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이 가장 첫 번째입니다. 진정한 추모는 진상규명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난 지 500일이 지났지만 유가족은 여전히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13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광주YMCA 1층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는 우연히 앞을 지나다가 포스터를 보고 헌화하러 온 시민부터 타 지역에서 찾아온 시민까지 다양한 방문객들이 추모를 위해 발걸음을 멈췄다. 방문객들은 하얀 국화를 들어 헌화한 뒤 짧은 묵념을 했다. 이어 분향소에 마련된 공간을 둘러보며 유족들의 설명을 들었다.
유가족 A씨는 분향소를 개소한 이유를 '진상규명'과 '기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참사는 시민들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며 "유가족들이 사비를 모아 시민들에게 알리려고 분향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한 시민들의 무관심과 오해로 지칠 때도 많다고 했다. A씨는 "지역 여행사 협회 관계자들조차 우리가 보상금 문제 떄문에 이러고 있는 줄로 오해하고 있더라"며 "시민들도 '다 정리가 된 일인 줄 알았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날 분향소를 찾은 김모씨(30대·여성)는 "관련 기사를 보면 마음이 아파 일부러 잘 찾아보지 않았다"며 "직접 와서 설명을 듣고 보니 참사 원인과 진실 규명이 이렇게까지 안 된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족 측의 설명을 들으니까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만 충격도 크고 너무 화도 많이 난다"며 눈물을 보였다.
화순에서 찾아왔다는 김모씨(60대·남성)도 "자세한 상황을 잘 몰랐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희생된 일을 이대로 두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국정조사 등을 통해 진상 규명을 끝까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유가족은 사고 수습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정황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초기에 유류품이 폭발로 모두 소실됐다고 들었지만 그게 아니었다"며 "사고 기체 잔해를 담아 놓은 톤백을 한쪽에 방치해 두었는데 여기에서도 너무 많은 유해와 유류품이 나왔다"고 말했다.
유족은 사진으로 확인한 일부 유류품도 실제로는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유류품이라고 봤던 사진에 가방이 분명 있었는데 결국에는 찾지 못했다"며 "이러니 우리가 너무 답답하지 않겠냐"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유해 수습 과정에 미흡함을 지적했다. 그는 "유해와 유품이 섞여 있던 기체 잔해 묶음은 너무 오랜 기간 방치돼 물이 고이고 심지어 쥐도 봤다"며 "이렇게 방치해 놓으라고 지시한 사람이 누군지, 왜 이렇게 방치 됐는지 우리는 정말 찾고 싶다"고 말했다.
또 사고 원인 조사와는 별개로 이같은 수습 과정 미흡에 대한 책임은 즉각 규명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유가족은 "유해와 유류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사후 대처는 지금이라도 책임자를 밝혀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근 유해 수습 지점 토양에서 발암물질 카드뮴이 발견되자 조사가 멈춘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유가족 B씨는 "카드뮴을 포함해 다른 유해물질 수치들이 처음부터 기재되어 깃발로 꼽혀있었다"며 "이전에 우리가 흙더미를 직접 뒤질 때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가 왜 이제 조사가 중단됐는지도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진실 규명과 함께 정치인의 관심과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헌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사는 "국가는 희생자에 대한 존엄과 예우를 최대한 보장하고 온전한 수습이 되도록 국가가 책임져야한다"며 "최고의 예우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동안 정치인들이 무관심 했다. 어찌 됐든 정치권이 나서줘야 하는 일"이라며 "광주·전남의 정치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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