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3 지방선거에서 호남지역 가운데 가장 박빙의 선거구를 꼽는다면 단연 진도군수 선거였다.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이 지역에서 이재각 후보는 민주당 공천장을 거머쥐었음에도 무소속 김희수 후보에 50.26% 대 49.73%의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표 차이는 107표에 불과했다.
재선 도전에 나선 김희수 현 군수가 지난 2월 공개 석상에서 "외국인 젊은 여성들을 수입하자"는 발언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되면서, 선거는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싱겁게 끝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직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여타 민주당 지방의원 후보들까지 물밑에서 무소속 현직군수 지원에 나서며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 힘겨운 싸움을 펼친 끝에 결국 변화를 열망하는 군민들은 이재각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프레시안>은 지난 17일 이재각 진도군수 당선인과의 인터뷰를 갖고 지난 선거과정의 소회와 앞으로의 군정 운영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에 진도지역 개표가 늦어지는 바람에 많이 조마조마 했을 것 같다. 어떤 일이 있었나?
▲개표가 시작된 뒤 얼마 되지 않아 개표기가 고장 나면서 많이 늦어졌다. 개표기가 고장 났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예비 장비가 현장에 있어야 하는데, 없다 보니 광주에서 장비를 가져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과정에서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 지연됐다.
▷최종 결과는 언제쯤 아셨나?
▲한 자정 쯤 다 돼서 여러 방송국에서 인터뷰가 와서 알았다.
그날 저녁에 개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밖에 지지자들이 많이 와있었는데 지지자들이 소리 지르니까 좀 앞섰나 보다 하고, 건너편 상대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소리가 들리면 좀 뒤쳐졌나 보다 하고 지켜봤다.
▷최종적으로 107표 차이로 승리했다. 결과를 예상했나.
▲저는 승리를 예측했다. 그간 여론을 보면 상당히 앞설 것으로 생각했는데, 군민들이 박빙으로 예상하시더라. 그러나 진다고 생각은 안했다. 변화에 대한 군민들의 열망이 있었기 때문에 이길 것이라 생각해서 초조하지는 않았다.
▷현 군수를 상대하다 보니 언론 환경이나 조직력에서 열세였다는 평가다. 승리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다고 보나?
▲주변에서는 현직 상대로 어려운 환경에서 선거를 치렀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현장을 다니며 군민들을 만나온 것이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
저는 찻집에서 정치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보다 실제 삶의 현장에서 군민들을 만나는 데 집중했다. 시장에서 만난 어르신들, 버스에서 저를 걱정해준 분들, 그런 분들의 마음이 모였다고 본다.
'군민만 믿고 군민만 보고 가겠다'는 저의 진심이 잘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또 가족들도 선거 기간 동안 함께 뛰었다. 그런 모습도 유권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됐을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이른바 '기사 사주' 의혹도 제기됐다. 해명을 하신다면?
▲그 부분은 저와 무관하다. 2년 전 지역의 한 기자가 부른 자리에서 현 군정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문제점을 물어보길래 자연스럽게 꽃밭 문제, 도로 주차 징수 설치 문제, 복잡한 도로가 됐다는 불만 등 군민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사안들에 대해 말한 것이 전부다. 기사 사주는 전혀 아니다.
▷육군 준장 출신인 당선인은 기무사 근무 경력으로 인해 일부 5·18 단체에서 대공업무 의혹을 제기했다. 입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상대후보측에서 몇 개월전부터 기획해오던 것 같다. 단톡방이나 페이스북에서 군경력 관련으로 보안사와 기무사, 5·18과 연결하는 식의 의혹을 띄우더라.
하지만 5·18 당시 저는 사관생도 시절이었다. 외출도 자유롭지 않았던 시기였다. 제가 그런 일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다.
이후에는 민간 사찰 의혹까지 연결하려는 식의 주장도 나왔다. 그런데 정작 제가 구체적으로 개입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이름을 거론하거나 유인물에 제 이름이 들어갔다고 해서 마치 관련이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인수위가 15명으로 구성됐다.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선정했나?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인수위가 공무원들에게 점령군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공무원 조직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 행정 경험이 있는 사람, 각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중심으로 구성하려 했다.
인수위원장은 김희동 전 전남도의원이 맡았다. 공무원 출신이고 행정 경험이 있어 공직사회와 소통하는 데 적합하다고 봤다. 제 선거를 도왔던 사람은 사무장과 정책본부장 2명 정도만 참여했다. 나머지는 외부에서 전문성을 가진 분들을 중심으로 모셨다. 군민들로부터 지탄받을 만한 사람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인수위에 특별히 당부한 내용은 무엇인가?
▲민선 8기에서 했던 일을 무조건 부정하지 말라고 했다. 기존 사업을 다시 보고받고 세 가지 기준으로 점검해 달라고 했다.
첫째, 계속 추진해야 할 사업이 무엇인지, 두 번째, 추진 중인 사업 가운데 조정하거나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세 번째, 군민의 삶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거나 방향이 맞지 않는 사업은 중단하고 다른 사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는 것이다.
또 앞으로 민선 9기에서 추진해야 할 비전과 중점 과제를 정리해 달라고 했다. 인수위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모든 공약을 세부적으로 완성하기는 어렵다. 다만 군정에 들어갔을 때 바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핵심 과제는 정리해야 한다.
▷기존 군정에서 가장 먼저 바꿔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나?
▲첫 번째는 소통이다. 공무원들과의 소통, 군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한마디로 불통이었다. 저는 군민과 공무원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군정을 운영하겠다.
두 번째는 측근정치다. 측근들이 군정을 점령한 것처럼 보이거나, 인사와 사업에 개입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래서 인수위에 당부도 하고 권한을 주지도 않았다. 선거를 도와줬던 사람들에게 거듭 강조하고 있다. 아무리 나한테 공을 세웠더라도 물러서 있으라 부탁했다.
▷취임 이후 인사 폭은 어느 정도로 구상하고 계신가?
▲당장 큰 폭의 인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현재 사무관 공석이 몇 자리 있는 것으로 보고받았는데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
7월 1일 이후 군정에 들어가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겠다. 당장은 현재 인사 시스템 안에서 필요한 부분을 처리하고, 이후 전체적인 방향을 살펴보겠다. 인사는 시스템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경을 세우려 해도 예산이 부족한 실정이다. 어떻게 헤쳐나갈 생각인가?
▲우선 현재 재정상태는 어떤지, 어느 정도 여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따져봐야 한다. 여유가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공모사업은 자부담이 있기 때문에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공모사업을 다시 진단해 군민들이 공감할 만한 사업이 아닌 것은 폐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정리해서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이 있다면, 군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사업에 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아직 정확한 보고를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공무원들과 함께 실태를 확인하고 이야기하겠다.
▷군수로서 꼭 지키고 싶은 약속이 있다면?
▲첫 번째는 성실하게 일하겠다. 군수가 된 뒤 개인적인 시간을 챙기기보다 군민과 군정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
두 번째는 깨끗하게 하겠다. 잘못된 일로 경찰 수사나 검찰 수사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세 번째는 겸손함을 잃지 않겠다. 말로만 군민이 주인이라고 해서는 안된다. 실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군민들의 작은 목소리까지 귀담아듣고, 군민들이 원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군수가 되겠다.
▷특별히 공무원과 군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107표 차 승리는 제 개인의 승리가 아니고 변화를 열망하는 군민들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가 승리에 도취될 것이 아니라 군민들의 뜻을 더 귀담아 듣고 노력해야 한다.
공무원들도 군민을 진정으로 섬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군수부터 앞장서겠다. 보고서 같은 경우도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고, 서로 소통하고 토론하고, 부서 간에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선거는 경쟁이지만 군정은 통합이다. 선거 때는 서로 다른 편에서 경쟁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에는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한다.
저는 상대 진영에 있었던 분들의 목소리도 외면하지 않겠다. 그분들이 우려했던 부분을 더 귀담아듣고,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앞으로 진도군민 모두가 하나가 되는 군정을 만들겠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