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골함 들고 도청까지 행진…소유권·운영권 분리 속 ‘관리 공백’
전북 전주 자임추모공원에서 출발한 상여가 27일 도심을 지나 전북도청까지 이어졌다. 유가족들이 직접 상여를 메고 유골함을 들었다. 고인을 보내는 의식이 아니라, 반복된 시설 폐쇄와 추모 제한 속에서 책임을 묻기 위해 거리로 나선 행진이었다.
이 장면은 하나의 물음을 남긴다. 왜 유가족들이 상여를 메고 거리로 나서야 했는가.
자임추모공원 사태는 그동안 ‘민간 시설 분쟁’으로 설명돼 왔다. 그러나 시설 폐쇄와 한시 운영이 반복되고, 유골 보호와 추모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건의 성격을 다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허가로 시작된 시설에서 발생한 문제라면, 그 책임 역시 공공의 영역에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전북도의 허가와 전주시의 신고·승인 절차를 거쳐 운영된 장사시설이라는 점에서, 애초부터 공적 인허가 체계를 통해 성립한 시설이었다는 점도 논쟁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 1800기 유골과 1400여 유가족…“불안이 일상이 됐다”
현재 자임추모공원에는 약 1800기의 유골이 안치돼 있다. 자임유가족협의회에는 1478명의 유가족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241명이 위임장을 제출해 집단 대응에 나선 상태다. 협의회 측은 “장사시설 문제로 이 정도 규모의 유가족 조직이 구성된 사례는 드물다”며 “장기간 피해가 누적된 사안”이라고 설명한다.
시설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2024년 전면 폐쇄와 한시 운영을 거쳐 현재는 주말 제한 운영 등이 이어지고 있다. 송인현 자임추모공원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문이 열려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일이 반복된다”며 “고인을 찾는 일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문제는 단순한 불편의 수준을 넘어선다는 데 있다. 유골 보호와 추모권이라는 기본적인 권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 사태는 시설 운영 문제가 아닌 권리 침해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 허가에서 시작된 균열…2017년부터 이어진 구조적 문제
문제의 출발점은 시설 조성 단계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임추모공원은 전북도의 허가를 받은 재단법인을 기반으로 추진됐고, 전주시의 승인 절차를 거쳐 운영이 시작됐다. 공적 인허가 체계를 통해 조성된 장사시설이었다는 점에서 이후 발생한 문제를 둘러싼 책임 논쟁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초기 단계부터 구조적 위험 요인이 존재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2017년 당시 이미 근저당권이 설정된 상태에서 기본재산으로 편입됐고, 전주시의 승인 과정에서도 장사법상 요건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시설 신고가 수리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복합건물 구조에 따른 이해관계 조정 역시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이후 2019년 채권 문제로 경매 절차가 진행되면서 상황은 본격적으로 흔들렸다. 당시 약 470기 수준이던 유골은 이후 계속 증가해 현재 1,800기 규모로 확대됐다. 유가족 측은 “이 과정에서 행정의 관리·감독이나 사전 대응은 사실상 없었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 사태는 단기간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허가 이후 관리와 점검이 누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 소유권은 있는데 운영은 못 한다…관리 공백의 발생
결정적인 전환점은 2024년이다. 부동산 경매를 통해 유한회사 영취산이 시설 소유권을 확보하면서 기존 운영 구조와 충돌이 발생했다.
영취산은 소유권을 확보했지만, 장사법상 요구되는 재단법인 허가를 받지 못해 법적으로 시설을 운영할 수 없는 상태다. 실제 재단법인 설립 신청은 1년 이상 이어졌지만 허가를 받지 못했고, 그 결과 시설은 폐쇄와 한시 운영을 반복하게 됐다.
최근에는 전북도가 재단법인 자임에 대한 설립 허가를 취소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자임 측은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관리 주체를 둘러싼 혼선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소유권과 운영권이 분리된 구조가 고착됐고, 관리 책임이 명확히 작동하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소유자는 있지만 운영할 수 없고, 운영 주체는 있지만 통제하지 못하는 구조 속에서 관리 공백이 발생한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행정 권한이 분산된 데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법인 인허가는 전북도가, 시설 인허가는 전주시가 맡고 있어 관리 책임 역시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도는 시를, 시는 다시 법인과 도의 영역을 말하는 식의 대응이 반복됐다”는 불만도 나온다.
◇ ‘민간 분쟁’이라는 행정…상여행진으로 드러난 충돌
전북도와 전주시는 해당 사안을 민간 시설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으로 보고, 관련 법령 범위 내에서 대응 방안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이와 다른 문제를 제기한다. “허가와 승인으로 시작된 시설이라면, 이후 발생한 문제 역시 행정 책임의 연장선에 있다”는 주장이다. 민간 분쟁이라는 규정 자체가 책임을 비켜가는 방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 당사자 간 분쟁이 존재하더라도, 그로 인해 유골 보호와 추모권이 장기간 흔들린 상황이라면 행정이 단순한 관망자로 머물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다.
이 같은 인식의 차이는 결국 행동으로 이어졌다. 유가족들은 유골함을 들고 도청까지 행진하며 ‘유골 관리 책임 인계’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개인이 감당해 온 문제를 더 이상 사적 영역에 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자임추모공원 사태는 단순한 시설 운영 문제가 아니라, 허가 이후 관리·감독이 어디까지 이어져야 하는지를 묻는 사건으로 확장되고 있다.
“우리가 불행의 처음이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우리가 마지막이어야 합니다.”
송인현 공동대표는 이번 사태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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