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1일 남북관계 개선에 어려움을 토로하며 최근 북한 무인기 사건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적 해법을 강조하고 미국·일본·중국 등 주변국들과의 실용적 외교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민간인 소행으로 추정되는 무인기 사태를 "꽤 엄중한 사안"으로 규정하고 "(북한에) '이재명 정부도 믿을 수가 없다'는 또 하나의 징표, 핑계거리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북측에서는 '남한 정권이 교체됐는데 무인기가 또 날아왔다. 이거 뭐냐. 말로는 대화, 소통, 협력, 평화, 안정을 얘기하면서 공식적으로 못하니까 민간을 시켜서 몰래 하는 거 아니냐'는 의심도 들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 관계가 참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철저히 조사하고 잘 대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군사분계선에 설치한 3중 철책을 언급하면서도 "6.25 전쟁 직후에도 하지 않았던 행동"이라며 "남북 간의 불신과 증오심, 대결 의식이 얼마나 높아졌냐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남북관계 개선 방향에 대해선 "확고한 방위력, 억지력을 확보하고 그 기반 위에서 대화하고 소통하고 협의하고 존중해서 공생공영의 길, 같이 살고 같이 번영하는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통일은커녕 전쟁을 안 하면 다행인 상황인데 통일은 좀 뒤로 미루더라도 평화적 공존이 가능한 상황으로 최대한 할 수 있는 걸 해 나가는 것"이라며 "미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약간 독특한 분이긴 한데, 그 점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는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북미 대화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놓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 같은 스타일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비핵화가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나"며 이른바 '3단계' 등 장기적, 단계적 접근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 전 세계에 그리고 북측에게도 도움 되는 실용적인 길을 좀 찾자는 게 제 생각"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더 이상 핵물질을 생산하지 않고, 핵물질이 해외로 반출되지 않고, ICBM 기술을 더 이상 개발하지 않게 하는 것도 이익이다. 중단하는 것도 이익"이라며 동결을 위한 협상을 1단계 목표로 제시했다. 이어 "핵 군축 협상하고 길게는 비핵화를 향해서 가자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한국 경제에 국제사회의 우려 중 "한반도 평화 리스크"가 1순위라며 "(대북 정책이) '저자세'니 이런 소리를 많이 하던데, 그럼 고자세로 한 판 뜰까요?"라며 격한 반응을 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그 바보 같은 것도 신문 사설이라고 쓰고 있다"며 "고자세로 한 판 붙어줘? 그러면 그냥 경제 망하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100% 관세' 압박에 李대통령 "일희일비 하면 중심 못잡아"
이 대통령은 관세 협상 이후에도 지속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대해선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우려하면서도 "반도체 관련해 '100% 관세' 이런 얘기 있는데, 그렇게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는다"며 "통상적으로 나오는 얘기"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격렬한 대립 국면, 불안정한 국면에서는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예상치 못한 요소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이런 것 하나하나에 너무 일희일비하면 중심을 잡을 수가 없다"며 "이럴수록 자기 중심을 뚜렷하게 가지고 정해진 방침과 원칙에 따라서 대응해 나가면 된다"고 했다.
특히 "반도체는 대만과 대한민국의 시장 점유율이 80~90% 될 텐데, 100% 관세 올리면 아마 미국 반도체 물가가 100% 오르는 결과가 오지 않을까 싶다"며 "거의 대부분은 미국 물가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을 "우리 입장에서는 덜 주기 위한 협상, 견디기 협상을 힘들게 해낸 것"이라며 "대만보다는 불리하지 않게 하겠다고 하는 합의를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다 합의를 해놨다"고 했다.
또 "조인트 팩트 시트에 명확히 한 것처럼 뭔가를 할 때는 상업적 합리성을 보장한다고 한 것이 제일 중요한 기준"이라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불안정한 국제정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 잡혀가는 것을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80년 우방인 유럽과 미국이 영토를 놓고 자칫 전쟁을 벌일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전 세계의 성장률이 떨어져서 경제적 갈등이 격화되면서 정치적 갈등으로, 나아가 군사적 충돌로까지 서서히 가는 것 같아서 참 걱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과거사·영토 문제 전면에 내세우면 국익에 도움 안 돼"
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한중 관계,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실용 외교에 방점을 둔 구상을 밝혔다.
한일 관계에 대해선 "좋은 측면들을 잘 키워가고 유익한 점들을 더 확대 발전시키되 부정적인 측면, 어려운 측면들은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외교 문제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는 경향을 우려하며 "정치를 하다 보면 그런 유혹이 많아진다. 저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더 이상 선거가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독도 문제, 위안부 문제, 강제 징용 문제 다 중요하다. 과거사 문제, 영토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서 싸우자고 가면 아마 국내 여론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경제협력에 우선점을 두고 "경제 상황을 개선하고 민생 개선에 주력해야 되겠다"면서 "(과거사 문제 등을) 미리 부각할 필요는 없겠지만 포기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기존의 합의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면서도 "국가 간 합의라고 하는 것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막 뒤집으면 국제적 신뢰에 문제가 있어서 기본적으로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한일 관계는 약간 불안정한 측면이 있다. 근본적인 과거사 문제나 지정학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어려운 국제 환경 속에서 서로에게 이익되는, 모두에게 도움 되는 길을 함께 찾아가면 좋겠다"고 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가졌던 정상회담에 대해선 "한일 관계는 정서적으로 매우 많이 좋아졌다고 판단이 되고, 실질적인 영역에서도 많이 개선될 여지들을 만들어냈다"고 자평했다.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에 대해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군사안보 분야의 협력도 신뢰 제고도 가능하게 됐다", "갈등적 요소들도 잘 관리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들었다"고 긍정 평가했다. 특히 "지금 협의 중인 황해에서의 수색 구조 합동 훈련도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시 주석에 대해 "중국의 경제 발전, 사회 발전에 큰 성과를 낸 뛰어난 지도자"라며 "매우 인간적이고 생각보다 농담도 잘 하더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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