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국립문학관장에 취임한 원로 문학평론가 임헌영이 최근 두 권의 책을 냈다. 지난 2월 출간한 <상처와 화살>과 <임헌영의 미국문학기행>이다. 나란히 세상에 나온 두 책은 하나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연작처럼 보이기도 한다.
<상처와 화살>의 부제는 '인문학으로 세상읽기'다. 문학평론가라는 이력에 걸맞게 저자는 문학의 눈으로 인문학을 본다. 여러 학문 중 문학만큼 인간을 종합적으로 탐구하는 분야는 없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문학관장 인사말에서도 그는 "인문 사회과학의 반석은 문학"이라 썼다.
책 제목은 그리스 신화 속 필록테테스 이야기에서 따 왔다. 필록테테스는 악취가 나는 상처 때문에 부대에서 버림받았지만, 그 상처를 딛고 날린 화살로 트로이 전쟁을 끝낸 영웅이다. 저자는 인문학 역시 시대의 상처를 품고, 이를 에너지 삼아 세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책 속에서 셰에라자드, 장자, 브레히트, 예수, 석가, 사마천, 빅토르 위고, 톨스토이 등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인문학 고전을 다룬다. 그러면서 인문학이 다양성 속에서도 오랫동안 꿈꿔온 것은 평등과 평화이며, 그 회복이 우리에게 절실한 과제라고 강조한다.
<임헌영의 미국문학기행>은 미국의 역사와 여러 인물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헤겔이 '미국은 미래의 나라다'라고 했을 때 그 미래가 어떤 의미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이어 미국을 백인우월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에 바탕한 제국주의 국가로 규정한다.
책 속에서 저자는 이를 보여주는 여러 역사적 사건을 기술한다.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과 흑인 노예제 등 내부를 향한 착취와 폭력은 물론 멕시코 침략, 베트남전 같은 팽창주의 전쟁도 주요하게 다뤄진다. 어쩌면 이런 일들이 미국의 상처일 수 있겠다.
그런 책의 제목에 '문학기행'이 담긴 이유는, 저자가 상처를 화살로 승화한 인물들의 이야기와 글을 중심에 두고 미국 역사를 풀어내려 했기 때문이다. 평화운동가였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 반전 투사였던 마크 트웨인, 흑인민권운동의 대표적 얼굴인 마틴 루터 킹 등이다.
두 책은 서로에 대한 보완으로 읽힌다. <상처와 화살>이 인류 문명 전체를 아우르는 인문학의 지도라면, <미국문학기행>은 인문학적 시선으로 미국이라는 구체적인 현장을 들여다본 책이다.
두 책을 소개하려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났을 때 저자는 <상처와 화살>은 독자들이 '무지개'처럼 다양한 인문학을 접하며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기를 수 있기를 바라며 썼고, <미국문학기행>은 미국을 똑바로 보기를 바라며 썼다고 귀띔했다.
인문학의 힘을 통해 최근 거세지고 있는 흑백논리나 전쟁의 확산에 맞서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바람도 함께였다.
※임헌영 국립한국문학관장은 20대 때 유신반대 운동에 참여해 두 차례 투옥됐고, 2018년에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출소 뒤 역사문제연구소 부소장, 민족문제연구소장, 참여사회아카데미 원장, 중앙대학교 국문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뒤 올해 국립한국문학관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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