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고령화 그리고 치매 돌봄
지난 1월 14일 또 한 건의 '간병 살인'이 발생했다. 치매 걸린 80대 어머니를 돌보던 60대 아들이 체포됐다. 아들은 일용직으로 어머니를 간병하고자 트럭에서 어머니와 함께 생활했고, 길어지는 간병 부담과 고립감, 심리적 압박감에서 결국 어머니를 살해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2년 총인구의 17.4%에서 2050년 40.1%까지 증가하고, 85세 이상 인구 비율도 같은 기간 1.8%에서 9.15%로 늘어날 전망이다. 치매 환자도 당연히 증가한다. 85세 이상 치매 환자는 2025년 약 28만 명(유병률 23.24%)에서 2050년 약 96만 명(유병률 21.76%)으로,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2025년 약 97만 명(유병률 9.17%)에서 2050년에는 약 226만 명(유병률 11.89%)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치매 연구와 정책, 누구의 눈으로
치매를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치매 환자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 해당 돌봄 정책은 얼마나 효과적인가? 치매와 관련한 다수 연구와 정책이 발표되지만, 치매 환자가 직접 참여하는 연구, '환자 중심의' 정책은 찾기 어렵다. 보통 임상적으로 치매 환자는 진단 시점에 자율성과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다고 가정한다. 치매 환자를 평가하는 다수 측정도구도 환자가 참여해서 개발한 경우보다 전문가 의견, 문헌 검토, 그리고 일부 환자와의 질적 인터뷰를 통해 만들어졌다. 아일랜드의 킨친(Kinchin)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치매 환자가 인지 저하에도 불구, 여전히 의사소통할 수 있고 소통하기를 원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나 국제알츠하이머질병협회(Alzheimer's Disease International)는 치매 환자가 치료와 정책 결정, 연구 의제에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치매 환자의 이해를 반영한다는 것
우선 연구진은 치매 환자 관점에서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개념과 구성요소를 알아보았다(☞ 논문 바로가기: 치매 환자의 눈을 통해 본 보건경제학과 근거기반 연구를 위한 '좋은 삶'의 정의). 연구에 참여한 치매 환자는 23명으로, 2022~2023년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참가자에게 증상을 처음 알아차린 시점, 치매 진단 시점, 그리고 현재 좋은 삶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했다.
'좋은 삶'의 필수 요소, 사회적 상호작용과 지지적 동반자
연구에 참여한 치매 환자들은 사회적 연결, 동반자 관계, 사회생활에서 공통 경험의 필요성 같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계를 매우 중요시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 심지어 마트 직원 같은 일상적 지인과의 정기적 상호작용은 사회생활에 필수적인 부분이다. 사회적 참여는 에너지와 동기의 중요한 원천이 되었다("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에너지를 준다" "친구와 가족과 대화하는 것, 그것이 나를 계속 나아가게 한다").
지지적 동반자 관계도 중요하다. 참가자들은 이해, 신뢰, 상호지원에서 의미 있는 관계가 삶의 질을 얼마나 향상시키는지 밝혔다("좋은 동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아내는 나의 버팀목이다"). 독립성과 자율성도 빼놓을 수 없다 ("독립성과 자유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 "스스로 일을 하고 싶다"). 특히 경증 치매 환자는 자신의 변화를 예민하게 인식하고 자율성에 대한 감각을 강화하고자 했으며, 중증 치매 환자는 독립성을 위해 일상생활 지원 필요성을 더 많이 언급했다. 그 외에 참여자들은 신체 건강, 인지기능, 재정 안정성 등을 언급했고, 정서적 안녕을 '좋은 삶'이라고 말했다("삶에는 기복이 있지만 나는 행복하게 지내려고 노력한다"). 경증 치매 환자는 잃은 것보다 여전히 할 수 있는 것에 주목했고, 중증 치매 환자는 잃어가는 삶과 능력에 대한 슬픔, 좌절 및 애도의 감정도 드러냈다.
측정도구에 반영되지 않은 '두려움'과 '낙인'
다음으로 연구진은 이러한 치매 환자의 인식과 '좋은 삶'에 대한 개념을 기존 10개의 치매 관련 측정도구와 비교하여 검토했다. 이들 측정도구가 환자가 말하는 삶의 본질을 얼마나 잘 포착하는지에 대한 분석이다. 검토 결과 환자들이 생각하는 '좋은 삶'의 개념은 치매 관련 측정도구에 적게는 33%, 많게는 83%까지 반영되어 있었다, 독립성, 동반자 관계, 즐거운 활동 참여 등 측정도구와 일치하는 주제도 있지만, 주목할 것은 측정도구에는 없는 내용이다. 질병 진행에 대한 두려움("내 병이 악화되는 것에 대해 늘 마음 한켠으로 걱정한다"), 변화하는 능력에 대한 적응("나는 일을 다르게 하는 법을 배웠지만, 나는 여전히 나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 질병에 대한 낙인(진단을 비공개로 유지한 결정) 등은 측정도구가 포괄하지 못했다.
의료인이 아닌 환자가 우선시하는 삶의 질
연구진은 치매 환자의 직접 참여없이 개발된 기존 측정도구가 치매 환자 경험의 중요한 측면을 간과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측정도구 개발 및 검증에서 전문가 의견이나 대리보고에 의존하는 것이 결국 치매 환자에 특히 중요한 삶의 질 측면을 무심코 배제할 수 있다. 의료인이나 돌봄 파트너는 치매 환자의 기능적 능력, 증상 관리 같은 임상 지표를 중요시한다. 이와 달리, 치매 환자는 사회적 연결 유지, 개인 존엄성 보존, 목적의식적인 활동 참여 같은 다른 측면을 우선시했다. 연구진은 치매를 안고 살아가는 경험이 환자 본인의 신체, 타인, 주변 세계와의 관계 붕괴를 통해 삶의 질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치매가 없는 사람들과는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환자와 환자를 둘러싼 건강 결정요인을 이해해야
질병 진행에 따라 '좋은 삶'의 개념이 변화한다는 것은 치매 치료에서 유연한 정책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정책이 질환의 다양한 단계에서 변화하는 필요와 우선순위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25년 발표된 한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및 관련 치매 분야에서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Social Determinants of Health, SDOH)을 도입해 데이터 구축을 시도했다(☞논문 바로가기). 생의학적 임상 지표 뿐 아니라, 교통 안정성, 사회적 연결성, 재정 안정성, 의료시스템 경험, 차별 경험 등 치매 연구에 필요한 다양한 영역별 노출 수준을 파악하도록 한 것이다.
치매 환자에 대한 이해, 환자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이해는 건강형평성을 높이고 구체적 개입 전략과 정책을 개선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치매 인구의 급증에 대한 우리의 준비도 치매 환자와 함께 만드는 정책 그리고 치매 환자와 가족의 존엄한 돌봄을 권리로 만들어가는데 있어야 할 것이다.
*서지정보
Kinchin, I., Boland, E., Leroi, I., & Coast, J. (2025). Through Their Eyes: Defining 'good life'in dementia for health economics and outcomes research. Social Science & Medicine, 366, 117716.
Zuelsdorff, M., Abner, E. L., Balls-Berry, J. E., Jicha, G. A., Lanata, S., Maestre, G. E., Rosselli, M., Stites, S. D., Whitmer, R. A., Wilkins, C. H., & Barnes, L. L. (2025). Introducing social determinants of health to the Alzheimer's Disease Research Center network: Development and implementation in the Uniform Data Set. Alzheimer's & dementia : the journal of the Alzheimer's Association, 21(5), e70279. https://doi.org/10.1002/alz.70279
이옥진, 윤혜원, 오무경, 서지원, 고임석. (2024.). 국제치매정책동향 2024. 중앙치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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