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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 변호사의 세상읽기] 내 돈, 내 마음대로 못 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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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 변호사의 세상읽기] 내 돈, 내 마음대로 못 주나요?

유류분, 죽은 사람의 의사와 법의 개입 사이

아버지는 전 재산을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 남겼다. 마지막까지 곁을 지킨 사람에 대한 보상일 수도 있고, 오랜 갈등 끝에 내린 선택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자식들은 아무 권리도 주장할 수 없는 것일까.

우리 법은 이 질문에 선을 긋는다. 일정한 범위에서는 되돌릴 수 있다. 이른바 유류분 제도다. 상속인이 최소한으로 확보할 몫을 법이 보장하는 제도다. 이는 상속에서 배제될 수 없는 최소한의 몫을 인정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곧바로 반론이 뒤따른다. “내 재산을 누구에게 줄지는 내 자유 아닌가.” 실제로 유류분은 재산권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류분을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와 그에 대한 정당한 기대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 본다. 여기서 유류분은 단순히 누군가의 몫을 빼앗는 제도가 아니다. 부모의 재산이 홀로 일군 성과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헌신과 희생이 스며든 공동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점을 법적으로 반영한 제도다. 결국 유류분은 고인의 의사를 무조건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재산을 함께 일궈온 이들의 정당한 권리에 대한 법적 응답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기본 취지는 인정하면서도 구조의 변화를 요구했다. 모든 상속인에게 획일적으로 유류분을 인정하는 방식은 더 이상 그대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특히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이미 폐지되었고, 제도는 유지되되 그 적용 범위와 방식은 점차 조정되고 있다. 나아가 피상속인에 대한 중대한 부양의무 위반이나 범죄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권 자체를 제한할 수 있도록 제도도 보완되었다.

죽은 사람의 선택을 절대화하지도, 살아 있는 상속인의 권리만을 우선하지도 않는다. 법은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한다. 그리고 그 균형은 현실의 분쟁에서 드러난다. 이미 특정인에게 넘어간 재산을 둘러싸고 무엇을, 어디까지 되돌려야 하는지가 다툼의 핵심이 된다. 부동산 등 재산 자체를 반환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최근에는 돈으로 정산하는 방식이 중심으로 자리 잡아가면서 분쟁의 양상 또한 변모하고 있다.

상속은 끝이 아니라, 사후에 다시 시작되는 법적 분쟁이다. 그리고 그 분쟁 속에서 유류분 제도 역시 변화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유지될 것인가, 축소될 것인가, 아니면 전면적으로 재설계될 것인가. 답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상속이 더 이상 개인의 선택만으로 완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법은 그 선택 이후까지 개입하고 있다.

결국 상속은 고인의 마지막 의사와 남은 이들의 삶이 만나는 지점이다. 그렇기에 법은 차가운 판결문 너머에서, 그 사이의 균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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