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고용에 대한 논쟁이 제조업으로 번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2026 CES에서 피지컬 AI 아틀라스를 시연하고. 2028년까지 3만 대를 양산해 미국 신공장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이에 질세라 테슬라는 연간 100만 대의 옵티머스를 생산해 로봇으로 로봇을 만드는 공장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포스코도 제철소에 피지컬 AI 투입이 가능한지 실증에 나섰다.
피지컬 AI 도입으로 인한 고용감소 대책 마련에 대한 논쟁에도 불이 붙었다. 지난달 22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내부 소식지에 담긴 내용이 바깥으로 알려진 것이 계기였다. 지부는 "노사 합의 없는 신기술 도입으로 단 한대의 로봇도 현장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말로 고용대책 없는 일방적 로봇 도입에 반대했다.
정규직 노조가 논쟁의 최전선에서 선 모양새지만, '아틀라스 충격'이 상대적으로 고용이 취약한 이들을 먼저 덮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회사 입장에서는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을 해고하는 것보다는 신규채용을 줄이거나 기간제 고용 종료, 용역업체 계약 해지 등으로 비정규직을 자르는 것이 더 쉬운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청년 노조 활동가, 직업계고 교사, 현대차 비정규직 등에게 피지컬 AI로 인한 채용 감소와 고용불안 우려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들은 피지컬 AI의 현장 도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기에 지나친 '인공지능 포비아'는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사회적 논의를 통한 고용대책 마련, 직무 전환 교육 등 대비가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급격한 대체 있을까 싶지만…채용 감소, 비정규직 고용 불안 등 우려
30대 초반 조선 노동자인 이태현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프레시안>이 통화에서 피지컬 AI 도입에 대한 현장의 불안감을 묻자 "조선 현장에도 로봇 팔을 통한 자동용접이 들어오고 있어 고민이지만, 기술적으로는 아직 기초적인 수준"이라며 "급격한 대체가 일어날 것 같지 않다는 예측도 있고, 조선업종은 상대적으로 불안감이 덜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상대적으로 작업이 표준화, 규격화된 곳에서는 체감이 다를 수 있다"며 "청년 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에서 신규채용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손충모 인천기계공고 교사도 단기적인 제조업 신규채용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아직 취업과 연계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데까지 나아간 건 아니다 보니, 학교 현장의 변화가 크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장기 전망에 대해서는 "'사람이 일해야 할 영역은 여전히 있을 거다', '다른 방식의 노동이 창출될 거다'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면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어디 가서 일하나' 이야기하는 교사들도 있다"며 엇갈린 분위기를 전했다.
이겨레 민주노총 청년특별위원장은 채용 감소와 비정규직 고용불안 문제를 함께 짚었다. 그는 "취업시장에서 일자리를 구하려는 청년들 입장에서 문턱이 높아질 거라는 걱정이 있다"며 "청년 일자리의 질 자체도, 이미 비정규직, 하청, 파견 등이 많이 있다 보니 그런 일자리로 자기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많이 있다"고 했다.
실제 아틀라스 문제가 터져 나온 현대차 현장에서도 비정규직 고용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윤상섭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장은 "기존에도 매출이 줄면, 촉탁직, 계약직, 하청 같은 비정규직을 먼저 잘랐다. 경영이 나아졌다고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지는 않았다"며 "아틀라스 도입이 본격화되면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불법파견 소송을 거쳐 정규직이 된 현대차 노동자 A 씨도 "아무래도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 더 큰 압박을 느낄 것"이라며 "최근 고용유연성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일반해고가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들지만, 당장 회사 입장에서는 인위적 구조조정보다 도급계약을 끊는 것이 사람 자르기에 편하다. 이미 현대차에 비정규직이 1만 4000명이 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채용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이미 현장에서는 채용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신규채용이 없었다"며 "퇴직자가 생긴 공정은 자동화로 돌리는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청년세대 입장에서는 취업 문턱이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 다 막자는 건 아니지만…고용 문제 다룰 사회적 논의, 직무교육 등 대비 필요
피지컬 AI가 고용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관련해서 노동계는 로봇 도입을 마냥 막자는 것은 아니지만, 고용 대책 없는 일방적 도입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다룰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윤상섭 지회장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피지컬 AI를 도입하는 데 대해 개인적으로는 공감한다"면서도 "고용 문제에 대한 대안 없이 도입하는 데는 반대한다. 어떻게든 사람이 우선이지 로봇이 우선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비정규직 고용 불안에 대한 문제인 동시에 젊은 세대 일자리 문제이기도 하다"며 "고용 문제 전반에 대한 국가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태현 부위원장도 "지금으로서는 로봇세나 기본소득 정도가 대책으로 떠오른다. 우선 노사정 협의가 필요할 거고, 로봇 도입은 노사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원칙도 세워야 한다. 그래야 로봇 도입과 고용 문제가 균형감 있게 다뤄질 수 있다"며 "로봇이 들어오면 필요하게 될 수리 등 직무를 할 수 있게 하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겨레 청년위원장은 "신산업 지원 과정에서 정부가 재정을 많이 투입한다"며 "그런 과정에서 비정규직 고용 유지, 청년 채용 보장 등 기업의 고용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직업계고 현장에서는 피지컬AI 도입에 따른 교육과정 변화와 이를 위한 정부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재식 경기기계공고 교장은 "피지컬 AI를 운용하고 관리하는 새로운 산업 분야가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한 교육과정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도 교육과정 변화를 꾀하려 하고 있지만, 한 학교가 하기는 어려울 일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학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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