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올 초부터 지난 3월 31일까지 전북도지사 선거에 대한 다섯 번의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내달렸다.
그러나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 경선을 목전에 둔 지난 4월 1일, 누구도 예상치 못했으며 온 국민을 경악케한 김 지사의 '술자리 대리비 지급'(일부 언론에서는 현금 살포로 표현) 영상이 공개된다. 지난해 11월 말, 전주의 한 식당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이 영상이 공개되면서 김관영 지사는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후 여론조사 흐름과 선거 판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민주당은 김 지사가 수행원에게 돈 가방을 가져오게 해서 술자리 참석자들에게 현금을 주는 장면이 공개되자 6.3지방선거 전국 판세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김 지사를 긴급 제명 처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에서 제명돼 민주당 전북지사 경선에 참여하지 못한 김 지사는 결국 무소속 출마를 선택했고, 민주당은 김 지사를 제명 처리하면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이원택 후보가 예전처럼 전북도민의 지지를 한 몸에 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는 희망 사항에 불과했다.
영상이 공개되고 김 지사가 제명된 이후에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이원택 후보가 역전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으나 민주당 후보 확정에 따른 이른바 '컨벤션 효과'가 일시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됐다.
5월 중순 들어 판세는 김관영 후보의 강세로 굳어지는 듯 했다. 잇따라 발표되는 여론 조사에서 김관영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이원택 후보를 앞서기 시작했고,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5월 하순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에서는 김관영 후보가 44~52%대 지지율을 기록하며 38~40%대의 이원택 후보를 앞서는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일부 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이 후보를 16%포인트 이상 따돌린 조사 결과도 발표되면서 민주당의 위기감을 더욱 키웠다. 투표일 직전에는 이원택 후보가 8%p 가까이 앞선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 양상이었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서도 상당수가 무소속 김관영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당내 분열이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결과적으로 4월 1일 공개된 '대리비 현금살포'영상은 김관영 후보에게 단기적으로는 충격을 줬지만 장기적으로는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오히려 선거가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전북지사선거 구도는 '민주당 대 무소속'이 아닌 '김관영 대 민주당' 대결 구도로 부각되면서 김 후보의 지지율이 초 강세를 보였다.
선거 결과는 민주당 이원택 후보가 대부분의 여론조사 내용을 뒤엎고 51.2%의 득표로 도지사에 당선됐다.
이번 전북지사 선거의 특이점은 민주당에서 제명과 동시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관영 후보가 선거 막판까지 모든 이슈를 선점하면서 민주당을 줄곧 괴롭혔다는 점이다.
'술자리 대리비 지급'사건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당 대표를 겨냥한 김관영 후보의 공세가 판을 키우면서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텃밭에서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경합 지역에 들어 전국적 관심 지역으로 떠 올랐다.
김관영 후보는 연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겨냥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김관영 대 정청래'의 싸움으로 몰아가면서 '동정론' 확산과 함께 민주당을 분열시키면서 지지세를 확장해 갔고, 그동안 민주당의 오만함에 불만이 컸던 당내 불만 세력과 공천 낙선자들, 일부 유권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세를 확장해 나가는 모양새였다.
급기야 민주당적을 갖고 있는 현직 도의원들조차 징계를 감수하면서 무소속 김관영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서기도 했다.
선거 초반, 민심의 흐름을 살피던 김 후보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청년들에게 대리비를 준 이후 부적절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회수 지시를 내렸고, 이튿날 전액을 돌려받아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사안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 "청년들의 음주운전을 막기 위해 '삼촌의 마음'으로 지급했던 대리 기사비를 대부분 회수했지만, 저의 불찰이었다"고 사과하면서도 "법과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필요한 설명은 당당하게 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저는 민주당을 떠나기 위해 이 길에 나서는 것은 아니"라면서 "민주당이 지켜온 공정과 원칙을 전북에서 다시 세우기 위한 것으로 민주당이 더 공정한 정당이자 도민과 당원의 뜻을 더 무겁게 받드는 정당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 공천장이 아닌 '도민의 판단'을, 중앙의 결정이 아닌 '도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역설하면서 지역민의 바람과 종종 거꾸로 가던 수 십년 민주당 독주 체제가 은근히 깨지기를 바라던 전북 유권자들의 자존심과 표심을 강하게 자극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이후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민주당 텃밭'이라고 불렸던 전북에서 민주당 후보를 훌쩍 따돌리는 여론조사 수치로 시종일관 앞서 나갔다.
그는 특히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서는 "법원은 법리만 보는 곳이 아니라 도덕과 상식도 함께 고려할 것"이라고 말하고 "저는 법원에서 충분히 극복할 자신이 있다"고 자신했다.
김 후보 역시 변호사 출신인 만큼 나름 무죄를 받아낼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계산하고 자신했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현금 살포 영상이 공개된 다음 날, 전북의 한 일간신문은 '제명된 김관영 지사…더 참담한 도민들'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렇게 일갈했다.
"도정을 책임지는 현직 지사가 현금 살포의혹으로 당에서 퇴출 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지켜보는 180만 전북도민들의 심정은 참담함을 넘어 허탈하기만 하다. (중략)도민의 자부심을 대변해야 할 도지사가 구태 정치의 전형인 금권 선거의 주인공이 됐다는 사실은 180만 도민의 명예를 짓밟은 행위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깨끗한 정치와 정책으로 승부를 갈망하는 도민들의 기대를 정면으로 배반한 처사다. 도민들도 반성해야 한다. 인물보다 정당을 보고 투표했단 관행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우리의 자존심과 앞으로 감당해야 할 비용은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가. 경찰은 관련자 모두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조사 처벌해야 할 것이다."
김 후보가 민주당에서 제명되는 날, 불출마를 선언하려 했던 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입장을 바꿔 경선에 참여했으나 이원택 의원이 최종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로 선출된다.
그러자 안호영 의원은 이원택 의원의 '정읍 식비대납사건'을 겨냥하면서 김관영 지사를 긴급하게 제명 처리한 중앙당의 조치가 '공정과 상식'에 어긋난다며 12일간의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이 때부터 전북에서는 역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겪어 보지 못한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 간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지고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무소속 후보가 훨씬 앞서는 당혹스런 과정에 직면하게 된다.
'대리비 현금살포'사건은 선거판에서 사라지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전북지사 선거 한 복판으로 소환돼 성난 김관영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험한 말을 듣게 된다.
그러면서 김관영 후보는 "당선되면 민주당 대표가 바뀌게 되는 9월 쯤에 (전북지사에 당선돼)당당하게 민주당에 복당하겠다"고 선언한다.
무소속 후보에게 연일 혼쭐이 난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복당은 어림없는 일"이라며 불을 꺼보려고 했지만, 연이어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민주당 이원택 후보를 줄곧 앞서 나갔다.
'초비상'이 걸린 민주당은 김 후보가 당선되면 "사법리스크로 재선거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전을 펼치면서 판 뒤집기를 시도했다.
더구나 김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되는 경위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말하면서 대통령까지 끌어들이자 서울, 대구, 부산 선거에 당력을 쏟아부어도 시원찮을 민주당은 청와대까지 나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김 후보의 발언은 거짓말"이라고 서둘러 불 끄기에 나섰다.
선거 막판에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선 송영길 전 대표의 '돌발발언'까지 나오자 민주당은 펄쩍 뛰며 진화에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지난달 30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송 전 대표는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거기(전북) 가서 당력으로 (전북)도민과 싸운다? 그것은 오만한 행위라고 본다. 누가 돼도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할 사람들이며 김관영도 이 대통령이 선택한 인재"라는 내용의 폭탄(?)발언으로 기름을 부었다.
이에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송 후보가 그동안 당을 떠나 있어서 당이 돌아가는 사정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직격하면서 "그런 말을 할 때는 저간의 사정들을 확인하고 말했으면 좋겠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백번 양보해, 현직 도지사가 선거를 앞두고 함께 술자리를 가진 청년들에게(그중에는 당시 현직 기초의원들도 있었다)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며 '삼촌의 마음'으로 대리비를 지급했다고 인정한다 치더라도 그 같은 장면이 CCTV 영상으로 찍혀 전국적으로 공개됐을 때 이를 바라보는 대다수 전북 도민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 행위에 대해 재판부가 김관영 지사의 말대로 "법리만 보지 않고 도덕과 상식도 함께 고려해 판결"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대리비 현금지급 사건'으로 당에서 제명되면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사건도 초유의 일이지만,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텃밭 전북에서 선거판을 뒤흔든 사례도 처음 일이다.
아무튼 이번 6.3전북지사 선거는 김관영 지사가 '술자리 동석자'들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부터 판이 흔들린 셈이다.
김관영 지사는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 경선에서 다른 후보를 제치고 민주당 후보로 선출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 동영상 때문에 당에서 제명이 됐고 제명된 지 일 주일 만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전북지사 선거판이 전국적으로 주목하게 되는 선거판으로 키워졌다.
투표일 직전 어느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무려 16%p 이상 앞서는 것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무소속 김관영 후보는 여론조사 예상과는 달리 최종 선거에서 41.7%의 득표에 그쳤고, 민주당 이원택 후보는 51.2%의 지지를 얻어 전북특별자치도지사에 당선되는 것으로 6.3지방선거는 종료됐다.
이제는 유권자가 아닌 법원에서 판단을 할 시간이 됐다.
김관영 지사는 "선의로 대리비를 현금을 줬고 다시 돌려받았으므로 위법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의 주장처럼 법적으로 과연 문제가 없을까?
법조계에서는 "김 지사가 돈을 건넨 순간, 형법상 기수(범죄의 구성요건을 갖춤)에 이르렀다고 볼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공직선거법 113조(후보자 등의 기부행위 제한) 위반 혐의는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이 선거구 또는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기관·단체·시설 등에 기부행위를 할 때 성립한다.
유권자의 '선거'는 끝났지만 김관영의 '대리비 지급 사건'과 이원택의 '식비대납사건'에 대한 사법의 '선고'는 아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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