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웃어른’을 왜 [우더른]이라고 발음해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웃어른’을 왜 [우더른]이라고 발음해요?

어제 캄보디아에서 세종시 전동면으로 시집온 새댁이 찾아왔다.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아들과 함께 전의면에 있는 필자의 집을 방문했다. 결혼할 때 각종 서류를 도와주고, 아들을 낳았다고 해서 아들 이름도 지어주었다. 또 임신 중이라고 둘째 아이의 이름도 부탁한다며 웃었다. 한참 이야기하다가 한국어 발음이 아직 미숙해서 이것저것 지도했는데, 특이한 점을 발견하였다.(요즘은 임신 중이라 다문화센터에 자주 가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외국인 며느리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 등을 알려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어눌한 발음을 교정해 주고, 왜 그렇게 발음해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쉽지 않다. 연음법칙을 가르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절음법칙을 알려주기는 더욱 어렵다. 대표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고, 형태소라는 개념도 가르쳐 주어야 가능하다. 이것은 한국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한국인은 어려서부터 그렇게 발음해 왔기 때문에, 이유도 모르고 절음법칙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옷이[오시]’와 ‘옷안[오단]’의 발음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똑같이 ‘ㅅ’ 뒤에 모음이 연결되는데, 하나는 [오시]라고 ‘ㅅ’으로 발음하고, 하나는 [오단]이라고 ‘ㄷ’으로 발음한다. 여기서 뒤에 있는 ‘옷안’을 왜 [오단]으로 발음하는지 설명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웃어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외국인들에게 처음 읽어보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이 [우서른]이라고 읽는다.

연음법칙이니 절음법칙이니 하는 것은 대표음과도 관계가 있다. 특히 절음법칙은 대표음을 모르면 어렵다. 과거에는 ‘칠종성가족용법(七終聲可足用法)’이라는 말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 ‘훈민정음’이라는 단원을 배울 때 지독히도 많이 나왔던 구절이다. ‘우리말 종성은 일곱 글자면 족하다’는 말이다. 7종성이란 ‘받침으로는 일곱 개의 자음 ㄱ, ㄴ, ㄹ, ㅁ, ㅂ, ㅅ, ㅇ을 쓰는(발음하는) 표기법’을 이르는 말이다. 20세기 초까지 ‘ㅅ’을 써 왔는데, 이전에 사용되던 팔종성법에서 ‘ㄷ’이 ‘ㅅ’으로 표기가 변천된 것이다. 대표음이란 ‘초성에서는 각기 다른 소리로 발음되지만, 받침으로 쓰일 때는 그 소리들 중 하나로 실현되는 음’을 말한다.(외국인들에게 이런 규칙은 참으로 어려운 용어다. 한국의 어른들도 처음 보는 어휘일 수도 있다.) ‘꽃’의 발음은 [꼳]이다. 그러나 ‘꽃이’는 [꼬치]라고 발음하고, ‘꽃잎’은 [꼰닙]이라고 발음해야 한다. 여기에는 대표음, 연음, ㄴ첨가 등을 모두 알아야 하는데, 하루 저녁에 이걸 다 알려주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대표음의 예를 보자. ‘밖’의 받침은 ‘ㄲ’이지만 발음은 ‘ㄱ’으로 대표음이 실현된다는 말이다. 하나 더 들어 보면 ‘부엌’이라고 했을 때 발음은 [부억]이다. 이 또한 ‘ㅋ’이 [ㄱ]으로 실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럴 때 ‘ㄱ’을 대표음이라고 한다. ‘흙’이라고 할 때도 발음은 [흑]이다. ‘ㄷ, ㅅ, ㅆ, ㅈ, ㅊ, ㅌ, ㅎ’의 대표음은 ‘ㄷ’이다. 그래서 ‘웃어른’이 [우더른]으로 발음되는 것이다.

절음법칙이란 ‘합성어나 단어 사이에서 앞의 받침이 모음을 만날 때, 받침이 그 모음 위에 연음되지 않고 끊어져서 대표음으로 발음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웃어른[우더른]’이나 ‘옷안[오단]’이 바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쉽게 명사와 명사가 만나면 앞의 받침이 대표음으로 발음되는 것을 기억하자!

한글은 쉽지만 한국어는 어렵다는 말을 실감한 저녁이었다. 필자는 43년을 한국어를 가르쳐 왔지만 어제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이야기한 적도 드물다. 그래도 이왕 한국에 시집왔으니 건강한 둘째 낳고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