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이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시도를 눈치채고 양측에 '마두로의 러시아 망명'이라는 중재안을 제안했지만, 마두로 대통령의 거부로 불발됐다는 미 <워싱턴포스트(WP)> 보도가 나왔다.
지난 9일(현지시간) WP는 미 정부 문서와 관련자 증언을 확보했다며, 작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바티칸의 외교 담당자인 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 겸 추기경이 브라이언 버치 주바티칸 미국 대사를 만나 '러시아가 마두로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며 마두로의 러시아 망명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버치 대사에게 미국의 대(對)베네수엘라 작전 계획에 대해 따져물었다. 그는 정말 마약 밀매를 표적으로 한 작전인지, 베네수엘라 정권교체를 노리는 것은 아닌지 물으며, 미국이 마두로에 대해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러시아가 아닌 튀르키예도 망명 후보지로 거론됐다고 한다.
파롤린 추기경은 버치 대사와의 면담 외에도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에게도 면담을 요청해 베네수엘라 문제를 적극 중재하려 했지만 결국 불발에 그쳤다. 마두로가 퇴진을 거부하면서다.
바티칸은 베네수엘라 사태 해결을 위해 지난 십수년 간 노력을 기울여왔다. 레오14세 교황은 미국에 무력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입장을 발표했고, 10년 전부터 베네수엘라 국내 제 정치세력 간의 대화를 중재하기도 했다. 남미는 카톨릭 신자가 대다수인 지역이다.
WP의 보도에 대해 각측은 모두 부인하거나 NCND로 일관헀다. 바티칸은 "기밀 대화의 일부가 실제 내용과 다르게 공개됐다"고 했고, 미국의 버치 대사는 '국무부에 물어보라'고 했고 국무부는 논평을 거부했다. 망명지로 거론된 러시아 정부 대변인은 WP의 질문에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노벨위원회 "노벨상은 양도·공유 안돼"…트럼프·마차도 겨냥
한편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이자 작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마차도가, 이번 카라카스 습격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노벨평화상을 나누고 싶다'고 한 데 대해 노벨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직접 입장을 내 눈길을 끌었다.
노벨위원회는 9일 "노벨상은 한번 발표되면 취소되거나 공유되거나 타인에게 양도될 수 없다"며 "결정은 최종적이고 영구적"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마차도가 지난 5일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이 받은 노벨평화상을 트럼프 대통령과 나누는 것이 마두로를 제거해준 데 대한 베네수엘라 국민의 감사 표시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마차도는 다음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며, 트럼프 대통령 측은 '마차도가 상을 준다면 기꺼이 받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베네수엘라 원유를 판 돈을 미국이 챙기려는 계획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마두로 체포작전 이후 처음으로 베네수엘라에 원유 희석제인 나프타 공급이 8개월 만에 재개된다.
지난 주말께 미 텍사스주 휴스톤에서 나프타 46만 배럴을 싣고 출항한 선박은 다음주 중에 베네수엘라에 도착할 것으로 전해졌다. 나프타는 중질유 운송을 용이하게 만드는 데 쓰이는 화학제제로, 지난해 5월 트럼프 행정부는 이 물질의 대(對)베네수엘라 수출을 제한했고 이에 베네수엘라는 러시아산 나프타에 의존해왔다.
백악관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재무부 계좌에 예치될 예정인 베네수엘라산 석유 판매 대금을 압류나 사법절차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행정명령은 베네수엘라산 원유 판매 대금은 압류, 법원명령, 유치권 행사 등으로부터 보호받으며, 모든 자금 인출은 미 행정부의 승인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원하는 용처에 이 돈을 쓸 수 있도록, 베네수엘라 정부나 기업체, 미 국내외 NGO 단체나 국제기구 등 제3자가 이 돈에 대해 압류·동결 등을 신청해도 효력이 없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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