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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가 셀프 조사?"…'음료 3잔 횡령' 사건 앞 노동부의 이상한 행정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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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가 셀프 조사?"…'음료 3잔 횡령' 사건 앞 노동부의 이상한 행정지침

점주측 고소 취하했지만…불합리한 직장내괴롭힘 조사 지침은 6년째 그대로

직장내괴롭힘은 산업재해와 함께 사람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노동 문제다. 이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며 관련 분쟁도 늘고 있다. 직장내괴롭힘 금지 조항이 근로기준법에 도입된 다음 해인 2020년 5823건이었던 신고건수는 지난해 1만 3601건까지 늘었다.

다만 구체적인 직장내괴롭힘 금지법의 내용은 여론의 온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가해자로 지목된 경우에도 사용자가 사건을 조사하게 한 이른바 '셀프 조사' 지침이다. 고용노동부의 이 지침은 최근 문제가 된 '알바생 음료 3잔 횡령' 사건에서도 노동자의 발목을 잡았다.

'알바생 음료 3잔 횡령' 사건의 전말

3일 언론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음료 3잔 횡령'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충북 청주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점주가 20대 아르바이트 노동자 A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A씨가 퇴근하며 1만 2800원 상당의 음료 3잔을 챙겼다는 이유에서였다.

그에 앞서 점주는 지난해 10월경, 당시까지 5개월여 간 근무한 A씨에게 약 35만 원 상당의 '음료 112잔을 마셨다'는 자술서와 함께 합의금 550만 원을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점주는 '본사에서 캐내면 절도죄 성립하고 대학도 못 간다'는 말도 했다.

속앓이를 하던 A씨는 자술서를 쓰고 한 달여 뒤 '협박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한 것'이라 주장하며 점주를 공갈 등 혐의로 고소했고, 노동부에도 직장내괴롭힘 진정을 냈다. 점주 측에 따르면, 앞서 말한 업무상 횡령 혐의 고소는 이에 대한 맞대응이었다.

양측의 입장과 함께 사건이 공론화 된 것은 지난달 말이었다. A씨는 자신이 가져간 음료는 '제조 실수로 인한 폐기처분 대상이었고, 평소 이는 직원들이 알아서 처리해왔다'고 주장했다. 점주는 '폐기 처분 대상 음료에 대해서도 돈을 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알려왔다'고 맞섰다.

온라인상에서는 점주를 비판하는 여론이 컸다. 'A씨가 100여 잔의 음료를 마셨다고 해도 5개월이라는 근무기간으로 보면 하루 한 잔 꼴이며, 550만 원의 합의금도 손해액에 비해 너무 크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할 때 음료는 제한 없이 마셨다' 등 내용이었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점주 측은 지난 2일 A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점주 측이 받은 공갈 혐의에 대해서도 경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린 상황이라 사인 간 법적 분쟁은 정리 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6년 째 제자리인 '직장내괴롭힘 가해자 셀프 조사' 지침

다만 제도적으로는 남은 문제가 있다. A씨가 노동부에 직장내괴롭힘 진정을 냈을 때, 이를 접수받은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청주지청은 점주에게 조사를 명했다. 점주 측 변호사가 A씨를 조사했고, 당연하게도 결과는 '직장내괴롭힘은 없었다'는 것이었다.

청주지청의 조치는 일탈이 아닌 직장내괴롭힘 관련 노동부 지침에 따른 것이었다. 2021년 개정에 따라 해당 지침에는 직장내괴롭힘 금지법상 '사건 접수 시 사용자가 이를 지체없이 조사해야 한다'는 규정을 사용자가 가해자로 지목됐을 때도 적용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가해자 셀프 조사'라 비판받는 이 지침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시행 시점부터 6년째 제기돼 왔다. 전날도 노동단체 직장갑질119는 '음료 3잔 횡령' 사건과 관련 "사장 괴롭힘을 사장 법률대리인이 조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재차 지침 개정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직장내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 혹은 사용자 친인척인 경우 사용자 조사 없이 노동부가 사업장을 지체 없이 조사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2021년 개정 전 지침에 담겨있던 내용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음료 3잔 횡령' 사건의 사회적 여진은 계속될 필요가 있다. 직장내괴롭힘 진정 접수 뒤 4개월여가 지나 사건이 공론화 되고서야 문제가 된 카페에 대한 감독을 시작한 노동부가 불합리한 제도를 바꾸기 위한 개혁만은 당장 해낼지 지켜볼 일이다.

▲서울 시내의 한 카페. ⓒ연합뉴스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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