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경찰에 사지 붙들려 끌려간 해고 노동자 "공권력은 왜 우리에게만 이렇게 가혹한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경찰에 사지 붙들려 끌려간 해고 노동자 "공권력은 왜 우리에게만 이렇게 가혹한가"

경찰, 세종호텔 로비서 농성 벌인 해고 노동자 및 연대 시민 12명 체포·연행

"호텔이 이렇게 잘 되는데 왜 우리는 못 돌아가냐고!"

"공권력은 왜 해고자들, 노동자들한테만 이렇게 가혹하냐고! 왜!"

경찰들에게 사지를 붙들린 채 연행된 한 남성이 목 놓아 절규했다. 놀란 시민들이 그를 체포하는 이유를 물었지만 경찰은 "불법연행이 아니"라고만 했다. 경찰은 이 남성을 시작으로 총 12명의 시민들을 줄줄이 차량에 구겨넣었다. 2일 아침 서울 중구 세종호텔 입구에서 삽시간에 벌어진 일이다.

이날 경찰은 업무방해와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장과 허지희 사무장 등 12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서대문서와 중부서 등으로 나뉘어 호송됐다. 세종호텔 실소유주 격인 주명건 대양학원 명예이사장애게 해고 노동자 복직 관련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지난달 14일 세종호텔 내부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20일 만이다.

연행된 이들은 호텔 내 입점한 사업자가 자신들이 근무했던 3층에서 영업을 하려 하자 음식을 나르지 못하게 막는 등 전날부터 이틀 동안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이 사업자는 시위대의 로비 점거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업무방해 등 혐의로 해고 노동자 측을 고소한 바 있다.

다만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측에 따르면, 시위대 측은 전날까지만 해도 세종호텔과 합의를 거쳐 정해진 구역에서 농성을 하는 등 평화 시위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날이 바뀌자 순식간에 경찰 수십 명이 들이닥쳤고, 수갑을 채우거나 사지를 들어 저항하지 못하게 만든 채 시민들을 체포했다고 한다.

▲경찰은 2일 업무방해와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장과 허지희 사무장 등 12명을 체포했다. ⓒ코이(활동명) 제공
▲경찰은 2일 업무방해와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장과 허지희 사무장 등 12명을 체포했다. ⓒ코이(활동명) 제공

앞서 세종호텔은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이던 지난 2021년 경영 위기를 이유로 호텔 직원 15명을 정리해고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세종호텔이 정리해고 1년 만에 흑자로 전환되고, 매해 최대치의 객실 수익을 갈아치우고 있음에도 자신들을 복직시키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세종호텔에 다시 일하게 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세종호텔이 해고 노동자 복직을 거부하자 고 지부장은 지난해 2월 13일 세종호텔 인근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달 14일 336일 만에 땅을 밟은 고 지부장은 같은 날 세종호텔과 해고 노동자 간 7차 교섭에 참여해 다시금 복직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노사 간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해고 노동자 측은 세종호텔 1층 로비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는 식으로 싸움을 이어 왔다.

해고 노동자들에게 연대하는 시민들은 이날 오후 세종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연행이 불법·폭력적이었다고 규탄했다.

전날까지 농성에 참여했던 손은정 산업선교회 목사는 "어젯밤까지 같이 있었던 동지들 모두가 연행됐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받았다. 어떤 폭력도 쓰지 않고 오로지 복직을 요구했을 뿐인 사람들이었다"라며 "어째서 대화를 요구하는 평화로운 집회에 강제 연행을 한단 말인가"라고 질타했다.

경찰이 고 지부장 등을 체포·연행하는 장면을 목격한 코이(활동명) 씨는 "자진 퇴거 의사를 밝혀도 수갑을 채워 연행하고, 역에서 나온 사람마저도 공부집행 방해라며 체포했다"고 주장하며 "세종호텔 측과 협의할 수도 있고 실제로 협조한 선례도 있는데 어째서 이렇게 폭력적으로 연행한 것인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했다.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에게 연대하는 시민들은 2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연행이 불법·폭력적이었다고 규탄했다. ⓒ프레시안(박상혁)

이날 세종호텔 앞에 모인 시민 50여 명은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같은 자리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같은 날 저녁에는 같은 공간에서 문화제를 열고 정부와 세종호텔 경영진에 연행 시민 석방 및 해고 노동자 복직을 촉구할 예정이다.

최대근 민주노총 관광레저산업노조위원장은 "연행된 사람들은 그저 우리 일터를 지키기 위해, 생존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방법으로 농성을 선택한 것"이라며 "대화와 해결 대신 우리 국가와 이재명 정부가 택한 방식은 결국 경찰력 투입과 노동자 연행"이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오늘의 연행은 사태 해결이 아니라 갈등을 더 키우는 선택이었다. 이것이 갈등을 풀겠다는 우리 사회 모습인가"라며 "오늘 연행이 도리어 우리에게 이 싸움이 왜 필요한지, 왜 물러설 수 없는지 말해주고 있다. 우리 노동자들은 끝까지 함께 싸울 것"고 강조했다.

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