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한 분노(Epic Fury)." 미국이 자신이 시작한 이란 공습에 붙인 작전명이다. 현실은 트럼프가 원한 영웅 서사(敍事)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중동에서 13명의 미군이 죽었다. 부상자는 300명이 넘는다.
미 "전쟁부"가 의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미국이 지출한 전쟁 비용은 개전 첫 6일에만 17조 원. 4월 첫 주까지 40조 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 3000만 명의 아동들에게 한 해 내내 무료 급식을 주고도 남을 돈이다. 물론 이란인 사상자는 적어도 2만 8000명. 그 가운데는 수업 중 토마호크 미사일에 폭사한 168명의 어린 학생들도 있다.
"초토화," "지옥문," "문명 멸망." 제노사이드를 연상케 하는 트럼프의 말 폭탄 가운데 최근 양국이 2주 휴전에 합의했지만, 세계 석유와 LNG의 20% 이상이 흐르는 "에너지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열릴지는 불확실하다. 확실한 것은 한국 선박 26척 포함, 2000여 척의 배가 여전히 그 안에 갇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간 국제 유가가 50%가량 올랐다는 것이다.
미 국내 휘발유 가격도 30% 넘게 인상되었지만, 아시아 빈국들에서 그 인상 폭은 더하다. 미얀마 94%, 필리핀 69%, 그리고 파키스탄에서 47%가 올랐다. 특히 필요한 석유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파키스탄은 그 수입의 80%를 페르시아만으로부터 들여온다.
파키스탄은 최근 학교 문을 닫았고, 관공서도 주 4일만 열기로 했으며, 국가 공무원들 절반에게 재택 근무령을 내렸다. 미-이란 간 협상을 중재한 파키스탄의 절박함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첫 협상은 결렬됐다.
호르무즈 해협으로 에너지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비료 수출의 5분의 1 이상이 이 해협을 통해 이루어진다. 풍부한 천연가스로 요소, 암모니아와 같은 질소 비료를 생산해 온 걸프 국가들은 이제 그 판로를 봉쇄당했다. 석유를 정제하며 얻은 황으로 인산 비료를 만들어 왔으나 그 수출길 역시 막혔다.
결과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비료 가격은 50% 폭등했다. 그리고 북반구의 농민들은 봄 파종기에 그 값을 지불해야 할 형편이다. 종국에는 뿌리를 튼튼히 하고 산출을 늘려 줄 비료의 공급 차질이 해협 밖 국가들의 식량 문제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역설적으로 비료는 수출하되 식량은 수입하는 해협 안 다수의 걸프 국가들은 그 봉쇄로 인해 이미 '식량 안보'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참고로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UAE,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7개국은 대두, 옥수수, 쌀 소비에 있어 각각 95%, 89%, 7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무엇보다 안과 밖을 구분하지 않고 국경과 지역을 넘어 '기후 비안보'는 더 가속화됐다. 전쟁으로 배출된 온실가스 때문이다. 예를 들어, F-35 같은 최신형 전투기가 한 시간 동안 뿜어내는 탄소량은 승용차 한 대의 7년 배출량에 이른다. 그리고 영국을 떠나 이란을 향해 출격한 미 폭격기는 유럽을 우회해 왕복 18시간을 비행했다.
필라델피아에 소재한 '기후·커뮤니티연구소(Climate and Community Institute)'에 따르면 개전 후 첫 2주 동안 추가 배출된 온실가스 양은 아이슬란드가 2024년 한 해 동안 배출한 양과 맞먹는다.
물론 전쟁 후 재건 과정에서도 온실가스는 다량 배출될 것이다. 같은 기간 무너진 건물은 약 2만 채. 이를 다시 세우는 데 필요한 시멘트는 그 1톤 생산에 1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후 악당'이다. 시멘트 산업이 하나의 국가라면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 중국, 미국 다음이다.
전쟁의 포화 속에 스멀스멀 악화한 지구온난화.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어쩌면 가장 광범위한 제노사이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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