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강선우 의원을 중심으로 김병기 전 원내대표까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공천거래 의혹'과 관련해 "저의 부족함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사과하며 "명확한 신상필벌"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며칠 동안 번민의 밤을 보냈다. 상을 줄 때는 즐겁고 벌을 줄 때는 괴롭다"며 "그러나 신상필벌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공과 사가 뒤섞이고 공사구분이 안 돼서 당의 질서와 기강이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밤 긴급 최고위원 회의에서 당 차원의 징계·조사 절차가 의결된 강선우 의원과 김병기 전 원내대표 사건들에 대해 정 대표가 직접 '신상필벌'을 강조한 것.
정 대표는 "당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의 최종적 책임은 당대표인 저에게 있다"며 "당에서 벌어지는 이런 저런 불미스러운 일을 지휘하고 감독하는 저의 부족함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해당 사태에 대한 사과의 말도 전했다.
정 대표는 이어 "앞으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저는 공천잡음 없는 가장 민주적인 경선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공천후보로 내겠다"며 "당대표인 저부터 기득권 내려 놓고 집단지성의 힘, 권리당원의 지혜를 모아 가장 민주적인 경선을 통해서 지선 승리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어진 시도당위원장·지방선거기획단장 연석회의에서도 "(공천과정에서) 기득권의 권한을 행사하지 않겠다", "의심할 수 없는 완벽하고도 합리적인 민주적 공천과정을 거쳐야 되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그는 지난해 말 당헌 개정을 통해 새로 마련한 '권리당원 100% 예비 경선' 등 공천 룰을 두고는 "완전 당원 경선, 국민들이 참여하는 경선을 하다 보면 공천에 끼어들 수 있는 부정부패, 금품수수, 이런 불법적인 요소가 완벽하게 제거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이날 시도당위원장·지방선거기획단장 연석회의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서 우리 당원들과 열심히 뛰는 분들께 걱정을 끼쳐드려서 죄송하다"며 해당 사건을 언급했다. 이 최고위원은 "앞으로 그런 의미에서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철저하게 쇄신하고 바로잡겠다"고 했다.
박지원 최고위원 역시 "지난 지방선거와 관련해서 조금 좋지 않은 보도들이 이어지면서 많은 국민들과 당원들께서 심려하신다"며 "남은 시간을 오히려 쇄신의 기회로 삼겠다", "다시 당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애 써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점화된 '2022년 지선 공천거래 의혹'으로 정 대표는 물론 당 지도부가 모두 촉각을 곤두 세운 모양새다. 민주당은 전날 강 의원이 탈당한 직후 긴급최고위를 열어 추가적 '제명' 조치를 징계로 의결했고,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윤리심판원의 신속한 징계 심판 결정 요청'을 의결했다.
박수현 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원내대표) 징계절차의 개시는 이미 작년 12월 25일 당대표의 윤리감찰단 진상조사 지시로 시작이 된 것"이라며 "감찰단의 조사결과가 윤리심판원에 제출된 것이고, 심판원은 이에 대해 조사도 할 수 있으므로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심판원의) 직권조사 명령이 함께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강 의원에 대한 제명 조치와 관련해선 "윤리심판원 규정 제7호 19조에 따르면 탈당한 자에 대한 특칙이 있다"며 "강 의원의 경우 탈당을 했지만 윤리심판원에서의 (강 의원 의혹에 대한) 조사와 결정과 반영 과정을 통해서 사실상 제명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윤리감찰단의 조사 결과 등 사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감찰단 조사결과에 대해선 어떤 것도 말씀드릴 수가 없다"며 "어떤 것을 숨기거나 축소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규정 자체가 그렇다"고만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정 대표가 '공천혁명' 등을 언급한 것이 이번 사태와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렇지 않다", "전부터 강조해온 사안"이라고 답했지만, 사태 자체에 대해선 "'시스템 공천' 원칙이 상대적으로 더 도덕적이고 완벽하게 정립됐다고 하는 민주당의 그간의 주장이 상처 입은 것이 사실"이라고 평했다.
앞서 강 의원은 본인과 김 전 원내대표 사이 통화 녹취가 언론에 의해 공개되면서 2022년 지방선거 공천 헌금 의혹이 불거지자 전날 자진 탈당했다. 녹취에서 강 의원은 본인 보좌진이 2022년 당시 서울시의원 후보였던 김경 시의원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았다는 취지로 말하며 김 전 원내대표에게 "살려 달라"는 등의 말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원내대표는 녹취에서 강 의원을 질책하고 '김 후보의 컷오프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통화 직후 당은 김 시의원을 단수공천했다. 당시 강 의원은 서울시 공천관리위원, 김 전 원내대표는 시공관위 간사직을 맡고 있었다. 이에 야권에선 '지방선거 공천거래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폈고, 당내에서도 "멘붕", "충격"이라는 등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 관련 기사 : 강선우 '1억 공천거래' 의혹에 민주당 "멘붕", "충격", "불쾌")
또한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해선 지난 2024년 김 전 원내대표 지역구인 동작구 구의원들이 총선 전 당에 제출했던 탄원서에 '김 의원 쪽에 수천만 원을 건넸다가 몇 달 뒤 돌려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의혹이 전날 <한겨레> 보도로 제기되기도 했다. 이 매체가 공개한 탄원서 내용에 따르면 구의원들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재차 정치자금 지원을 요구받고, 1월 설명절 즈음 김병기 의원 자택에 방문하여 이○○ 사모님께 5만 원권 현금 2000만 원을 직접 전달했다"고 탄원서에 적었다.
또한 "그 해 6월 김병기 의원님 지역사무실에서 열린 시구의원 정례회의가 끝나자 이○○ 사모님이 김병기 의원님 방으로 따로 불러 갔더니 (저의) 딸 '○○이' 주라고 새우깡 한봉지를 담은 쇼핑백을 건네 줘서 받았더니 그 쇼핑백 안에 5만 원권 1500만 원, 1만 원권 500만 원 등 2000만 원이 함께 담겨 있었다"는 내용도 탄원서에 담겼다. 강 의원의 '1억 수수' 의혹과 별개인 새로운 공천 헌금 의혹이 재차 제기된 것이다.
당 내에서는 윤리심판원 절차와는 별개로 김 전 원내대표 본인이 거취 관련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 원로인 박지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전 원내대표의 신상 문제를 그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어떤 경우에도 선당후사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다", "국민들이 많은 의심을 하고 있고 매일 한 건씩 터진다면 본인도 견뎌내기 굉장히 힘들 것"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도 '정치인은 억울해도 국민이 의심하고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된다'(고 했다). 수사기관 수사를 통해서 다시 살아오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악재 속에서도 6.3 지선 준비를 본격화했다. 시도당위원장과 지방선거기획단을 모아 연석회의를 개최한 정 대표는 회의에서 "6.3 지방선거 공천 기준의 대 원칙은 가장 민주적인 경선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놓는다는 것"이라며 "가지고 계신 기득권이 있다면 전부 내려 놓자", "권리당원들께 공천권을 드리는 공천혁명을 이번에 이루자"고 했다.
정 대표는 또 공식선거운동 개시일인 5월 21일 한 달 전인 4월 20일까지 당의 공천을 완료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역대 가장 빠른 공천이 될 것이고 그 만큼 공식 후보들이 유권자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될 것", "4월 20일까지 공천을 끝내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중앙당 지방선거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조승래 사무총장도 △철저한 부적격 후보자 검증 △억울한 컷오프 제로 △낙하산 공천 제로 △공천 신문고 제도 실행 △불법 심사 제로 등을 당의 5대 공선 원칙으로 발표하며, 특히 "권력자가 낙하산을 통해서 특정 인물을 심고자 하는 시도는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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