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는 등 저기압 상태가 되면 고창읍 월곡택지와 신림면 일대는 어김없이 거대한 '숨멎 구역'으로 변한다.
수십 년째 반복되어 온 돼지 분뇨 악취 때문이다. 이 고질적인 민원의 중심에 있는 ‘신림면 종돈사업소’의 이전을 두고 지역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심덕섭 더불어민주당 고창군수 후보가 "신림면 종돈사업소 이전으로 고창읍·신림면의 30년 악취 민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오랜 시간 고통받아온 인근 주민과 상인들의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신림농장(종돈사업소)은 지난 2008년 농협경제지주가 매입해 운영 중인 곳이다. 비육돈 생산에 필요한 번식돈을 보급하는 시설로, 사육 규모만 5000마리에 달하는 대형 축산 시설이다.
문제는 이 거대한 돈사가 대규모 주거 밀집 지역과 인접해 있다는 점이다. 돈사 인근에는 월곡택지 제일아파트(590세대), 주공아파트(392세대)를 비롯한 대규모 주택가가 형성되어 있으며, 고창읍 상가와 신림면 세곡리·반룡리 주민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떠안고 있다.
월곡지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분뇨 악취 때문에 영업시간 내내 방향제를 뿌려대며 버티고 있다"며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냄새 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나갈 때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하소연했다.
피해는 상권에만 그치지 않는다. 인근 토지주들의 재산권 침해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한 토지주는 "땅을 팔려고 내놓아도 악취 때문에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얼마 전 돈사 인근의 한 토지가 경매로 나왔으나, 악취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3차 입찰까지 모두 낙찰자를 찾지 못한 채 유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의 악취 저감 시설이요? 체감 효과는 전혀 없습니다. 매번 말뿐인 대책에 주민들만 골병이 들었습니다."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농협경제지주 측도 악취 저감 시설을 설치하는 등 나름의 조치를 취했으나, 주민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제로(0)'에 가깝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공공기관인 농협이 주민들의 삶의 질을 외면한 채 사업 편의만 도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심덕섭 후보가 들고나온 해결책은 '종돈사업소 이전 후 생태친화적 부지 개발'이다. 이는 단순히 돈사를 다른 곳으로 밀어내는 일차원적 접근이 아니라, 고창의 미래 먹거리인 '방장산 산악관광 특구 계획'과 연계하겠다는 복안이다.
해당 부지를 관광호텔, 리조트, 산악레포츠 시설 등 다양한 산악관광 인프라를 유치할 수 있는 특구로 지정받아, 이전의 키를 쥐고 있는 농협경제지주를 설득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정부와 전북도의 예산 지원을 이끌어내 이전 비용과 부지 매입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정치적 성향이나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만큼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며 대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주민들에게 이 문제는 '표심'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30년 동안 켜켜이 쌓인 악취 민원은 고창읍과 신림면 주민들에게는 삶을 갉아먹는 고질병이었다. 심덕섭 후보의 이번 공약이 표심을 얼마나 자극할지는 미지수지만, 악취 해결에 대한 지역민의 열망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고창 주민들이 수십 년간 이어온 '악취 잔혹사'를 끝내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공허한 '선거용 공약'에 그칠지 지역 사회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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