 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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