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시민행동은 지난 13일 서울 삼청동의 더 룸 탁트인에서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를 초청해 강연을 열었다. 서구 중심적 보도 행태가 많은 한국 언론 생태계에서 미국-이란 전쟁은 흔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니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말을 했는지 등의 지엽적인 문제들로 다루어졌다. 정작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지역에 어떤 폭격을 가했는지, 이란은 어떤 생각을 갖고 대응하고 있는지, 나아가 이란은 어떤 곳인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주한이란대사의 입을 통해 전쟁의 배경과 중동에서 평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어떤 관심이 필요할지 들어보고자 했다. 주한이란대사가 한국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정리하여 소개한다.
피로 물든 천사들
2026년 2월 28일, 이란 남부에 위치한 미나브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은 여느 때와 같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미사일 수 발이 학교를 강타했다. 첫 발이 떨어지자 폭격에 놀란 아이들이 밖으로 뛰쳐나왔고, 곧이어 다음 미사일이 이어졌다. 건물은 폭격으로 산산조각 났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아이들이 건물 잔해에 깔리기도 했다. 그렇게 160여명의 아이들이 미사일 폭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 미사일은 미국이 쏜 토마호크 미사일이었다.
선생님들도 미사일 폭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아이들은 영원히 끝마칠 수 없고, 선생님도 아이들의 웃음을 들을 수 없게 됐다. 아이들의 부모님은 피에 물든 책과 가방을 손에 쥔채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분노를 쏟아냈다. 전쟁은 이렇게 시작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국민들의 일상을 파괴하며, 부모의 하나뿐인 천사들의 목숨을 앗아가며 이란을 침략했다.
민간인을 향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미국은 초등학교에 미사일을 투하한 28일, 인구 3만이 살고 있는 이란의 작은 도시 라메르드에도 최신 미사일인 프리즘 미사일(PrSM)을 투하했다. 미사일이 떨어진 곳은 여자 배구팀이 훈련 중이던 체육관과 인접 초등학교였다.
프리즘 미사일은 미국의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신형 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은 폭탄 안에 수많은 텅스텐 파편이 들어 있어, 표적 상공에서 폭발하면 파편이 분사되는 구조이다. 다시 말해 오로지 인명살상을 목적으로 한 미사일이다. 프리즘 미사일은 지난해 시제품 시험이 완료된 미사일인데,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이란 국민들을 대상으로 신형 미사일을 실전 사용한 셈이다.
라메르드 지역 미사일 폭격으로 최소 21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비교적 사상자가 적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그 이유는 미사일이 떨어진 시기가 라마단이었기 때문이다. 라마단은 무슬림들이 특정 기간에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을 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라메르드 지역에 미사일이 떨어진 시간은 늦은 오후여서 금식을 하느라 지친 사람들 대부분이 실내에서 쉬고 있던 시간이었기 때문에, 다행히 파편으로 인한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라메르드 공격을 부인하고 있으나, 뉴욕타임스와 BBC 등 독립적 무기 분석은 공중폭발 특성 등을 근거로 미국의 PrSM이 사용됐다고 지목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이토록 잔인하게 공격을 가한 이유는 명확하다. 국제법은 안중에도 없고, 이란을 더욱 잔인하게 말살하겠다는, 미국이 이란 정부와 국민에게 전하는 잔인한 의지의 선포였다.
유엔 헌장은 무력에 의한 위협과 공격을 금지한다. 평화적 핵시설에 대한 공격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체계가 그어 둔 마지막 선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국제법과 원칙을 짓밟고 주권국에 대한 침략을 감행했다. 그럼에도 세계 여론은 "조사 중"이라는 미국의 말만 듣고 있다. 전후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 과정에서 벌인 범죄적 행태에 대한 책임과 배상을 요구하는 문제야말로 국제사회가 관심 가져야 할 대목이다.
이스라엘 국기에 그려진 두 개의 강
중동에서 전쟁의 참화가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이스라엘의 확장주의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국기에서도 현재의 국경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스라엘의 확장주의를 엿볼 수 있다.
국기 위아래에 그어진 파란 두 줄. 그것은 두 개의 강을 뜻한다. 하나는 이집트의 나일강, 하나는 이라크 쪽의 유프라테스강. 나일에서 유프라테스까지, 그 사이의 땅을 전부 차지하겠다는 뜻이다. 이스라엘 군인들의 군복 팔의 표식에도 같은 의미가 담겨 있다.
특히나 이스라엘의 확장주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고 있는 참화 속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벨푸어 선언 이후 외지에서 들어온 유대 자본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땅을 사들여 장악했고, 유대인들은 원래 팔레스타인 땅에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인들을 쫓아냈다. 이스라엘은 심지어 가자지구에 벽을 세우고 식량과 에너지 등을 통제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의 생존을 손에 쥐고 그들을 억압했다.
그러나 난민촌에서 직접 본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곳에서 태어나 자라고 죽고 또 태어나기를 반복하면서도 언젠가 자기 땅으로 돌아갈 희망만은 놓지 않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속담 중에는 "좋은 팔레스타인인은 죽은 팔레스타인인"이라는 말까지 있다.
이란은 외교 무대에서 보여주기 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에게 탄압받고 있는 팔레스타인이 너무도 안타깝기 때문에 우리는 서방 국가들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연대한다. 서방에서 테러리스트 그룹이라고 말하는 저항의 축(이란, 레바논, 이라크, 예멘)은 이스라엘의 확장주의를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저항의 연대이다.
한편 이란은 유대교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시온주의를 반대한다. 유대교는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에도 등장한다. 지금도 이란에는 3만 5천 명의 유대인이 회당을 열고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하며, 국회에는 그들을 대표하는 의원까지 있다. 침략에 반대하는 것이지 유대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란 여의사 이야기
최근 한국에 있는 이란 여의사를 만났다. 그 여의사는 간 이식 수술의 최고 전문가이다. 얼마 전에도 제주도에서 간 이식 수술을 집행했고 무사히 간을 이식받은 환자가 의사에게 고마움을 전했다고 들었다.
서구에서는 이란 정권이 여성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프로파간다를 한다. 그러나 앞서 여의사처럼 이란에서 여성들은 고등 교육을 보장받고 있고, 의사와 같은 전문직에도 진출하고 있다. 이란에서 여성들이 착용하는 부르카와 같은 복장은 이슬람 문화의 전통일 뿐이다.
미국-이란 MOU에 대해
양해각서(MOU)에는 우선적으로 미국이 이란의 역봉쇄를 하고 있는 것을 해제하는 조항이 담겨 있고, 이란에 대한 동결 자금을 푸는 등의 내용이 MOU에 담겨있다. 또한 이란의 주권에 대해 간섭하지 않고 어떠한 전쟁도 시작하기 않기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란은 늘 이스라엘이 중간에 간섭을 하진 않을 지 매우 우려스럽다. 이스라엘은 외교적으로 중동 지역 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자신들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항상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과 소통을 통해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걱정하고 방해해왔다. 항상 적대국을 만들고 없애려고 하는 과정 속에서 이익을 보고 있다.
한편 미국과 합의를 한다고 해서 미국을 신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미 이란은 미국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기,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오바마 정부가 핵문제를 두고 이란과 합의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일방적으로 탈퇴하며 이란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가해왔다. 게다가 2025년 6월, 미국은 이란 핵시설을 겨냥한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애써 맺어놓은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한밤에 기습적으로 핵시설을 공격했던 미국의 패권적 행태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이란은 이번 전쟁을 통해 미국은 결코 신뢰할 수 없는 국가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 MOU에는 미국이 또다시 합의를 무력화시킬 수 없도록 최종합의는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에 의해 승인된다는 조항을 달았다.
"이란에 꼭 한번 와 보십시오"
한국 국민들이 기회가 된다면 이란에 꼭 한번 방문하면 좋겠다. 이란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처럼 정이 많고 손님을 극진히 대접한다. 사계절이 뚜렷해 북쪽에서는 자연설에 스키를 타고 남쪽에서는 수영을 할 수 있고,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다.
이란에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가기 전과 다녀온 뒤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 가기 전엔 막연히 무서웠는데 막상 가 보니 전혀 그렇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 차이가 바로 우리가 그동안 들어온 '프로파간다'의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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