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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혁의 세무이야기] 상가 임대결손금 통산 제한, 이제는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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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혁의 세무이야기] 상가 임대결손금 통산 제한, 이제는 재검토해야 한다

공실 시대에 여전히 ‘불로소득’으로 보는 세법의 한계

상가 임대결손금 통산 제한의 도입 배경

현행 소득세법은 일정한 부동산 임대 결손금에 대해 다른 소득과의 손익통산을 제한하고 있다. 즉 상가 임대업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과 상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해당 결손금은 부동산 임대소득 범위 내에서만 공제가 가능하다.

당초 이러한 제도가 도입된 배경에는 고소득자의 절세 수단 악용을 차단하겠다는 정책 목적이 있었다. 과거 저금리와 부동산 상승기에는 차입을 활용한 상가 투자 후 감가상각비와 이자비용 등을 통해 인위적인 결손금을 발생시키고, 이를 다른 종합소득과 통산하여 세 부담을 줄이는 사례가 존재하였다.

특히 상가 임대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임대수익과 자산가치 상승이 동시에 기대되던 시장이었다. 정부는 이를 일반적인 사업소득과 동일하게 보기보다 자산소득의 성격이 강한 영역으로 판단하였고, 과도한 절세를 방지하기 위해 손익통산 제한 규정을 도입하게 되었다.

즉 현행 규정은 ‘투기적 부동산 투자 억제’와 ‘고소득자 절세 방지’라는 당시의 정책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오프라인 상권 붕괴와 시장 환경 변화

상가 임대소득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유지되던 시대의 전제 조건은 ‘오프라인 상권의 우위’였다. 과거 상가는 입지만 좋으면 공실 우려가 거의 없고 임대료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안정적 자산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이커머스(e-Commerce)의 폭발적 성장은 이러한 전제를 완전히 붕괴시켰다.

온라인 소비 확대와 플랫폼 경제 성장으로 오프라인 상권은 구조적 침체 국면에 진입했고, 지방은 물론 수도권 핵심 상권까지 공실 증가와 임대료 하락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상가 투자 수익률은 일부 지역에서 1% 미만 수준까지 하락하였다. 이는 시중 금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대출을 활용해 상가를 취득한 임대인의 경우 임대수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월세를 받아도 이자를 내고 나면 현금이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이른바 ‘역마진 임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가 임대업은 더 이상 ‘안정적 자산소득’이 아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상가 임대사업자는 더 이상 단순한 지대 수취자가 아니다. 임차인을 유치하기 위해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하고, 임대료를 감면하며, 상권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까지 직접 부담해야 하는 능동적 사업자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공실 위험과 금리 부담, 소비 위축까지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현재의 상가 임대업은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험도가 높아졌다. 그럼에도 세법은 여전히 상가 임대업을 안정적 자산소득 또는 투기적 부동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며 결손금 통산을 제한하고 있다.

응능과세 원칙에 반하는 폐쇄적 공제 구조

소득세의 기본 원리는 납세자의 실제 경제적 부담 능력에 따라 과세하는 응능부담의 원칙에 있다. 즉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까지 고려한 이후의 순소득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상가 임대업에서 발생한 손실을 다른 소득과 분리하여 취급함으로써 납세자의 전체적인 담세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상가 임대업에서 발생한 결손금은 부동산 임대소득 범위 내에서만 공제가 가능하다.

이는 일반 사업자가 과거의 적자를 이후 사업소득이나 다른 종합소득과 통산하여 세 부담을 조정할 수 있는 구조와도 차이가 있다. 특히 상가 임대업의 경우 장기간 공실이나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 해당 결손금은 향후에도 활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즉 상가 임대업에서 발생한 손실은 해당 사업이 다시 흑자로 전환되지 않는 한 세금 계산 과정에서 사실상 고려되지 못하는 ‘죽은 손실(dead loss)’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폐쇄적인 공제 방식은 납세자의 총체적인 경제적 능력을 기준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소득세의 기본 원칙인 ‘응능부담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세제상 유동성 지원에서도 배제되는 상가 임대업

문제는 이러한 제한이 단순히 손익통산 단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결손금이 발생했을 때 직전 과세기간에 납부한 세액을 환급받는 ‘결손금 소급공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일시적인 경영난에 처한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요한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그러나 부동산 임대소득은 이러한 소급공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결국 경기 침체와 공실 증가로 현금흐름이 악화된 상가 임대사업자는 세법상 손실 인정 범위도 제한받는 동시에,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세제상 유동성 지원 장치에서도 배제되는 구조에 놓여 있다.

주택임대와 상가임대 사이의 구조적 불균형

특히 주택임대소득과 비교할 때 형평성 문제는 더욱 두드러진다. 현행법이 주거용 건물 임대업과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을 차별하는 핵심 근거는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적 목적이다. 그러나 법적 측면에서 보면, 두 행위는 모두 ‘부동산을 대여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라는 경제적 실질에서 차이가 없다.

현재 주택임대업은 소형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액감면, 필요경비 우대, 비과세 제도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존재한다. 반면 비주거용 상가 임대업은 경기 침체와 공실 위험에 직접 노출되어 있음에도 손익통산 제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결국 비주거용 상가 임대업자만이 이러한 차별적 규제의 틀 안에 남게 되었으며, 이는 동일한 부동산 임대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대상 자산의 용도에 따라 담세력을 달리 판단하는 구조적 불균형을 초래하였다.

여전히 남아 있는 과거의 이분법적 인식

특히 최근의 주택 임대 시장은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하던 시기를 거치며 상당 부분 체계화·사업화되었다. 실제로 많은 주택 임대업자가 대규모 자본을 기반으로 임대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주택 임대는 ‘생계형 사업’, 상가 임대는 ‘투기적 자산 사업’으로 바라보는 과거의 이분법적 인식이 세제 전반에 남아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재 시장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시각이다. 오히려 은퇴 후 노후 자금을 투자해 작은 상가 하나를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영세 임대인들이 공실과 금리 부담, 결손금 통산 제한까지 동시에 떠안으며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주요국은 ‘전면 제한’보다 ‘정밀 규제’

주요 선진국들은 부동산 임대 손실 자체를 원칙적으로 부정하기보다는, 조세 회피 가능성이 높은 특정 사례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원칙적으로 부동산 임대소득의 결손금을 다른 종합소득과 통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다만 해외 부동산 감가상각을 활용한 과도한 절세 사례에 대해서만 별도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 역시 수동적 손실 제한(PAL) 제도를 운영하지만,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임대사업자나 부동산 전문가에 대해서는 일반 소득과의 통산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독일은 임대업 손실을 다른 소득과 상계할 수 있도록 폭넓게 인정하며, 남은 손실은 장기간 이월공제도 가능하다.

주요국의 공통점은 임대업 자체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실제 사업 활동 여부와 조세 회피 가능성을 중심으로 정교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대 변화에 맞는 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상가 임대업은 더 이상 과거의 안정적 자산시장이 아니다. 공실 위험과 금리 부담, 소비 구조 변화까지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고위험 사업 영역으로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법이 여전히 상가 임대업을 과거의 ‘안정적 불로소득’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시장 현실과 제도의 괴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필요한 것은 담세력 원칙에 부합하는 과세 체계의 회복이다. 소득세는 납세자의 실질적인 경제적 부담 능력에 따라 부과되어야 한다. 상가 임대사업에서 발생한 실제 손실을 다른 소득과 분리하여 취급하는 현행 구조는 납세자의 총체적인 담세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특히 동일한 부동산 임대업임에도 주거용과 비주거용이라는 자산 용도에 따라 과세 원칙을 달리 적용하는 것은 조세평등주의 측면에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제는 상가 임대업 만을 규제의 예외 영역으로 남겨두는 현재의 접근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시장이 바뀌었다면 세법 역시 현실변화에 맞게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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