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행정통합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고조되는 가운데 6일 대전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는 시민들이 대거 몰려 높은 관심을 보였다.
대강당 좌석이 일찌감치 가득 차면서 입장하지 못한 시민들이 강당 밖까지 이어졌고 내부에서는 자리가 없어 계단과 벽에 기대 선채 토론을 지켜보는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통합 자체보다 졸속 법안이 문제라는 비판과 민주적 절차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쏟아졌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개회사에서 대전·충남 통합의 청사진으로 “GRDP 약 200조 원, 인구 360만 명 규모로 싱가포르와 경쟁할 수 있는 도시국가 수준의 광역권”을 제시했었다고 말했다.
금산·계룡·공주·부여·청양 등 충남 인접 지역과 교통, 도시철도, 주택산업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대전광역권’ 구상도 재차 언급했다.
그는 “대전과 충남 예산을 합치면 20조 원 수준인데 전략사업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며 “중앙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와 행안부 중투심사로 지연되는 사업을 막기 위해 고도의 자치권을 요구하는 법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지역에서 걷히는 법인세의 50%를 지역이 직접 활용해 독자적 경쟁력을 갖추는 구상도 기존 민관협의체 안에 담겨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문제는 최근 민주당이 발의한 대전·충남 통합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법안이 정밀하게 다듬어지면 연간 8조 9000억 원씩 더 걷을 수 있는데 민주당 법안은 4년간 20조로 축소돼 충격을 받았다”며 “전남·광주와 비교해 ‘해야 한다’는 의무규정과 대전·충남의 ‘할 수 있다’는 형평성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관 이전도 전남·광주는 2배로 명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또 “지역 국회의원들이 작성한 법안이 오탈자가 수두룩한 급조법안”이라며 “특정인이 특별시장이 되기 위한 법안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창기 민관협의체 위원장은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을 해결할 대안은 행정통합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논리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50년 뒤 사라질지도 모를 대전과 충남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려면 연방제 수준의 주정부급 권한과 재정자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민관협의체 법안이 대학생 수준의 리포트였다면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은 중학생 수준”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들의 문제제기는 주민투표 요구와 최근 발의된 행정통합법안의 내용과 추진 방식에 집중됐다.
유성구에서 나고 자랐다는 시민은 “민주주의의 기본은 시민들의 공감과 정당성”이라며 “정부는 ‘일단 통합해보고 나중에 고치자’는 식인데 주민투표 없이 시·도의회 의결로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다수 시민들은 통합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며 “제대로 된 설명회도 없었는데 아무 의견이 없다고 해서 그 80%가 찬성하는 것처럼 여기는 것은 큰 오류”라고 말했다.
둔산동에 거주하는 시민 김모 씨는 통합 자체보다는 법안의 형평성과 절차를 문제 삼았다.
김 씨는 “이건 갈라치기법이자 차별법”이라며 “전남·광주와 대전·충남을 다르게 규정한 엉터리 법안에 우리가 동의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건선 대전시개발위원회 회장은 “통합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달 만에 졸속으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통합의 시너지와 비전을 시민들이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밀어붙이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 통합 이후에는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처음부터 디테일하게 잘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장우 시장은 “대전은 지금도 잘 발전하고 있고 10년 내 가장 잘 사는 도시가 될 수 있다”며 “그럼에도 통합을 말하는 이유는 광역교통과 산업을 통해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였지만 이런 비전이 민주당 법안에 전혀 담기지 않았다”고 재차 비판했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법안의 미비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용설 대전시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전남·광주 법안에는 통합 이전 임용 공무원의 근무지 보장을 명시했지만 대전·충남 법안에는 ‘원칙으로 한다’는 표현만 담겨 있다”며 “거주지 이전이나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장우 시장은 “기존에 준비했던 법안에는 5급부터 9급까지는 대전에서만 인사하도록 정리돼 있었고 4급 이상 간부공무원만 통합시 근무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며 “아리를 키우는 상황에서 근무지 이동과 이사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인사 문제는 더욱 신중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의 정체성’ 문제도 통합 논의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쟁점이었다.
동구 토박이라는 변 씨는 “통합되면 충남도민이 꿈돌이, 성심당, 과학도시라는 자부심을 똑같이 느낄 수 있겠느냐”며 “대전의 상징이 희석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꿈돌이수호단 소속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통합 이후 대전이 실질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통합되면 결국 예산은 충남으로 간다는 이야기로만 들린다”며 “지원하겠다는 예산도 통합 비용으로 소진되고 산업단지는 천안·아산으로 행정기능은 내포로 옮겨갈 것이라는 불안이 크다”고 말했다.
또 “심지어 ‘충남’ 명칭이 붙은 충남대병원도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렸다”며 “대전은 이미 메가시티인데 통합 이후 다시 쪼개지면 광역시로서의 위상은 회복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시민은 “통합 후 행정구역이 재편되면 인구 순위가 천안시 1위, 대전 서구 2위처럼 매겨지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건 통합이 아니라 대전의 해체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통합 후 본청사를 어느 지역에 둘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장우 시장은 “대전과 내포청사 두 곳을 사용하자는 구상이며 1청사와 2청사로 나누기보다는 기능을 잘 양분해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는 특별시장의 공관을 대전·충남·천안의 중심에 두고 30분 내로 어디든 출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근무는 3일씩 순환하고 이후에는 부시장들이 전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기존 법안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민주당 법안에는 빠져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중호 대전시의원은 “민주주의는 절차적 공정성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는 제도인데 이번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는 그 절차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모든 주민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주민투표를 시행해 달라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해 시장에게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안이 올라오면 시장이 행정안전부장관에게 강력히 촉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장우 시장은 “주민투표는 시장의 권한이 아닌 국가사무로 행안부 장관이 거부하거나 결정을 미룰 수도 있다”고 설명하며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지만 시의회에서 의견이 공식적으로 전달된다면 충분히 상의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대전시장으로서 대전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시의회는 다음주 임시회를 열어 행정통합 관련 시민 의견 수렴과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임시회에서는 시민들의 주민투표 요구와 법안 관련 의견이 공식적으로 보고될 에정이며 시의회 차원에서 정리된 의견은 시장을 거쳐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전달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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