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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 노동자 상담 '과부하', 정규직화 '실종'…서울 노동행정 현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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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 노동자 상담 '과부하', 정규직화 '실종'…서울 노동행정 현 주소

['약자 동행' 서울의 그늘] ③ 노동정책

한때 서울시는 '노동 존중' 행정의 앞줄에 서 있었다. 2014년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지역 노동권익센터를 설립해 민관 협력을 통한 취약노동자 상담·지원 모델을 만들었다. 2018년에는 서울시교육청이 전국 교육청 중 네 번째로 청소년노동인권교육 조례를 만들었고, 꾸준히 관련 예산이 편성됐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문재인 정부 집권 전인 2012년 서울시가 먼저 시작했다.

공공부문이 취약 노동자 상담·지원체계 마련, 예비 노동자에 대한 노동교육,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 모범 사용자 역할 수행 등을 꾀한 대표적 지역이 서울이었다.

지난 6년 세 정책이 모두 흔들렸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효율화를 명분으로 폐지된 권역별 노동권익센터의 업무까지 맡으며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다. 청소년노동인권교육 예산은 서울시의회에서 한 차례 전액 삭감됐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멈춰섰다. 이를 정리했다.

줄어든 청소년노동교육·노동권익센터 예산…멈춰선 정규직화

노동권익센터, 청소년노동인권교육 예산 삭감은 2022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희 의석 다수를 차지한 2023년 예산 심사 시기에 집중됐다.

그해 본예산안 심사에서 서울노동권익센터 예산은 직전 해 36억 8200만 원에서 28억 2755만 원으로 8억 원가량 삭감됐다. 이로 인해 직원들의 임금이 6개월가량 체불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다음 해 서울노동권익센터 예산은 52억 9547만 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이는 감정노동종사자권리보호센터와 4개 권역 노동권익센터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업무를 서울노동권익센터로 몰아넣는 과정에서 일어난 예산 증액이었다.

노동센터 전체 예산과 비교하면 이를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2021년 서울노동권익센터, 감정노동센터, 권역별 노동센터 등 6개 센터의 예산 총액은 86억 7325만 원이었다. 나머지 5개 센터가 모두 폐지된 가운데, 올해 서울노동권익센터 예산은 54억 9830만 원으로 책정됐다.

▲2021~2026년 서울노동권익센터와 해당 센터에 통폐합된 센터 운영 예산 그래프. 백만 단위 이하는 반올림. ⓒ프레시안(최용락)

2023년 본예산안 심사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올린 청소년노동인권 예산 3억 2600만 원도 전액 삭감됐다. 2차 추경예산안 심사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절반 가까이 줄인 1억 7276만 원 예산 편성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전액 삭감됐다. 당시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편향된 교육'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예비 노동자에 대한 노동인권교육은 꼭 필요하다는 여론에 힘입어 다음 해인 2024년 서울시교육청의 청소년노동인권교육 예산은 2억 6625만 원이 편성됐다. 그러나 2025년과 2026년에는 각각 1억 5220만 원, 1억 7184만 원으로 예산이 줄었다.

▲ 서울시교육청 '2026학년도 학교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기본계획' 중 청소년노동인권교육 신청학급 대비 시행학급.

▲2021~2026년서울시교육청 청소년노동인권교육 예산. 백만 단위 이하는 반올림. ⓒ프레시안(최용락)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아예 멈춰 섰다. 문재인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따라 2020년 12월 정규직화 대상에 포함된 서울신용보증재단·서울교통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콜센터 민간위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6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급이 수요 못 따라가는데 사업 축소…정규직화? 오히려 구조조정 중

현장에서는 세 사업의 확대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박지수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서울노동권익센터분회장은 "권역별 노동센터와 감정노동센터를 서울노동권익센터에 통합한 뒤 전체적으로 볼 때 예산과 인원은 줄었지만, 최대한 사업 수는 유지하고 있다"며 취약 노동자 지원·상담 체계의 과부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감정노동센터에서 13명이 하던 일을 지금은 3명인 팀 하나가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여름쯤 예산이 소진돼 하반기에는 심리상담을 할 수가 없었다"며 "법률상담도 중요 업무인데, 인건비가 부족해 노무사가 한 명뿐이다. 위촉 노무사를 두고 있지만, 상담 데이터를 쌓고 추가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청소년노동인권교육도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의 '2026학년도 학교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기본계획'을 보면, '학교로 찾아가는 노동인권 및 진로탐색 교실'을 신청한 학급은 2021년 271학급에서 2025년 1358학급으로 5배가량 늘었지만, 시행 학급은 130학급에서 270학급으로 2배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신청 대비 시행률은 19.9%다.

박내현 서울청소년노동인권교육넷 활동가는 "청소년노동인권교육 예산이 삭감된 뒤 매년 교육을 나가던 학교에서 '신청했는데 예산을 못 받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다"며 "무상으로 교육을 하기도 하고, 학교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교통비 정도를 받고 가기도 하는데 모든 강사가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 서울시 콜센터 민간위탁 비정규직이 속한 희망연대노조의 박경수 조직국장은 "(오 시장이) 후보 시절에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한다고 했는데, 당선된 뒤 단 한 명의 정규직 전환도 없었다"며 "오히려 위수탁 재계약 때마다 인원을 줄이며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노동민간위탁분회가2023년 6월 서울노동권익센터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시의회에 추경 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필리버스터 문화제를 개최했다. ⓒ민주노총

취약 노동자 지원·공공부문 정규직화…지방정부 따라 흔들리면 안 돼

일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에 처한 취약 노동자에 대한 상담·지원, 예비 노동자에 대한 노동교육, 비정규직에 대한 모범 사용자 역할은 취약 노동자 처우 개선을 꾀한다면, 공공부문이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지방정부가 바뀌는 데 따라 노동정책이 흔들리는 일을 막기 위한 방안은 없을까.

박지수 분회장은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일하는 시민에게 서울시를 대표해 법률상담, 심리상담 등 정책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며 "서울시가 이를 직접 내재화해 수행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가 하기 어려운 필수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이라면, 재단이나 시 출자·출연기관으로 만들어 독립성과 자율성, 안정성을 보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내현 활동가는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이 교과서에 들어가고 교사들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노동교육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갑작스럽게 교육 체제를 바꾸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법제화하되, 전문성을 쌓은 외부 강사와 협력하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재범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시를 대표해 시민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콜센터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남겨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미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선정된 만큼 서울시 콜센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완료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시설관리, 출자·출연기관 등 상시지속업무를 함에도 비정규직 고용이 이뤄지는 영역이 여전히 많을 것"이라며 "사각지대 해소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1년 7월 1일 'SH공사 콜센터, 정규직 전환 노사전협의회 구성 촉구’ 기자회견. ⓒ연합뉴스

한편 서울시는 노동권익센터 축소에 대해 "예산 감소는 서울노동권익센터 중심의 기능 재편 과정에서 중복 관리 인력을 조정하고, 자치구에 대한 시비 보조금 지원을 단계적으로 낮춘 데 따른 것"이라며 "센터 통합 이후에도 인력 구조를 재편하고, 위촉노무사 운영을 확대하는 등 상담업무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청소년노동인권교육 예산 감소에 대해서는 "서울교육청과 시의회 소관이라 서울시가 답할 내용이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전체적으로 긴축재정에 들어가며 예산이 줄어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예산 편성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 서울시는 "각 기관의 독립적인 인사권과 조직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 기관별로 노사 간 합의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할 사안"이라며 "시는 2020년 12월 '투자출연기관 민간위탁 콜센터 노동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각 기관이 '노사전협의회'를 구성하여 정규직 전환을 위한 협의 절차를 진행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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