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한창 전쟁을 벌이는 미국이 육군참모총장을 사실상 해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정부 때 장관 보좌관을 지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지상군 투입까지 염두에 둔 전시 상황에서 중동 작전 경험이 있는 육군 최고 지휘관을 해임한 것을 두고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일(이하 현지시간) 미 방송 CBS는 소식통을 인용해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랜디 조지 미 육군참모총장에게 사임하고 즉시 퇴임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방송에 헤그세스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본인의 비전을 실현할 인물을 참모총장으로 원한다고 밝혔다.
방송은 "이 문제에 정통한 세 소식통에 따르면, 육군 변혁훈련사령부 사령관이었던 데이비드 호드네 대장(4성)과 육군 군종장이었던 윌리엄 그린 소장(2성) 등 두 명의 육군 장교도 함께 해임됐다"고 전했다.
보도가 나오자 숀 파넬 전쟁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조지 총장은 제41대 육군참모총장 직에서 즉시 퇴임한다. 국방부는 조지 총장의 수십 년에 걸친 국가에 대한 헌신에 감사하며, 그의 은퇴 후 삶을 기원한다"고 밝혔다고 방송은 전했다. 전쟁부 고위 관계자는 방송에 "우리는 그의 헌신에 감사하지만, 육군에 리더십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미 육군참모총장의 임기는 일반적으로 4년이다. 조지 총장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지명한 이후 2023년 상원 인준을 받았기 때문에 통상적이라면 2027년까지 임기를 채웠어야 했다. 더군다나 현재 미국은 지난 2월 28일 이란을 선제공격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전쟁을 치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일 연설에서 향후 2~3주 간 이란에 대대적인 공격을 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이란에 지상군 투입을 위해 병력을 집결시키는 가운데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군 장성들을 해임한 것을 두고 미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짚었다.
신문은 "장군들의 갑작스러운 해임은 미 육군이 이란에서의 지상 작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천 명의 병력을 중동으로 파견한 시점에 발생했다"며"이러한 성격의 지휘부 교체는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시상황임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헤그세스 장관이 이 시점에 조지 총장을 해임한 것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주말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 가수 '키드 록(Kid Rock)'의 자택을 육군의 헬리콥터가 근접 비행한 사건이 이번 해임 조치의 계기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키드 록은 테네시주 내슈빌 인근에 위치한 자택을 백악관으로 꾸며 놓고 이를 '남부 백악관'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본인 계정에 그의 자택에 있는 수영장에 미 육군 제101공중강습사단의 AH-64 아파치 헬기 2대가 도착해 머물러 있는 장면, 그리고 헬기를 향해 본인이 거수 경례를 하고 환호하는 장면 등이 담긴 영상을 게재했다.
이를 두고 육군은 해당 조종사들에 대해 비행 정지 처분을 내리고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군의 헬기가 특정 민간인의 자택 인근에 머물러 있는 것이 항공안전 규정 및 연방항공청(FAA) 규정에 문제가 없는지, 훈련 경로를 벗어나 사적인 비행을 한 것인지, 또 그로 인해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는지에 대한 조사였다.
그러자 헤그세스 장관은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키드 록의 영상을 게재한 뒤 "처벌 없다. 조사 없다. 계속 임무를 수행하라, 애국자들이여"라는 메시지를 게재하면서 이 조종사들을 두둔했다.
이후 하루 만에 조지 총장에 대한 사실상의 해임 결정이 나오면서 안그래도 바이든 정부 때 임명되어 탐탁지 않았던 인사에 대해 이 일을 계기로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조지 총장은 바이든 정부 시절인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수석 군사 보좌관을 역임했다.
이와 관련 방송은 "소식통 중 한 명은 조지 총장에게 사임을 요구한 헤그세스 장관의 결정이 이번 헬기 사건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미 군사 전문 매체 <브레이킹 디펜스>는 조지 총장이 주요 현안을 다루는데 있어 "헤그세스 장관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진 대니얼 드리스콜 제26대 미 육군성 장관과 긴밀히 협력해 왔다"며 "드리스콜과 헤그세스 장관 사이의 역학 관계로 인해 조지 총장이 해임될 것이라는 소문이 수개월간 돌고 있었다"고 배경을 분석하기도 했다.
매체는 트럼프 정부가 2기 집권 이후 다양성을 지지하는 장군들과 바이든 정부 당시 아프가니스탄 철수 관련 명령을 수행했던 장군들을 숙청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로 인해 오스틴 장관 및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과 관련된 장군들이 해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러한 배경 하에 실제 올해 들어 해안경비대 사령관 린다 페이건, 합참의장 C.Q. 브라운, 해군참모총장 리사 프란체티, 공군 부참모총장 제임스 슬라이프, 국방정보국장 제프리 크루즈 중장, 국가안보국(NSA) 겸 사이버사령부 사령관 티모시 호 등이 해임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전쟁부의 행태에 대해 로이드 오스틴, 윌리엄 페리, 척 헤이글, 레온 파네타 전직 국방장관과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첫 번째 국방장관이었던 짐 매티스 등 5명의 국방장관들은 미 의회 의원들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해임 조치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미국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무모한 행동에 책임을 묻고 헌법에 보장된 감독 및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은 군대를 정치화하고 대통령 권한에 대한 법적 제약을 없애려는 행정부의 의도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많은 미국인들, 그리고 많은 군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이러한 지도자들이 순전히 당파적인 이유로 해임되고 있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며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군인들이 "권력에 진실을 말하는 것"을 주저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CBS 방송은 현재 육군 참모차장인 크리스토퍼 라네브가 육군 참모총장 직무 대행을 맡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헤그세스 장관의 군사 보좌관으로 근무했었다.
사실상 해임 조치를 당한 조지 총장의 경우 1988년 미국의 육군사관학교라고 할 수 있는 웨스트포인트에서 보병 장교로 임관했으며, 1991년 걸프전에 참전했고 2001년 9.19 테러 이후 벌어진 중동에서의 미군 작전에 참여하는 등 중동 관련 작전에서 역량을 키워온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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