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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호황은 남의 말? 물량 5배 늘었는데 일하는 사람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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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호황은 남의 말? 물량 5배 늘었는데 일하는 사람은 줄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지속가능한 조선업을 위한 노동정책 방향' 보고서 발표

호황기에 들어선 조선업이 정작 지역 경제와 노동시장 활성화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4일 발표한 '지속가능한 조선업을 위한 노동정책 방향' 보고서를 보면 2016년 큰 위기를 맞은 조선업은 당시 수주량 2억240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에서 2024년 기준 11억1300만CGT로 5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문제는 이러한 조선업 회복세가 지역 경제 활성화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질 좋은 고용이 이전만큼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위치한 거제시의 경우 조선업 위기의 여파로 2015년 8만1035명이었던 종사자는 2021년(3만8343명)까지 감소했으나 2024년 기준 5만2009명을 기록해 호황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물량이 5배 늘어날 동안 노동자 규모는 과거의 64% 수준에 그친 셈이다.

ⓒ정기훈

전체 고용률로 살펴보면, 거제시 고용률은 2025년 상반기 기준 65.3%로 2016년 상반기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2025년 상반기 기준 실업률은 3.2%로 3%를 넘지 않았던 2017년 이전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거제시 실업급여 지급 현황도 2021년을 고점으로 점차 하락하고는 있지만, 조선업 위기 직전인 2015년(7만9110명)에 비해 3만4880명(44.1%) 더 많다.

반면 등록 외국인은 2021년을 저점으로 빠르게 회복되어 거제시의 경우, 2024년 등록 외국인은 1만4969명으로 2015년(1만5051명)에 거의 다다른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보고서는 "거제시의 중추 산업인 조선업의 회복이 지역 노동시장에서는 내국인보다 외국인에 초점이 맞춰져, 내국인 가구의 경제 회복을 통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직영 노동자의 규모도 줄어들었다. 직영 노동자는 2024년 기준 2만589명으로 전체 종사자의 39.6% 규모로 2015년 전체 종사자 대비 비중(33.2%)보다 증가했지만, 규모는 6316명(15년 직영인원 대비 23.5%) 수준으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이같은 상황이 지역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며 "조선업 호황에 따른 성과가 원청사 직영 노동자들에게는 제공되고 있지만,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직영 노동자보다 낮은 수준의 성과금을 받고 있고 그마저도 사외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아무것도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한, 조선업의 고도화 전략으로 인해 과거보다 노동 투입이 많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LNG선 등)를 강화하면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었으며, 해마다 단가가 동결되거나 삭감되는 구조가 지속되었기 때문에, 하청으로 내려갈수록 적정 임금이 아닌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한 "최저임금을 지급하려는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 비율 증가와 맞물려, 조선업 내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을 증가시키고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은 급여의 상당 부분을 자국으로 송금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 내 노동자가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상권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지금의 구조가 '다단계 원하청 구조. 하청 노동자의 고용 불안, 저임금 문제'라고 지목하며 "하청으로 내려갈수록 임금 수준이 최저임금에 가까워지므로 내국인 노동자를 구하기 힘들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조선업 내 외국인 고용 할당제(쿼터제)를 운영한다면 이는 조선업의 저임금 구조가 고착되는 문제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지역과 산업 내에서 외국인 노동자 고용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따라서 외국인 노동자 쿼터제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양대 조선소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최소화하고 내국인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금과 같은 노동구조가 지속될 경우, 내국인 노동자가 조선업을 안정된 생계 수단이나 직업 경로로 인식하지 않기에, 지금처럼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는 조선업의 숙련유지와 재생산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 중심의 인력 운용은 비자제도, 정주여건의 한계 등 장기적으로 숙련도를 축적하기 어려워 다음 불황기 이후 호황기가 도래하더라도 숙련된 노동자를 구할 수 없어 조선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조선업이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특성이 있는데 호황기에 고용되어 숙련도가 높아진 외국인 노동자를 불황기에 대량 해고하는 경우, 다음번 호황기에 숙련도가 높아진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라, 지금과 마찬가지로 미숙련 외국인 노동자가 유입되는 구조가 되므로, 숙련의 유지 및 재생산이 불가능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는 △ 원청 중심의 도급 구조를 개선하거나, 적어도 하청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향상시키고 고용을 안정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 조선업 전반에서 숙련을 유지 및 재생산할 수 있는 인력양성 체계를 구축 △ 조선업 내 외국인 노동자 고용 정책은 단기적인 인력 충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숙련을 축적하고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 △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조선소의 적극적인 개입 노력 등을 요구했다.

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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