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청을 뜻하는 '청(廳)' 자는 집을 의미하는 '엄(广)' 아래에 '들을 청(聽)' 자가 담겨있다.
전북자치도 익산시가 신청사를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집'으로 삼고 '권위'의 딱딱한 옷을 벗고 '소통'이라는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이유이다.
익산시 신청사 건립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였다. 1970년 지어진 옛 청사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을 만큼 노후화가 심각했다.
붕괴 위험이라는 불안감 속에서 시민들은 좁은 복도를 오가야 했고 공무원들은 흩어진 사무실 탓에 행정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야했다.
익산시는 2021년 11월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신청사 건립의 첫 삽을 떴다. 익산시는 행정 공백을 없애기 위해 공사를 2단계로 나눠 치밀하게 진행했다.
2024년 9월에 10층 규모의 본동 건립(1단계)이 위용을 드러내며 부서 입주가 완료됐다.
최근에는 옛 청사를 철거한 부지에 시민 편의 공간을 조성하는 2단계 공사까지 마무리하며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흩어졌던 행정 기능은 비로소 하나로 결합됐고 시민들에게 문화와 휴식을 제공하는 진정한 '복합 거점'으로 거듭나게 됐다.
신청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익산의 정체성을 담은 외관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미륵사지 석탑'을 본따 설계된 건물은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곡선미를 자랑한다. 밤이 되면 석탑 부분을 본뜬 외벽에 은은한 조명이 켜져 익산 시내를 아름답게 밝히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건물 내부 구성은 '시민'을 향해 있다. 지하 2층부터 지상 10층까지 이뤄진 신청사는 크게 시민 친화 공간과 업무 공간으로 나뉜다.
1층과 2층은 시민들이 언제든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개방형 공간이다. 전북은행과 농협은행이 입점해 금융 편의를 돕고 작은도서관과 시민정보화교육장, 시민동아리방이 마련돼 있다.
1층 민원실은 개방형으로 설계돼 시민들이 행정의 문턱을 느낄 수 없도록 했다. 건물 밖으로 나가면 꽃 정원이 펼쳐져 산책이나 휴식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신청사 건립과 함께 익산시청 역사상 처음으로 '직장어린이집'이 문을 연 것도 관심을 끈다.
어린이집은 소음 차단과 안전을 위해 본동과 떨어진 단독 건물로 지어졌다. 덕분에 직원들은 출퇴근길에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아이들은 독립된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됐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주차와 보행 환경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익산시는 신청사 지하 1·2층 주차장과 인근 주차 타워를 합쳐 총 710여 면의 넉넉한 주차 공간을 확보했다. 이 중 본청 지하 1층의 80여 면은 '민원인 전용 주차구역'으로 지정했다.
전기차 충전 구역은 화재 안전을 고려해 모두 지상 1층에만 배치했다. 또한 주차장 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은 주차 '홀짝제'(홀수 날에는 홀수 번호 차량만 이용)를 시행하며 시민들에게 주차 자리를 양보하고 있다.
건물 4층에는 어르신이 근무하는 편의점이 입점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추진된 이 편의점은 노인에게 삶의 활력을, 시청을 이용하는 시민과 직원들에게는 편리함을 선물한다.
익산시는 '관청 청(廳)' 자의 의미처럼 신청사는 이제 단순히 행정 업무를 보는 공간을 넘어 시민의 작은 목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귀하게 담아내는 소통의 전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56년 만에 완공된 신청사는 단순히 공무원들이 일하는 건물이 아니라 주인인 시민들이 언제든 찾아와 쉬고 즐기는 시민 중심 공간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집에서 더 낮은 자세로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익산의 새로운 100년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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