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의 <숨 쉬는 학교>를 읽고 나는 숨이 조금 느리고 편해졌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이 책은 현재의 교육부 장관이 읽어야 할 책이고, 동시에 전국의 교육감들이 반드시 품어야 할 교육 철학서이자 정책 지침서다. 이 한 권이 던지는 질문과 방향은 교육 현장을 모르는 사람의 구호가 아니라, 학교의 내부를 오래 살아본 사람의 체온으로 쌓여 있다.
2026년 새해 벽두, '교육의 미래'를 예견하는 두 글이 거의 동시에 내게 도착했다. 하나는 2026년 1월 14일 공주대학교에서 열린 사회적 대화를 위한 자료집 <교육의 미래를 만드는 사회적 대화>였다. 약 340쪽에 이르는 방대한 문건 속에는 교육부 장관을 포함해 실천교사,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전교조 등 20개 단체가 함께 참여해 한국 교육의 현재를 진단하고 앞날을 같이 열어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학교의 진단과 학교공동체, 경쟁교육과 협력교육, 고교학점제, 인공지능 기술과 교육, 혐오시대의 시민교육 같은 의제들이 넓고도 깊게 논의됐다.
다른 하나는 바로 다음 날인 1월 15일 출간된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의 <숨 쉬는 학교>였다. 놀라운 것은 이것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날의 사회적 대화 현장에서 쏟아진 숱한 질문들인 학교공동체, 경쟁교육, 고교학점제, 인공지능 교육, 혐오시대의 시민교육 등이 거의 예견이라도 한 듯 한 권의 책 속에서 대안과 방향으로 정리되어 나타났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감동과 감동이 겹치는 경험을 했다. 냉철한 진단이 따뜻한 제안으로 이어질 때, 사람은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오랜만에 확인했다.
내가 이 책에 관심이 간 것은 '인공지능' 때문이었다. 하루 몇 시간씩 AI와 씨름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것이 교육에 몰고 올 파고를 두려움과 기대의 두 얼굴로 바라보게 된다. 나 역시 피터 틸이나 일론 머스크 같은 디지털리스트들이 설계할 미래 사회에 대한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이미 문제로 가득한 대한민국의 교실 현실 속에서, 인공지능은 교사와 학생에게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숨 막히는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숨 쉬는 학교"라는 제목은 내게 더 절박하게 다가왔다. 지금 학교는 너무 자주 숨을 참는다. 교실은 너무 자주 가빠진다. 누군가는 그 숨을 "성과"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혁신"이라고 부르지만, 그 이름 아래에서 사람의 체온이 마르기도 한다.
책의 첫 문장처럼, '교육은 결국 따스함'이라는 말이 내 마음의 문을 먼저 열었다. 평소 내 삶의 온도가 낮아서였을까. '혁신'이나 '미래' 같은 추상보다 '따스함'을 교육의 정착지로 삼는 태도가 오래 남았다. 저자는 교육의 길을 '귀 기울임, 존중, 자람, 약속'이라는 네 단계로 펼쳐 보인다.
나는 내 첫 책 <토론의 전사> 서문에서 "입의 욕망보다 귀의 겸손"을 적었던 기억이 났다. <숨 쉬는 학교>가 "귀 기울임"으로 교육을 시작하는 방식은, 교육이 결국 말의 기술이 아니라 듣는 윤리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주었다. 그리고 그 '귀 기울임'은 추상에 머물지 않고 디지털 시대 문해력과 소통, 손으로 쓰기라는 가장 인간적인 실행으로 이어진다. 이 지점이 특히 좋았다. 기술이 아무리 변해도, 인간을 지키는 감각은 결국 손끝과 귀에서 시작된다는 믿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존중'의 장은 세대와 지역의 차이를 넘어서는 고민과 해법을 함께 제시한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교육은 이해 이전에 존중을 선택하는 일이다. 존중이란 아름다운 말이 아니라, 교실에서 관계를 다시 세우는 실제의 기술이고, 제도의 언어가 사람을 짓누르지 않게 만드는 최소한의 약속이다. 저자는 그 약속을 지나치게 낭만화하지 않는다. 대신 현실을 꿰뚫는 언어로, 가능한 길을 보여준다.
성장을 '자람'이라는 낯설고도 친근한 단어로 제시한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자람은 성과가 아니라 생태다. 인공지능 시대 학습 생태계의 변화, 스토리텔링의 힘, 성인교육과 평생교육의 방향이 이 장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대목은 젠슨 황을 예로 들며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공감으로 끌어낸 부분이었다. 덕분에 나 역시 "그에 버금가는 스토리텔러 명사 10명"을 더 찾아보았다. 또 독일 교육 현장을 바탕으로 성인교육과 평생교육의 방향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나 역시 이제 평생교육이라는 새로운 길 앞에 서 있는 사람이라서, 그 내용이 더 가까이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약속' 부분은 읽는 내내 먹먹했다. 묵직했고, 때로는 숨이 조금 가빠왔다. 그러나 '숨 쉬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숨은 잠시 참아야 한다는 마음도 들었다. 특수라는 이름 아래 장애를 비장애와 잇는 대목에서는 눈물이 조금 흘렀다. 교사의 현주소를 짚어주는 문장들에서는 적잖은 위로를 받았다. 공간 혁신에 대한 제안은 경남 사천의 용남고와 경남 밀양초를 방문했던 기억을 다시 불러왔다. 그리고 기후위기와 교육의 문제제기는 인공지능 문제와 더불어, 인류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교육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 교육은 결국 한 세대만의 일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다시 짜는 일이기 때문이다.
전직 교육부 장관으로서의 풍부한 교육 현장 경험은 분명히 강점일 것이다. 하지만 문학작품이 아닌 글이 이렇게 읽는 내내 가슴을 흔든다는 사실이 나는 신기했다. 내가 교사라서 그런가. 스스로에게 계속 묻게 된다. 그만큼 이 글은 따뜻하다. 그리고 이 따뜻함은 감상적 온기가 아니라, 정책과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도 사람을 놓지 않는 온도다.
정치의 현장을 내가 다 아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솔직한 마음은 하나였다. 코로나의 시대가 아니라, 인공지능의 시대에 이 분이 교육부 장관을 한다면 어떤 교육 생태계가 구성될까, 궁금해졌다. 적어도 <숨 쉬는 학교>는 교사들이 읽고 공감하는 책에 그치지 않는다. 교육부장관과 전국의 교육감들이 먼저 읽고, 토론하고, 함께 다시 시작해야 할 책이다. 이 책은 교육의 넓이(세대와 지역과 평생), 깊이(철학과 본질), 높이(인공지능과 기후위기)를 모두 아우르면서 따스함의 온도까지 갖추었으니 나는 이 책을 '2026 한국 교육의 바이블'이라 불러도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끝내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학교는 숨을 쉬는가. 혹은, 우리는 학교가 숨 쉬도록 그 숨을 허락해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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