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베트남 청년 노동자의 남동생이 그의 사망 한 달째인 10일 사고 현장을 방문해 고인을 다시 추모했다. 현장에서 눈물을 쏟은 동생은 "한국이 노동자들에게 안전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오전 11시경, 응우옌 반 뚜 씨(NGUYEN VAN TU·21세)는 그의 형이 일했던 경기 이천 자갈·석재 가공업체 중앙산업을 방문했다. 23세 베트남 이주노동자였던 고 응우옌 반 뚜안(NGUYEN VAN TUAN) 씨는 지난달 10일 새벽, 오작동을 일으킨 컨베이어벨트를 혼자 점검하다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참변을 당했다.
산재 유족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이날 뚜 씨 곁을 지켰다. 유족 대리인인 이용덕·장혜진 활동가(이주노동법률센터 소금꽃나무)와 통역을 맡은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등도 사고 현장에 동행했다. 공장이 허가한 일부 인원을 제외하고는 공장 진입이 불허됐다.
공장은 전체 설비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뚜 씨는 대리인 등과 함께 형이 처음 발견된 사고 현장을 제일 먼저 들렀다. 뚜 씨는 현장을 보자마자 한동안 오열했고, 이 때문에 몸을 잘 가누지 못해 국화꽃을 힘겹게 콘크리트 바닥에 놓았다.
이들은 30여 분간 이 자리에 머물렀다. 뚜 씨는 한국에 오지 못한 아버지와 영상 통화를 나눴고, 두 부자는 이내 잠시 동안 눈물을 쏟았다. 미처 향을 준비해 오지 못한 뚜 씨는 대신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를 피웠다.
이들이 한 시간가량 공장을 방문하는 동안, 공장 입구에선 민주노총 경기본부 관계자와 이천 주민이 "뚜안 님의 땀과 노고를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평안히 잠드소서"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이들을 기다렸다.
사고 한 달, 공식 사과 듣지 못해
방문을 마친 뚜 씨는 공장 입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마음이 많이 아프다.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니 더 많이 아프다"며 "형이 흘린 핏방울을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고 밝혔다. 이어 "형을 추모하며 형에게 말했다. 저세상에선 아프지 말고 편히 쉬라고. 내가 형을 모시러 왔다고. 많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뚜 씨는 또 "마침 오늘이 형의 생일"이라며 "형이 우리 부모님, 가족들을 잘 보살펴 주면 좋겠다. 한국 땅의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안전하도록 잘 보살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뚜 씨는 이날 형이 지냈던 숙소에서 형의 모자와 목걸이도 챙겨 나왔다. 뚜 씨는 형의 기숙사 방에 덩그러니 놓인 침대를 보면서도 소리 내 울었다. 물품은 대부분의 정리됐으나, 뚜 씨는 이날 방의 쓰레기통과 서랍에서 형의 모자와 목걸이를 각각 찾았다.
그는 "기계(컨베이어벨트)가 너무 큰데, 안전장치가 하나도 없던 점, 사람도 안 보이고, (CCTV) 카메라도 없었던 점이 가장 마음 아팠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뚜 씨는 형이 사망한 때 일본에 있었다. 1년가량 일본에서 일했던 뚜 씨는 근로계약 기간이 끝나면, 한국에 올 생각이었다. 형 뚜안 씨가 생전 그에게 "한국은 좋은 나라다. 일본에서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간 뒤, 한국으로 와서 나랑 같이 일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그런 뚜 씨는 "그러나 형이 이렇게 된 지금은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다"며 "베트남에서 부모님을 챙기면서 같이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 "일하는 사람들이 죽지 않게, 억울한 죽음이 더는 없도록 안전한 곳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의 옆에 서 있던 김미숙 이사장은 "맨 말단의 (한국인) 노동자가 하던 일을 이젠 이주노동자에게 떠넘기면서도 돈벌이에만 급급하고, 이들이 어떻게 안전하게 일할 지 생각은 전혀 안 하는 게 우리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정말 많이 힘들고 앞이 캄캄하겠지만, 그럼에도 살면 살아지더라"며 "뚜 씨가 앞으로 가장 역할을 할 텐데 어머니 잘 보살펴드리고, 혼자 짐 짊어지지 말고 몸, 마음 건강히 지내시라"고 당부했다.
지난 9일 입국한 뚜 씨는 형의 사망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기 전까진 베트남으로 돌아가지 않을 계획이다. 유족을 지원하는 경기이주평등연대는 "어머니는 아직도 쓰러지며 매일 통곡하고 있다"며 "뚜 씨는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가족의 고통이 계속 커지고 있기에, 직접 입국해 사고의 진실을 규명하고, 이 사태의 빠른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입국했다"고 밝혔다.
중앙산업과 유족 간 협의는 아직 진행 중이다. 유족 측은 진심 어린 사과와 철저한 진상규명에 협조, 종합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정주(한국) 노동자와 차별없는 유족 배·보상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중앙산업 대표이사와 법인 등의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안전조치 미이행 등을 이유로 회사 관계자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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