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기획] 전주 자임추모공원 사태 ‘법과 제도는 무엇을 놓쳤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기획] 전주 자임추모공원 사태 ‘법과 제도는 무엇을 놓쳤나’

③ 반복되는 공백…추모권은 왜 보호되지 못했나

▲ 전주 자임추모공원 유가족이 지난달 27일 전북도청 민원실에 책임 인계서 제출을 시도하던 중 청원경찰에 제지되자 울부짖고 있다. ⓒ자임유가족협의회


◇ 제도 공백이 아니라 ‘방치’였나…장사시설 관리의 빈틈

자임추모공원 사태는 단순한 시설 운영 문제가 아니라, 현행 장사시설 관리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사설 장사시설의 설치와 관리 절차를 규정하고 있지만, 경매나 매매 등으로 소유권이 변경될 경우 기존 유골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자임추모공원 역시 전북도의 법인 허가와 전주시의 시설 승인이라는 절차를 거쳐 출발했지만, 이 같은 제도적 한계 속에서 이후 발생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할 장치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그 결과 소유자는 존재하지만 운영 주체가 없는 상태가 발생했고, 유골 관리와 추모권은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에 놓였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법의 공백이라기보다, 이미 드러났던 위험에도 불구하고 관리·감독이 작동하지 않았던 ‘방치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 전주 자임추모공원 앞에 유가족들이 내건 현수막과 피해 상황을 알리는 자료들이놓여 있다. ⓒ자임유가족협의회


◇ 소유권과 운영권 분리…제도는 이 충돌을 대비하지 못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소유권과 운영권이 분리되면서 발생한 구조적 충돌로 볼 수 있다.

경매를 통해 시설 소유권은 민간 업체로 넘어갔지만, 장사시설 운영은 재단법인만 가능하다는 법적 구조 속에서 결과적으로 실제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시설은 폐쇄와 제한 운영을 반복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가족에게 돌아갔다.

문제는 이러한 충돌이 충분히 예측 가능한 구조였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소유권 변경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운영 공백을 관리할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법은 존재했지만, 이 충돌을 조정할 장치는 비어 있었다.

◇ “민간 분쟁”과 “공공 책임” 사이…제도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나

행정은 이번 사태를 ‘민간 분쟁’으로 규정해 왔다. 그러나 장사시설은 단순한 사적 시설이 아니라, 유골 관리와 추모권이라는 공적 성격을 동시에 갖는 공간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사시설을 일반 민간시설과 동일하게 다루는 현재의 접근 방식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유골 관리와 같은 영역은 단순한 재산권 문제가 아니라 공공성이 강한 권리 영역인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행정 개입 기준과 책임 범위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민간 영역’과 ‘공공 책임’ 사이에서 제도가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 전주 자임추모공원 유가족들이 지난해 9월 전북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유골 안전과 추모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자임유가족협의회

◇ 반복 막으려면…사후 대응 아닌 ‘사전 안전장치’ 필요

전문가들은 유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인 설립과 시설 인허가 단계에서 재산권 구조와 채권 관계를 보다 엄격히 검증하고, 소유권 변경이나 경매 등 구조 변화가 발생할 경우 즉각 개입할 수 있는 관리·감독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정 요건에서는 지자체가 임시 관리 주체로 나서 운영 공백을 메우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유가족들 역시 “문제가 발생한 이후가 아니라, 처음부터 관리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어야 한다”며 사전적 관리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정치권도 움직였지만…“뒤늦은 대응” 한계

자임추모공원 사태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도 책임과 제도 공백 문제가 잇따라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설 봉안시설의 소유권 변경 시 지자체와 유족에게 이를 통지하고, 유골 이전이나 이용 제한이 발생할 경우 사전 협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이어 지난 1월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은 유가족 상경 집회 현장에서 이번 사태를 “지자체의 무능이 초래한 행정 참사”로 규정하며, 초기 인허가 단계의 관리 부실과 사후 대응 미흡을 비판했다.

이후 조국혁신당은 별도로 유가족 간담회를 열어 사태 구조를 점검하고, 지자체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법 개정 검토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행정 대응 지연에 대한 비판과 함께, 추모권을 국가가 보장해야 할 사회적 권리로 봐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제기됐다.

정치권에서는 추모권을 공적 권리로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사태 장기화 이후에야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여전히 사후 대응에 머물고 있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직접 개입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진보당 강성희 전주시장 예비후보는 전주시와 전북도를 향해 긴급 행정명령 발동과 유골 보존 상태 점검을 촉구했다.

▲ 진보당 강성희 전주시장 예비후보가 지난달 31일 전주시청에서 송인현 자임 유가족협의회 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자임추모공원 사태 해결을 위한 전주시와 전북도의 즉각적인 행정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강성희 예비후보


◇ 법이 아니라 ‘책임’이 멈췄다…다음은 막을 수 있나

이번 사태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 구조는 분명하다. 법적 권한은 나뉘어 있었고, 행정은 ‘한계’를 설명했으며, 정치권은 뒤늦게 움직였다. 그 사이에서 유골 관리와 추모권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로 방치됐다.

특히 ‘민간 분쟁’이라는 규정은 행정 개입을 제한하는 기준으로 작동했고, 책임은 분산된 채 누구도 전면에 나서지 않는 구조가 이어졌다. 자임추모공원 사태가 제도의 공백이 아니라, 책임이 작동하지 않은 구조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언제든 고인을 찾을 수 있는 최소한의 출입 보장과 안정적인 유골 관리, 그리고 분쟁 상황에서도 추모권이 제한되지 않도록 하는 행정의 책임 있는 개입이다. 그러나 현재 구조에서는 이 같은 기본적인 요구조차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입법과 제도 개선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 이전에 필요한 것은 지금 이 문제를 누가 책임지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과 실행이다.

자임추모공원 사태는 결국, 법이 아니라 책임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 전북도청 앞 광장에 자임추모공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근조 화환과 항의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프레시안
양승수

전북취재본부 양승수 기자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