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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국 "'정원오식 개발이냐, 오세훈식 개발이냐' 넘어 '같이 사는 서울'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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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권영국 "'정원오식 개발이냐, 오세훈식 개발이냐' 넘어 '같이 사는 서울'로 가자"

[6.3 지선과 독자적 진보정당] ④ 권영국 정의당 대표/서울시장 후보 下

지난 총선 더불어민주당 비례위성정당에 불참한 정의당이 원외로 밀려나며 독자적 진보정치가 위기에 처했다. 그런 중에도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은 대선 이후 연대 전선을 유지하며 활로를 모색 중이다. 3당 대표를 만나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는 자세와 독자적 진보정치에 대한 고민을 들었다. - 편집자

서울시장 선거는 오랫동안 개발 경쟁의 무대였다. 정치인들이 더 높고 화려한 서울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꺼내는 동안 세입자와 상인들은 주변부로 밀려났고, 가난한 이들은 높은 생활비에 허덕이며 살게 됐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정원오식 개발주의"와 "오세훈식 개발주의"라는 선택지 밖에 없는 상황에서 같이 사는 서울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고 그는 말했다.

핵심은 주거, 의료, 교통 등 필수재를 공공이 기본서비스로 제공해 생활비를 낮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유권이 아닌 거주권을 중심에 둔 주택 정책, 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 대중교통 무상화 등을 준비했고 재원 마련 방안도 세웠다.

서울시장 후보가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용기도 발휘했다. '지역과 공존하는 서울'이다. 권 대표는 수도권 일극체제 하에서 지역이 소멸 위기에 처하는 동안 서울은 집값 지옥, 교통 지옥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서울을 만드는 것이 서울시민의 자긍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서울 구로 정의당사에서 권 대표를 만나 '정의당의 지방선거 전략'과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유'를 묻고, 이를 두 편으로 나눠 정리했다(☞관련기사 : "민주당에 의존해선 불가능한 진보정치, 정의당이 해내겠다"). 아래는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권 대표와의 인터뷰다.

"개발주의에 맞서 불평등·차별 해소 말할 것"

프레시안 : 서울시장 출마를 마음 먹은 이유는 무엇인가?

권영국 : 2024년 12월 3일 불법 계엄과 내란이 있었고, 탄핵광장이 펼쳐졌다. 광장에서는 소수자, 주류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면서는 양당 구도가 작동하며, 다시 그런 목소리가 가려졌다. 이후로도 정치권에서는 성장, 개발을 말하는 목소리가 크다.

서울시장 선거도 마찬가지다. 불평등, 차별 해소처럼 마땅히 들려야 할 말을 하는 후보가 보이지 않았다. '착착개발'과 '신통기획'이 드러내는 것처럼, '정원오식 개발주의'와 '오세훈식 개발주의'라는 선택지밖에 없는 상황을 두고 보기 어려웠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그걸 관철할 수 있는 후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레시안 : 용산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데는 어떤 의미가 담겼나?

권영국 : 용산은 '쫓아내는 개발'의 상징 같은 곳이다. 2009년 용산참사가 이를 극적으로 드러냈다. 용산 역세권을 국제업무지구란 이름으로 개발하면서 저층, 저가 주택을 철거하고, 세입자를 쫓아냈다. 참사가 일어나기 1년 전부터 용역깡패를 동원해 엄청난 폭력을 행사했다.

보상받지 못하고 쫓겨날 상황에 처한 세입자들이 마지막으로 올라간 데가 남일당 빌딩이었다. 그걸 만 하루도 안 돼 특공대를 투입해 진압했다. 그때 제가 철거민 변호인이었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시장이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한 시민이 노란 운동화를 보내줬다. 이 분이 서울에서 태어나 성수동에 살았는데 대형 주차장을 짓는다고 해 이태원으로 밀려났다. 거기에는 아파트를 짓는다고 해 또 밀려났다. 이것 좀 바로잡기 위해 열심히 뛰어달라는 의미를 담은 선물이었다.

쫓겨나지 않는 서울을 만들고 싶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주변으로 밀려나고, 일하기 위해 먼 곳에서 출퇴근하지 않아도 되는 서울을 만들고 싶다. '이제 같이 갑시다'를 선거구호로 삼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프레시안 : 지난 6년 서울시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권영국 : 약자와 동행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약자를 공격했다. 장애인 이동권을 주장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싸우고, 중증장애인을 위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없앴다. 서울에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많은데, 공공돌봄기관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폐지했다. 권역별 노동권익센터를 통폐합하고, 10대 여성 청소년 돌봄 센터 같은 곳도 없앴다.

개발지상주의 철학을 갖고 이미지에 집착하는 행정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속도도 안 나는 한강버스를 출퇴근용으로 쓰라고 하고, 종묘 옆에 100미터 짜리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고 한다. 심지어 광화문광장에는 역사적 맥락에도 맞지 않는 감사의 정원을 짓는다. 미국 대사관 앞에 이른바 '받들어총' 조형물을 세운 것도 상징적이다.

요컨대, 개발을 통해 계층 간 사다리를 끊고 있다. 그런데 양자를 어떤 식으로 건너갈 수 있게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서울을 높고 화려한 도시로 만들 생각만 하지, 인간다운 도시로 만들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 ⓒ정의당

"서울은 너무 비싼 도시…생활필수재, 공공이 책임져야"

프레시안 : 공약에 대해 묻겠다. 출마의 변에서 서울에서의 삶이 너무 비싸다며 생활비를 낮추겠다고 했다. 먼저 현실 진단을 듣고 싶다.

권영국 : 최근에 청년들이 '거지방'이라는 SNS 단체방을 운영한다는 보도를 봤다. 예를 들어 누군가 '오늘 4500원까지 라면을 먹었다'고 올리면, 다른 사람들이 핀잔을 주면서 서로 생활비를 최소화할 수 있게 감시하는 곳이다. '거지맵'도 있다. 동네의 싼 카페, 식당을 정리한 거다. 서울의 생활비가 그 정도로 높아졌다. 그걸 보며 마음이 아팠다.

청년들만 이러는 것도 아니다. 중장년층은 자녀를 키우고 부모를 돌보면서 등골이 휜다. 은퇴한 노년층은 열악한 사회보장 제도 때문에 자구책을 찾느라 재취업 전선에 뛰어든다.

가난한 사람의 고통이 더 크다. 정의당이 소득 1분위와 5분위를 분석했는데, 결과를 보면 1분위는 소득의 60% 이상을 생활비로 쓴다. 가장 큰 문제는 주거다. 서울시 연립·다세대 원룸 평균 월세가 70만 원을 넘겼다.

이런 상황에서 1분위와 5분위 간 교육비 격차는 25배에 달한다. 저소득층은 오늘의 생존에 돈을 쓰고, 고소득층은 내일의 투자에 돈을 쓴다. 높은 생활비가 다시 불평등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도시가 서울이다.

프레시안 : 이를 바꾸기 위한 구체적인 복안은 무엇인가?

권영국 : 노동소득만으로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 싶다. 앞에 붙이고 싶은 말은 '투자를 하지 않고도'다. 투자는 리스크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사람, 여유 자산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사람, 코로나 때 받은 대출도 못 갚아 전전긍긍하는 사람은 투자 못한다. 그런 분들에게 '투자 안 한 건 네 책임'이라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

지금 주가 상승에 올라탄 사람이 1400만 명 정도라고 한다. 그럼 3600만 명 이상은 투자를 안 하고 있는 거다. 그럼 투자를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하는 걸까? 그보다는 못 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거다.

그래서 주거, 교통, 의료 등을 생활 필수재로 보고, 기본서비스로 전환해 공공이 책임지는 공약을 준비했다.

프레시안 : 서울의 오랜 화두인 주거 문제에 대한 대책부터 듣고 싶다.

권영국 : 주거 문제는 소유자 중심 부동산 정책이 아닌 세입자 중심 거주 정책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자가 소유를 중심에 두고 부동산 정책을 쓰면, 부동산 값은 못 잡는다. 집을 갖는 순간 집값이 오르길 바라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2+2년, 최대 4년 단위로 전월세 계약을 갱신하게 돼 있는데, 별일 없으면 임차인이 2, 30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도 주택 임대차 계약시 만료일을기재하지 않는다.

사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세입자가 집을 깨끗하게 잘 관리하면, 굳이 2년마다 바꿀 이유가 없다. 임차인을 바꾸는 이유는 세를 올려받기 위해서다. 그래서 임대료 상한제를 같이 도입해야 한다. 독일은 표준임대료 정책을 쓴다. 주택 질과 평수에 따라 임대료 상한을 둔다.

임대주택공급도 최소 20% 수준으로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

프레시안 : 나머지 분야에서는 어떤 정책을 준비했나?

권영국 : 대중교통은 무상화해야 한다. 생활필수재이기 때문이다. 이동권이 돈이 많고 적냐에 따라 제한되는 건 헌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 기후위기, 탈탄소를 위해서도 대중교통 무상화는 필요하다. 지금처럼 준공영제를 시행하면서 사모펀드에 세금을 퍼줄 필요가 없다.

의료비는 100만 원 상한제를 만들고 나머지는 서울시에서 보전하려 한다.

프레시안 : 두 정책 모두 재원이 필요해보인다.

권영국 : 전국적으로 대중교통을 무상화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출퇴근 시간 유류비와 비슷할 걸로 추정된다. 서울만 대중교통을 무상화하는 데 1조 원이 든다는 분석도 있다. 재원은 혼합통행세를 매겨 마련하면 된다. 지금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낮다. GDP가 연 2600조 원 정도니까 세율을 1%만 올려도 26조 원이다.

병원비 상한제 시행에는 4, 5조 원 정도가 들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 연 국민건강보험료가 84조 원 정도다. 5~6% 정도만 보험료를 올리면 실시할 수 있다.

▲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공약 자료 일부. ⓒ정의당

"서울을 높고 화려한 도시로 만들려는 욕망이 모두를 어렵게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출마의 변에서 서울이 홀로 유지될 수 없는 도시라며 지역과의 공존을 강조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서울시장이 할 것이라 기대되는 발언을 넘어선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담은 이유는 무엇인가?

권영국 :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전국 순회도 하고, 여러 지역의 문제를 듣다 보니,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전국적 관점에서 생각하게 됐다. 예컨대 영남은 제조업이 튼튼한 곳이었는데, 수도권 일극체제가 형성되고 공장이 거기로 빨려들어가면서 어려움에 처했다. 호남은 재생에너지를 만드는 곳인데, 그 전기가 대부분 수도권으로 흘러간다.

이런 문제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한국사회를 수도권과 지역이 균형을 이루고 공생하며 같이 발전하는 사회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

프레시안 : 서울시장 후보로서는 불리한 고민이라는 생각도 든다.

권영국 : 수도권 일극체제가 모든 걸 빨아들이면 결국 다같이 피해를 본다. 수도권 바깥에는 청년이 없다. 인구도 줄고 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지역 소멸 현상을 해결할 수 없고, 사회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 사람들이 서울로 밀집한 결과가 뭔가. 집값 폭등, 교통 지옥, 고물가다.

이 모순을 해결하려면, 사회경제적 이익과 부담을 대한민국 전체가 나눌 수 있는 체계를 고민하는 서울시장, '적정 서울'을 만들 서울시장이 필요하다. 광역자치단체 상생협의체를 만들고, 서울시장도 여기에 참여해 서울과 지역이 부담을 나누고, 지역이 일정한 자가 발전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이런 일이 서울시민에게도 자긍심이 되리라 본다.

프레시안 : 끝으로, 권영국을 서울시장으로 뽑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권영국 : 서울을 더 높고 화려한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펼친 시정이 시민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부자들에게는 서울이 편리할지 모른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고, 일을 통한 대가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서울은 버티는 것조차 힘든 도시가 돼가고 있다. 에너지 자립도 중요한 과제다.

서울을 내가 일해서 번 돈으로 살 수 있는 도시, 지역과 공존하는 도시, 친환경적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그 일에는 불평등, 양극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실제로 열심히 싸워 온 권영국이 적임자라는 말을 드리고 싶다.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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