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3사가 실시한 6·3 지방선거·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출구조사 결과가 주요 승부처인 전북의 실제 득표율과 동떨어진 것으로 나타나며 조사의 신뢰도·정확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투표가 끝난 직후인 지난 3일 오후 6시에 발표된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전북도지사 선거의 경우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8.5%를 얻고 김관영 무속 후보는 46.3%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2.2%포인트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1.7%p~4.1%p) 안이다.
양정무 국민의힘 후보는 2.9%, 백승재 진보당 후보는 1.9%, 김성수 무소속 후보는 0.5%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하지만 최종 개표결과는 이원택 민주당 후보가 47만3000여표를 얻어 51.2%의 득표율을 달린 반면에 김관영 무소속 후보는 38만6000표를 얻어 41.8%를 나타냈다.
출구조사와 비교하면 실제 개표에서 이원택 후보 득표율이 2.7%포인트 상승했고 김관영 후보는 4.5%포인트 추락한 셈이다.
출구조사의 양자간 격차(2.2%포인트)가 실제 개표에서 9.4%포인트로 벌어진 간극(7.2%포인트)은 왜 발생했을까?
전북 정치권에서는 "투표지에 민주당 후보(이원택)를 찍었지만 출구조사 응답에는 김관영 후보를 지지했다거나 무응답한 이른바 '샤이 민주당' 표심"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정청래 지도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김관영 후보의 주장이 일부 지지층을 중심으로 '민주당 심판론'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고 말하기를 꺼려하는 사람이 7.2%에 해당했다는 말이다.
민주당 안방에서 '샤이 민주당'이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통념상 '샤이 보수'는 자신의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투표할 때 그 성향을 드러내는 사람을 말한다.
'샤이 진보' 역시 자신의 진보적인 성향을 감추고 있다가 투표할 때 그 성향을 드러내는 사람을 가리킨다.
'샤이 민주당'은 자신의 민주당 성향을 노출하지 않다가 투표 때 비로소 드러낸다는 말인데, 민주당 양지 텃밭인 전북의 권리당원만 19만명에 달한다.
주변에 모두 민주당인데 굳이 민주당 지지성향을 노출하지 않는 등 꺼려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왜 민주당 지지층의 일부는 방송3사의 출구조사에 자신의 표심을 숨겼을까?
민주당 권리당원인 40대의 K씨는 "민주당을 지켜야 한다는 전북의 전통적 지지층이 자신의 표심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라며 "주변 분위기로 인해 민주당 지지성향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민주당을 지키기 위해 표심을 감춘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현상을 굳이 규정한다면 '샤이 민주당'이 아니라 '히든 민주당'이었다고 할까.
전직 도의원인 N씨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민주당을 견인해온 전통적 지지층은 그간의 여론조사에 시큰둥한 측면이 있다"며 "내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데 굳이 여론조사에 답변해 표심을 드러낼 필요가 있겠느냐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N씨는 "이들 표심에는 '민주당을 지켜야 한다'는 심리가 공통적"이라며 "이러다가 민주당 후보가 떨어질 수 있겠네, 라는 위기감이 막판 결집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택 전북도지사 선거대책본부의 황석규 상임선대위원장은 "사전투표부터 민주당 지지층이 투표장에 마음먹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막판에 민주당 지지층 결속을 위한 메시지에 집중한 이유"라고 말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이의 근거는 '관성투표'가 중심을 이룬다. 정읍에 사는 L씨(64)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었다.
20년 넘게 민주당을 지지해온 그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너무 오만해서 본때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보고 본 투표 때 주소지인 전주의 한 투표장에 들어섰다. 그런데 아차차!
기표소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다른 후보를 찍는다는 생각이었지만 관성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찍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히든 투표'이든 '관성투표'이든 한 가지 공통점은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가 인지도 높은 무소속 후보의 출마로 막판까지 긴장을 놓지 않는 건강한 경쟁구도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전북의 정치시장에서 모처럼 유권자들이 막판까지 '손님 대접'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며 "'경쟁구도의 효능감'이 향후 전북도지사 선거에서 '더 센' 경쟁을 유도하며 변화의 표심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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