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둔 안동 정치판이 심상치 않다.
안동시선거관리위원회가 당원 모집 과정에 가담한 혐의로 안동시청 간부 공무원 2명을 고발하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서 돌던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선관위 보도에 따르면 확인된 물량은 20여장에 일부에 불과해, 나머지 6천여 장의 입당원서 행방을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정당 가입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공직자의 신분으로 조직적·편향적으로 특정 정당의 당원 모집에 관여했다면 이는 명백히 공직사회의 금도를 넘는 행위다. 시장판에도 상도덕이 있듯, 공직사회에는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이 있다.
취재 과정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이런 말이다. “이번엔 당원 모집에 가담하지 않은 공무원들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내비쳤다는 이야기가 돈다” 정상과 비정상이 뒤바뀐 풍경이다. 공무원이 정당 가입을 강요받거나, 암묵적으로 ‘줄 서기’를 요구받는 구조가 존재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문제다. 특히 승진을 앞둔 간부 공무원들이 연루됐다는 점은 조직 전체에 잘못된 신호를 던진다. 능력이 아닌 정치적 충성도가 인사의 기준이 되는 순간, 행정은 시민을 향하지 않는다.
여기에 입소문으로 퍼지고 있는 강남동·평화동을 중심의 입당원서 집중 수집 의혹 역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특정 지역과 조직을 매개로 한 당원 모집 정황이 사실이라면, 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공정 경쟁의 출발선 자체를 흐리는 심각한 문제다.
정당은 어디까지나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성장해야 한다. 행정 조직의 그늘에 기대 몸집을 키우는 순간, 정당의 정당성은 흔들리고 공무원 조직이 정치의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그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안동시 공무원노조 게시판에 올라온 한 문장 역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정의(正義)롭지 못한 행동(行動)을 보고도 분노(憤怒)할 줄 모르면 악(惡)한 자들에게 지배당한다.”
또 다른 글, 이른바 ‘더럽고 썩은 승진’을 비판한 게시물은 조회 수 1,700건을 넘기며 공직사회 내부에 쌓인 분노와 허탈감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다. 조직 내부 구성원들조차 현 상황을 더 이상 ‘정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과 행정 조직이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의 당원 모집 논란에 휘말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시민들은 배신감과 허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가 ‘당심이 곧 민심’이라는 인식 속에서 공천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선거는 출발선부터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고 그 결과 역시 신뢰를 얻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왜곡된 과정이 여론조사 결과마저 민심의 수치로 포장되며 포함되는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민심을 측정한다는 이름 아래, 오염된 현실이 그대로 반영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이번 선관위의 고발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누가, 어떤 경로로, 어느 선까지 관여했는지 명확히 밝혀져야 하며, 공직사회 전반에 ‘정치 개입은 곧 불이익’이라는 분명한 메시지가 전달돼야 한다.
안동은 오랜 역사와 자부심을 가진 도시다. 그 안동의 행정과 정치가 ‘줄 서기’와 ‘승진 거래’의 의혹으로 얼룩져서는 안 된다.
시장판에도 상도덕이 있다.
하물며 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공직사회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판에는 더 엄격한 상식과 절제가 필요하다. 지금 안동에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정면 돌파와 철저한 자기 성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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