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부산대 여성연구소 강사 이수경입니다. 총장님, 풍성한 설연휴를 앞두고 마음이 풍족하십니까? 부산대 개교 80주년을 기념하여 해외석학을 모시고 부산대의 미래를 논의하고 듣는 오늘, 새로 단장한 저 부산대 마크가 자랑스러우십니까? 총장님 그렇다면 본관 앞 천막은 어떠십니까? 강사의 절박한 생존권을 요구하며 38일 동안 천막을 치고 여기 모인 우리는 어떠십니까? 오늘 논의하는 대학의 미래는 누구와 함께 하는 미래입니까, 그 미래에 저희는 존재합니까?
부산대의 입장을 들었습니다.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의 강의료를 지급하고 있다"는 말로 강사의 생존권 요구를 거부하는 말 잘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그렇다 칩시다. 하지만 부산대가 말하지 않은 것, 그것은 무엇입니까? 강사는 법에 명시된 방학 중 임금도 온전히 받지 못합니다. 연간 방학 22주 중 단 4주 분의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방학이 되면 비어가는 곳간을 보며 허덕이며 불안한 나날을 보냅니다. 그마저도 받지 못하는 사립대 강사들에 비해 우리는 전국 최고가 맞겠지요. 그리하여 하루하루 불안정한 삶을 사는 강사들은 전국 최고 수준의 생활이 아니라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요구,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연동한 강의료 인상은 전국 최고의 강의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생활을 지키는 하한선입니다.
그러한 요구 앞에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말은 무엇을 뜻합니까? 그 말이 강사의 절박한 생존을 향해 있는 한, 그것은 기만적 수사일 뿐만 아니라, 부산대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는 이들에 대한 모욕이자 무책임한 변명입니다.
또한 "이들(강사)의 연간 강의 시수가 많아 이들에 관한 지출이 크다"고 입장을 밝히셨지요. 대학 역시 예산과 행정의 운용이 필요하며, 비용의 우선순위를 배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 왜 어려움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묻고 싶습니다. 연간 14만 5000여 시간은 무엇입니까? 그저 비용절감이 필요한 지출일 뿐입니까? 그 시간은 우리가 우리의 연구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의 시간입니다. 지난 해 본관 1층에 개관한 부산대학 역사관에서 본 부산대학의 시작을 기억합니다. 1946년 해방 이후 허허벌판에 친 천막에서 부산대학은 시작했지요. 폐허가 된 공간에서 사람들은 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하며 뜻을 모아 대학을 세웠습니다. 80년이 지난 지금, 본관 앞 천막에서 다시금 묻습니다. 대학은 무엇입니까? 우리의 교육은 무엇입니까? 대학의 우선순위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까?
총장님, 천막의 하루가 어떤지 아십니까? 주저앉은 우리는 낮고 외롭고 쓸쓸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천막은 따사롭고 웃음 넘치며 온기로 가득합니다. 우리의 존엄을, 곁에 있는 이들의 존엄을 서로가 지켜내고 있다는 걸 아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의 요구가 부산대만의 문제를 넘어 고등교육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정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멈출 수 없고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응답하십시오. 강사의 존엄을 대학이 함께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십시오.
부산대 교육의 반 이상을 책임지는 강사의 생존이 무너질 때 부산대의 미래의 한 축 또한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부디 기억해 주십시오. 대학은 사회의 미래를 길러내는 장소입니다. 강사의 생존과 존엄을 외면한 채 대학의 미래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강사의 처우 개선은 단지 한 집단의 생존권 보장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안정된 교육 환경에서 배우고 성장할 권리를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강사의 삶을 지켜내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학문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지켜내는 길입니다. 부산대의 미래, 함께 만들어 나갈 장미빛 미래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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